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가 더 빛나는 이유다.
백(白)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얗다고 느끼는 감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을 찾아서는 안 된다. 하얗다고 느끼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책을 펼치고 이 문장을 느꼈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과 내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는 앎을 통한 황홀함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백(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색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문화 속에 존재하는 감각의 자원을 밝혀내는 시도라고 말합니다. 즉 "간결함과 섬세함을 낳는 미의식의 원점"을 백이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보자는 말일 겁니다.
『白』을 쓴 작가 하라 켄야는 우리가 잘 아는 무인양품(MUJI)의 아트디렉션 담당이자, 무사시노미술대학 교수, 일본디자인센터 대표를 역임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최근에는 샤오미의 새 로고를 디자인한걸로도 알려져 있죠. 처음에는 공(空)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고 결국엔 백(白)이 되었다는군요..ㅎㅎ
공백(空白)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 두 단어는 연결되어 있다고 하면서요.
오늘 문장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가 세상을 보는 방식이 남들과 다르기 때문이고, 우리는 거기서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하얗다고 느끼는 감수성이란 무엇일까요? 하얗다고 느끼는 방식이라는 건 또 뭘까요?
사실 하얗다는 것이 어떤 정의인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얀 것을 보고 저런 질문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것이죠. 우리는 저마다 동일한 걸 보지만 다 다른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다르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게 아니라 미세하게 다르다는 거죠.
위에 제가 글을 쓰고 있는 화면의 배경(다크모드로 보는 분도 있을 수 있어 일부러 캡처했습니다.)도 하얀 바탕이지만 저게 과연 완벽한 흰색(#ffffff)은 아닐 겁니다. 심지어 더 노란빛이 감도는 아이보리 색이라도 우리는 그냥 하얗다고 부르지요. 즉, 실제로 완벽한 흰색인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하얗다"고 느끼는 그 감수성이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저 "白"을 "브랜드"로 표현해 보면 어떨까요?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갖고 싶다고 느끼는 감수성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를 찾아서는 안된다. 갖고 싶다고 느끼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은 처음부터 그 브랜드가 존재했기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것을 갖고 싶다고 느끼게 만든 어떤 감수성이 먼저 존재했던 게 아닐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저 그 브랜드를 봐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겠지만, 사람들이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느끼는 욕망의 방식을 찾는다면 어떤 브랜드든 성공의 원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서는 끊임없이 "白"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만, 읽는 내내 무언가를 계속 건드리는 듯한 간지러움과 묘하게 연결되는 통찰들을 느낍니다.
마치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순백의 공간을 탐험하고 온 듯한 착각이 듭니다.
잠시 내 마음을 하얀 백지 위에 가만히 내려놓아 봅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