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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Apr 07. 2023

#_책은 음식이다

공부를 통해 부수고 씹어서 양분을 얻어라

책은 음식이다


우리는 분해된 음식만 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는다는 것은 것은 "음식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로 치환하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입으로 씹고, 위장에서, 소장에서, 대장에서 각자의 단계에 맞게 음식을 "소화"시킵니다.

결국 소화하지 못한 음식은 배출되어 버려질 뿐이지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이반 일리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책은 음식이다. 공부를 통해 부수고 씹어서 양분을 얻어라.


책이 음식이라면, 공부는 소화입니다. 즉, 앞서 언급한 대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치환하는 과정"인 셈이지요. 그게 공부입니다.


사람들은 책을 읽으면, 그저 한번 읽고 다시 안 읽습니다. 제가 누구보다 잘 압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심지어 줄 치고 메모도 해놓고는 다시 안 봅니다. 돌이켜 보면 다시 보지도 않을 걸 왜 그렇게 했는지 모르겠군요. 다행히도 지금은 저에게 필요한 건 몇 번이고 다시 봅니다. 그 지식을 충분히 곱씹어서 소화시키지 않으면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뀌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메모하고 표시해 둔 것들이 다시 읽을 때 엄청난 독서효율을 만들어 줍니다.



공부는 겸손함으로 완성된다


나는 감히 여러분 앞에서 나 자신은 교육과 관련된 어떤 것도 낮추어 본 적이 없으며, 오히려 남들에게는 농담이나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 만한 것에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단언한다.


책에서 인용된 후고의 글입니다. 배움을 대하는 그의 겸손한 자세에 절로 마음이 경건해지는 것 같습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을 부정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마치 입에 쓴 약이 몸에 좋듯이 훌륭한 배움은 불편합니다. 불편하지 않다면 진정한 공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커피와 공부가 찰떡 궁합인 이유도 그런 것 때문일까요? 쓰지만 각성되고 중독시키는 효과랄까요? ㅎㅎ

늘 내가 알고 있던 것만 반복하는 건 공부가 아닙니다. 그건 자신의 편협함을 강화할 뿐이지요.

우리가 요구르트를 먹는 이유는 단 맛 때문이 아니라, 유산균 때문이잖아요. 독서도 즐거움을 쫒아 시작하지만 결국 나를 성장시키는 지점은 즐거움 너머의 나를 깨뜨리는 불편함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후고의 말처럼 어떤 것도 낮춰보지 않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때론 터무니없어 보이는 것에서도 큰 깨달음이 얻어지는 법이니까요. 훌륭한 스승(사람,책,기획 등)은 예비되어 있는 게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만 나타나는 법입니다.



공부가 곧 질서다


언젠가 천지창조를 정리정돈에 비유한 적이 있습니다.

혼돈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 것(정리)이 "창조"이고, 그렇게 창조된 세상을 빛과 어둠으로, 하늘과 땅으로, 물과 뭍으로 나누는 과정이 "정돈"이라고 말이죠. 공부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부한다는 것은 내면의 질서를 잡는 행위입니다. 마구 뒤섞인 "정보의 카오스(혼돈)" 속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꼭 필요한 질서만 남기는 것이지요.


'질서를 잡는다는 것'은 신이 창조 행위 때 확립한 그 우주적이고 상징적인 조화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질서를 잡는다'라는 것은 미리 생각한 주제에 따라 지식을 조직하거나 체계화하는 것도 아니고 지식을 관리하는 것도 아니다. 읽는 사람의 질서가 이야기에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읽는 사람을 질서 안에 집어넣는다. 지혜의 탐색이란 우리가 페이지에서 만나는 질서의 상징을 탐색하는 것이다.


우리는 읽고 쓰는 행위를 통해 나와 세상을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해의 폭이 넓어질수록 우리 내면에 더 정교한 질서가 확립되게 됩니다.

질서는 곧 자연입니다. 자연은 "스스로(自) 그러한(然) 상태" 곧 무의식적 상태입니다.

그러므로 공부를 통해 내면의 질서를 확립한다는 것은 나의 무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나의 삶 전체를 바꾸는 일이 됩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이반 일리치의 <텍스트의 포도밭>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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