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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Dec 08. 2021

#_머리가 복잡할 땐 정리를 합니다.

창조란, 혼돈에 질서가 부여되는 과정이다.

가끔 머리가 복잡할 때가 있다. 딱히 머리 아픈 일이 있다기 보다는 내 작은 집중력의 용량보다 해야 할 일이 더 클 때 딱 그렇다. 그럴 때 내가 하는 일은 정리를 하는 것이다. 


내가 머무는 공간이 곧 나다. 내가 머무는 공간이 어지러우면 나도 그만큼 집중이 어려워진다. 반대로 내가 머무는 공간을 내가 원하는 대로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리해 놓으면 마치 내 능력치가 높아지는 느낌이 든다. 사실 느낌뿐이 아니라, 실제 높아진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내 공간은 유일하게 내가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곧 정리를 한다는 것은 내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나에게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행위가 정리다. 정리가 온전히 끝나면 필요한 것만 남게 된다. 성경 창세기 1장의 첫 문장은 다음과 같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히브리 원문 : בְּרֵאשִׁית בָּרָא אֱלֹהִים אֵת הַשָּׁמַיִם וְאֵת הָאָֽרֶץ )*


이 문장의 히브리어 원문에서 창조를 뜻하는 단어로 바라(בָּרָא)라는 말이 쓰였다. 바라라는 말의 기본적인 의미는 ‘덜어내다/군더더기를 떼어내다’는 의미라고 한다. 즉 무언가 창조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무질서(혼돈)를 덜어내고,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행위인 셈이다. **


정리가 끝나면 정돈을 한다. 정돈은 꼭 필요한 것들을 꼭 필요한 자리에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천지창조가 시작되고 난 다음 빛과 어둠이 나뉘고, 궁창(하늘)과 물(바다)과 뭍(땅)이 나뉜다. 세상이 창조되는 순간은 결국 혼돈이 정리정돈 되는 과정이다. 

정리는 단순한 청소가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내가 필요한 것에 집중하여 나다운 시간을 창조하기 위한 밑작업이다. 


어제 몇 시간에 걸쳐 집안 곳곳을 정리했더니 오늘은 정리할게 별로 없다. 그냥 아이들이 어질러놓은 물건들 몇 개만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니 아침이 한결 여유롭다. 이 여유가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으나 이제 아이들에게도 정리를 조금씩 가르치고 있으니 분명 점점 나아질 것이다. 



*참고로 히브리어는 오른쪽에서부터 읽기 때문에 우측에서 2번째 단어가 '바라'입니다.

 해당 원문의 대략적인 발음은 "베레시트 바라 엘로힘 엣 하샤마임 베엣 하아렛츠" 입니다.


**참고문헌 : 『정적』(배철현/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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