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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r 21. 2023

#_맛집과 인생의 놀라운 상관관계

오직 나만 대답해 줄 수 있는 단 한 가지에 대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타인에게 질문합니다.

물론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봐도 본인이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 샤보는 그의 책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오로지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이 존재한다.


인생의 중요한 질문일수록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입니다.

자신의 삶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일인데, 그것을 타인에게 물어봐서 해결할리 만무합니다.

비슷한 예로 이 질문도 있군요.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인지는 나를 아는 주변사람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겠죠. 가족이나 친한 친구, 지인들에게 물어보길 권합니다. 저는 학창 시절부터 오랜 시간 동안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네가 생각할 때 나는 어떤 사람이야?'라고요. 예상한 것과 비슷한 대답들도 있지만, 뜻밖의 발견들도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많은 책을 읽고, 생각이 조금 더 깊어진 이후에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그 질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평가받는 나를 이해하는 질문이 아니었던 거죠.

그 질문은 스스로에게 '나는 나 자신을 누구라고 정의하는가?'라는 의미로 해석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식의 관점을 가지고 신약성경을 읽으면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인물들을 해석할 수 있기도 합니다. 이런 관점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읽거나 들어보세요. 그들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살았는지 말이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의 정체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 답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그 질문에 대한 대답 여부가 진정한 어른과 아이를 나누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은 같은 맥락의 질문인 셈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을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일정한 나이까지는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없고, 태어난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진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다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테니까 말이죠.** 

하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고, 스스로 생각이 정립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평생 그런 질문해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어릴 적부터 그런 질문에 답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질문의 시기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하면 되니까요.


존재와 사유로부터, 둘의 가장 내밀한 만남에서부터 삶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 제기된다. 드디어 이곳까지 온 것이다. 이곳이 철학의 중심이다. 우리는 욕망하고, 해명하고, 해방하고, 자신을 알고자 애쓰고, 행동한다.
- 논피니토 : 미완의 철학 중에서


파스칼 샤보의 말처럼 철학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것이란 없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될 때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삶의 정체는 누구에게도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입니다. 그건 나 자신이 규정하는 문제니 까요. 마치 "나 오늘 점심에 뭐 먹고 싶지?"라는 질문을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물어보는 것과 같겠죠. 내가 뭘 먹고 싶은지는 나만 알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막상 고민해 보면 쉽지 않습니다. 점심메뉴를 정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게 되는 거죠. "오늘은 뭐 먹을까요?"라고요.


우리 인생에 대한 질문 역시 점심메뉴를 찾는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오늘 뭐 먹을지 고민해 봐야 좋은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어 보는 겁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알게 됩니다. 내 취향이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는 누구와 밥을 먹을 때 즐거운지 말이죠.


만약에 친구가 점심메뉴를 정하지 못하고, 뭐 먹지? 이거 먹을까? 이게 정말 맛있을까? 맛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면 뭐라고 말할 것 같나요? 

'그만 좀 고민하고 그중에서 아무거나 먹어'라고 하겠죠. 우리 인생도 비슷합니다. 

우선 경험해봐야 합니다. 맛보지 않고 맛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경험해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을 수 없거든요. 그러니 인생의 중요한 문제일수록 더 많이 고민하기보다는 더 많이 겪어보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만 경험하는 순간마다 깨어있어야겠지요. 어제 점심에 간 식당이 맛이 없다면, 오늘은 당연히 다른 식당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놀라운 건 인생에서는 맛없는 음식점을 계속 다닌다는 사실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더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지 다녀보지 않는 거죠.) 애석하게도 우리 인생은 우리 동네 맛집을 체득해 나가는 과정과 매우 비슷해서 직접 먹어보고 맛없는 집을 지워가면서 나만의 맛집지도를 완성해 나가야 합니다.

이때 질문이 생깁니다. 맛집은 리뷰가 있잖아요. 매우 정확한 지적이네요. 우리나라는 또 먹는 거에 진심이라 리뷰가 없는 집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렇죠?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인생에도 수많은 리뷰가 존재하는군요. '책'말이죠. 하지만 리뷰만 읽고 직접 가서 먹어보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처럼 책도 읽기만 하고 직접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물론 그 리뷰조차 안 보고 맛없는 인생을 계속 살아가는 분이 훨씬 많지만 말이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세상에는 정말 많은 맛집(꿈)들이 있고, 책으로 경험하든, 직접 경험하든 우리가 찾아가기만 하면 맛볼 수 있는 진미(삶의 목표와 성취)가 너무 많다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대수롭지 않게 쓰고 있지만, 저는 이 단순한 사실 하나를 깨닫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당신은 바로 깨달을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다시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그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경험을 하고 계신가요?




** 이해를 돕기 위해 나라를 기준으로 설명드렸지만 엄밀히 말하면, 어떤 나라에서 태어났느냐보다 내가 태어난 가족과 사회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고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 - 한스 로슬링 외『팩트풀니스』참조


*** 맛집리뷰는 유튜브에서 찾으시더라도 인생에 대한 해답은 책에서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과 생각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파스칼 샤보의『논 피니토 : 미완의 철학』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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