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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Nov 10. 2022

#_너에게 가장 좋은 것을 줄게!

천국의 숟가락은 혼자 먹기엔 너무 깁니다.

천국과 지옥은 똑같은 구조의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 식탁은 가운데 맛있는 음식이 차려져 있고, 자신의 팔의 2배 길이의 숟가락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지옥에서는 서로 먼저 자신이 먹겠다며, 싸우며 결국은 아무도 먹지 못하는 광경이 펼쳐지지만,

천국에서는 서로 다른 사람에게 긴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먹여 줌으로써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식사시간이 된다고 하죠.


이 비유는 참 많은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쉬운 비유이니 일일이 설명하진 않겠습니다. 각자 느껴지는 마음이 답이겠죠?

저는 조금 더 깊이 있는 담론으로 설명해 볼까 합니다.


신은 본질입니다. 

전체면서 일부이고, 나에게도 있지만 타인에게도 있습니다.*


죄는 자만입니다. 

자만은 내가 더 옳다고 믿기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고, 타인을 경시하는 마음입니다. 결과적으로 신에서 떠난 상태입니다. 지금 선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존재라도 그로 인해 자만하면 결과적으로 죄의 방향성을 띄게 됩니다. 


구원은 겸허입니다. 나를 낮추는 자세를 말합니다. 

나를 낮추는 자세의 가장 적극적인 행동이 바로 사랑입니다. 사랑은 내가 아닌 타인을 향하는 마음입니다. 그것이 곧 신을 향하는 마음이자, 겸허한 마음입니다.

지금 악한 상태에 머물러 있는 존재라도 마음을 돌이켜 자신이 아닌 타인을 향하는 마음을 생기면 구원의 방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이 나만을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죄입니다. 자만이며, 독선입니다. 내가 하는 일이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그것은 구원입니다. 사랑이며, 진리입니다.


모두가 겸허한 마음으로 타인을 먼저 사랑하고 서로에게 배우려고 하는 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모두가 자기만을 생각하고, 어떻게든 남의 것을 빼앗아 오고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약탈하면서도 그런 자신이 옳다고 말하는 곳이 지옥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의 방향과 크기입니다.

타인으로 향하는 마음은 곧 신으로 향하는 마음이고**, 그렇게 모두를 위해 전체를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가 됩니다. 우리 몸을 생각해 볼까요? 심장은 모든 곳에 피를 공급하는 곳인데, 손만 이뻐해서 손에만 피를 잔뜩 보내고, 다른 곳에는 피를 적게 공급하면 어떻게 될까요? 잠깐은 손에 활력이 돌겠지만, 결국에는 손을 제외한 나머지 신체기관에서 피가 부족하여 결국 모든 기관이 마비되고 말 겁니다. 우리의 몸은 철저히 전체가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그게 오늘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몸에서 자기만 생각하고 증식하는 이기적인 조직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걸 암이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같습니다.

한 사람의 그릇(크기)은 그가 생각하는 ‘나’의 크기와 같습니다.

그저 내 몸 하나만이 나인 사람이 있는 반면, 내 가족까지 나라고 여기는 사람, 내 나라까지 나라고 여기는 사람, 온 인류를 나라고 여기는 사람. 이렇게 나의 범위에 따라 그 사람의 그릇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면서 나를 위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이타적인 것이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맹목적 이타심은 오히려 위험합니다. 내가 없으면 타인도 세상도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나와 세상이, 나와 타인이 연결되어 있다는 건 둘 다 굳건히 존재해야 가능합니다. 마치 악기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것은 그 양쪽 끝이 단단히 현을 붙잡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말이죠.


우리가 어떻게 세상과 연결되어야 할지 더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 요한복음 15장 

**마태복음 18장 4~5절

* 성경구절을 인용했으나 저는 성경 전체가 하나의 철학적 비유라고 생각하기에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해석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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