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May 11. 2023

#_궁극의 글쓰기, 완벽한 독서법

매일 최고의 삶을 향해

오늘은 느린 독서 수업과정(축적과정)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4월까지는 속독과정을 진행하다 보니 저도 빠르게 읽는 책의 양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덩달아 구입한 책도 50권이 넘어가네요. ㅜㅜ 한동안 책구매를 자제하고 있다가 이번에 또 봇물 터졌습니다. 그나마 밀리의 서재가 있어서 이 정도라는..ㅎㅎ (암튼, 밀리는 사랑입니다~^^)


암튼 지금까지 계속 양적 확장에 집중하는 시기였다면 오늘부터는 저도 함께 느린 독서에 조금 더 매진해 보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생각하는 독서와 글쓰기에 대해 정리해 볼까 합니다.


느린 독서의 핵심은 3가지입니다.


1. 다시 읽기(재독, 再讀)

재독은 다시 읽는 독서이다 보니 사실 처음보다 훨씬 빨리 읽어지는 게 보통입니다. 그래도 한 권의 책을 다시 읽는 것 자체가 (아직 제대로 재독의 기쁨을 알지 못하는) 많은 분들에게는 낯선 일이고, 비효율적인 독서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독만큼 가성비가 좋은 독서가 없습니다.


우리가 만약 정말 맛있는 맛집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전히 세상은 넓고 맛집은 많으니까 계속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다녀야 하나요? 아니면 종종 그 음식이 생각날 때면 그 집을 다시 들리게 되나요?

답은 정해져 있죠. 독서도 똑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은 다시 맛보고 싶은 음식과 비슷합니다.


다시 읽고 싶다는 건 내가 이 책에서 두고두고 얻을 무언가가 있다는 거죠. 우리는 좋은 책을 다시 읽으면서 빠르게 나에게 필요한 지적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몇 년째 다시 읽는 책들이 있는데, 언제 읽어도 저를 늘 자극시켜 줍니다. 하도 여러 번 읽고, 접고, 줄 쳐서 팔 수도 없습니다. ㅎㅎ 물론 정가의 몇 배가격에 팔라고 해도 안 팔겠지만요.



2. 쓰기(삼서, 三書)


쓰기는 독서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저는 독서(讀書)를 "책(書)을 읽는(讀) 것"이 아니라, "읽고(讀) 쓰는(書)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아무리 많이 읽어도 쓰지 않으면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책을 많이 읽고 나서 후회한 유일한 한 가지는 더 많이 쓰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우리 시대 교육이 읽기와 쓰기의 동시성이라는 이치를 외면한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쓰기를 배제한 채 읽기만 하기 때문이다. 글쓰기가 배움의 핵심이자 정점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다. (중략) 읽으면 써야 한다. 들으면 전해야 한다. 공부도 학습도 지성도 최종심급은 글쓰기다.


고미숙 작가는 "읽기와 쓰기의 동시성"을 말합니다.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읽기와 쓰기는 양립보행과 같습니다. 왼쪽 다리(읽기)와 오른쪽 다리(쓰기)입니다. 굳이 구분해서 설명해서 그렇지 우리는 그냥 두 다리라고 부르는 것처럼 읽기와 쓰기는 두 다리입니다. 읽었으면 써야 하고, 쓰고 나면 또 읽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다리의 균형이 잘 맞을수록 더 빨리 달릴 수 있습니다.


제가 수업 때 알려드리는 쓰기는 총 3가지가 있습니다.


1) 적록(摘錄, memo) : 나중에 참고하기 위해 간단히 적어놓는 것을 적록, 혹은 적바림이라고 부릅니다. 쉬운 말로 메모(memo)입니다. 메모는 말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가능하면 바로바로 해두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독서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짧은 양의 텍스트를 읽어도 떠오르는 생각이 매우 많아집니다. 그중에서 중요한 건 바로 붙잡아 두어야 기억할 수 있습니다.


2) 초서(抄書) : 초서는 책의 내용 중 중요한 문장을 따로 적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 제가 인용한 문장처럼 똑같이 써보는 것이지요. 강의를 들을 때 강의내용 중 인상적인 멘트를 그대로 옮겨 적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책에 나와있는 걸 왜 굳이 또 써야 하나 싶겠지만, 그렇게 가려내서 쓴 것들이 결국에는 나에게 남는 지식이 됩니다. 분명히 읽었던 책인데 기억나는 게 없다면, 아무것도 쓰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손으로 무언가를 쓰는 행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학습과 기억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3) 필사(筆寫) : 마지막으로 필사가 있습니다. 필사는 책의 일부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인데요. 초서와는 또 다른 강력함이 있습니다. 필사를 해보면 눈으로만 읽을 때는 알 수 없는 행간에 숨겨진 작가의 의도나 진심, 감정 등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좋은 책이라면 일부분이라도 통째로 필사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흔히 이해하는 "읽는 방법"으로써의 쓰기라면, 반대로 쓰기를 위한 읽기도 있습니다.

(너무 멀리 가면 힘들어하실 테니, 그 부분은 다음에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3. 실행(實行)


실행은 독서의 열매입니다. 읽고 쓰는 것의 결과물이자, 우리 삶 자체입니다.


독서를 기승전결로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기는 속독입니다. 빠르게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필요한 책을 발견하는 과정이죠.

승은 재독입니다. 빠르게 읽으면서 발견한 좋은 책들을 다시 읽으면서 더 깊이 그 내용을 흡수합니다.

전은 쓰기입니다. 읽은 내용 중에 중요한 내용을 추려서 쓰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계획을 쓰고, 실제로 행동해야 할 목록을 씁니다.

결은 실행입니다. 독서의 기승전은 모두 행동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허무합니다. 음식을 눈으로만 보고 냄새만 맡는 것과 같습니다. 음식은 먹어야 의미가 있는 것처럼 독서도 읽고 나서 행동해야 무언가 달라집니다. 어쩌면 다시 읽고, 쓰는 일련의 과정은 실행을 위한 준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느린 독서는 이렇게 3가지가 결합되어 완성됩니다. 이게 진짜 독서입니다.


아직 한번 읽기만 하고 다시 읽어 본 책이 없다면,

늘 읽기만 하고, 뭔가 써서 남겨놓지 않았다면,

읽고 쓰기는 했지만, 정작 실행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진짜 독서를 경험해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데 글쓰기가 막힌다면, 오른쪽 다리를 뻗을 만큼 뻗었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왼쪽 다리(읽기)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생각하시면 수월해 집니다. 반대로 책은 계속 열심히 읽는데 뭔가 정체되어 있고 답답한 마음이 든다면, 왼쪽 다리만 쭉 내민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오른쪽 다리(쓰기)를 움직일 차례입니다. 저는 종종 책을 읽고 쓰는 과정이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그렇게 매일 달리는 것일까요? ^^;;)

우리의 달리기는 명확한 목적지가 있어야 합니다. 그게 한 권의 책을 쓰는 것일 수도 있고, 프로젝트 기획일 수도 있고,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과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확실한 목표점을 알고 그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도착한다는 사실입니다. 중간에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결국 느린 독서란,

읽고 쓰고 실행하면서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는 일입니다.


우리 오늘도 함께 손잡고 걸어볼까요?

매일 뚜벅뚜벅, 때론 전속력으로.

그러다 넘어지면 서로 일으켜 세워주고, 토닥토닥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면서 말이죠.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고미숙의 <읽고 쓴다는 것, 그 거룩함과 통쾌함에 대하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책은 음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