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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9. 2022

#_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다 수습하기 힘든 감정을 마주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를 잠시 내려놓고, 겸손을 배우는 과정이다.


작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세상이 닿아있던 그 어떤 지점을 잠시 잘랐다가

그 사람의 문장으로 다시 꿰매는 일이다.


책을 읽어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는 내 자존심만 읽은 것이다.


책을 통해 오늘도 잠시 나를 내려놓고

어느 작가의 삶을 집어들어본다.


마치 좀전까지 머물다 나간

그의 체취가 느껴지는 그의 방에 들어선 기분이다.

그의 삶에서 나는 내 기억을, 내 고집을, 내 쓸쓸함을 발견하고

이내 책을 내려놓는다.


10여년 전 어느 찻집에서 마신 뜨거운 아쌈티가

왜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수많은 기억에 닿아있는 감정의 실타레를 떨러뜨린 나는

저 멀리 굴러가는 기억의 조각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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