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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21. 2021

#_내 존재의 입찰가는 000원입니다만

존재는 절대적이고, 가치는 상대적이다.

내 가치의 입찰가는 내가 정하고, 낙찰가는 타인이 정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규정함에 있어 어려움을 느낀다. 오랜 시간 우리가 받아온 교육은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고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방법을 배우는 대신, 정해진 답에 맞추도록 훈련받아 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 자신의 가치는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좀 허무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냥 자신이 정하면 된다.

예컨대 내가 가진 물건을 하나 판다고 생각해 보자. 그 물건 가격은 내가 정하기 나름 아닐까?

물론 너무 비싸면 아무도 사지 않겠지만, 가격을 정하는 건 내 마음이니까. 같은 원리다.

내 존재 가치는 자신이 정하는 거다. 1억이든 100억이든 1조든 상관없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가치의 크기가 아니다.

그걸 누가 정하느냐다.


서두에 표현한 것처럼 적어도 내 가치의 입찰가는 스스로 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삶에 대한 하나의 책임이자 상징인 아닐까?

적어도 내가 어떤 삶을 살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지는 스스로 정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도 연결되는 이야기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이런 질문으로 바뀔 수도 있다. "나는 누가(무엇이) 되고 싶은가?"

도대체 스스로 그걸 정하지 않는다면 누가 정해준단 말인가! 타인이 정한 규정 안에서 늘 탈출하고 싶어 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 자신을 규정하려는 노력도 시도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누군가에게 규정된 내 속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혹은 성장해오면 겪은 여러 가지 일들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있거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나 스스로 내가 원하는 자아상을 선택할 수 있고, 확장하거나 축소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스스로 내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지는 각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철학자는 <전체성과 무한>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아가 자신의 변화들 속에서 여전히 동일하다는 것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사실 사유하는 자아는 자기가 생각하는 것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심오함에 놀라며, 그래서 자기에게 타자가 된다."


나(자아)라는 존재는 다양하게 변화하는 나의 집합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내 내면의 여러 모습들을 마치 타자처럼 바라볼 수 있으니 말이다. 왜 같은 나이면서도 우리는 전혀 다른 내가 되곤 하지 않는가. 스스로 좋아하는 내 모습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내 모습도 있는 것처럼. 그런 하나하나의 나의 모습이 분리된 내가 아니라, '나'라는 마을 속에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속성들이라고 이해하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사람들은 누구나 내 속에 있는 내 모습 중 일부만을 인정하고 일부만으로 살아가려 애쓴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그런 성향이 삶을 부자연스럽고 부자유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내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자아의 속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헤세의 소설에 나오는 데미안의 모습에서, 혹은 카잔차키스의 소설에 나오는 조르바에게서 우리는 묘한 끌림을 느낀다. 그 이유는 그들이 보여주는 자유로움에 있지 않을까? 스스로를 억압하거나 누군가의 규정에 갇혀있지 않고, 스스로 자신과 세상을 규정하고 살아가는 모습에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을 무척 사랑하지만, 한편 그 속에 갇혀 있는 나 자신에 대한 갑갑함도 동시에 느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과연 인생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나는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그 인생의 숙제 앞에 놓여있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헤르만 헤세 <데미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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