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좋아도 저마다의 밀도는 다른 법이다
며칠 전 길을 가다 초등학교 동창이랑 무척 닮은 사람을 봤다.
몇년간 연락이 뜸했던 친구인데, 덕분에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신호음이 한번 다 울리기도 전에 전화를 받는 친구.
"어 오랜만이야~"
"응 잘지내지?"
가벼운 인사와 함께 그간의 안부를 물어본다.
나는 요즘 압구정쪽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는데, 오늘 도산공원에 강아지랑 산책하러 나왔다고 했더니, 친구도 도산공원 근처의 센터에서 일한지 몇년 되었단다. 허허 이런 우연이. 왠지 전화를 한번 하고 싶더라니.
혹시 30분 전에 내가 본 사람이 너 아니었냐고 했더니 그건 아니란다. 그땐 수업중이었다고.
아이들은 잘 크고 있는지, 일은 잘 하고 있는지 등등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조만간 밥이라도 한끼 먹자는 말과 함께 통화를 마쳤다.
몇 년만에 하는 통화인데도 참 기분이 좋다.
저녁 무렵에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반가운 친구 전화에 기분 좋은 하루였단다.
참 고마운 일이다. 나의 짧은 안부가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다는 건.
문득 돌아보니 막상 초등학교 때는 그리 친하지 않았던 친구였고,
20대에 동창회에서 다시 만나 친해진 몇 안되는 친구였다.
그동안 만난 횟수도 5번정도 될까? 연락도 그리 자주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데 왜 늘 기분 좋은 만남인 걸까 생각해 보게 된다.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고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저마다 관계의 밀도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어떤 이는 마음에 담아두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레 끌리고 그리운 사람이 있는 반면,
좋은 관계로 지내려고 노력해도 자꾸 어긋나는 사람도 있게 마련이니까.
어쩌면 삶의 결이 비슷하거나 마음의 모양이 닮아서 조금 더 편한 건 아닐까 모르겠다.
이유없이 좋은 사람들은 콕 집어 말할 수 없는 삶의 묘한 공통분모들이 있었기에.
관계의 밀도란 애써 만들어가는 거라기 보다는 자연스레 만들어진다.
결국 내 삶의 결이 내 관계의 밀도를 만드는 척도가 되는게 아닐까.
주변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많은지, 아니면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은지
살아온 삶의 흔적들을 반추해 본다.
소중한 사람들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바쁜 일정들 속에서 잠시 압구정 로데오 어느 카페에서 도란도란 담소를 나눌,
기분좋은 햇살이 가득한 어느 봄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