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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09. 2023

#_36시간 지났고, 36시간 남았습니다

몸과 마음을 비울 때 지혜가 떠오른다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나 자신을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꼭 필요한 영상만 보려고 유튜브에 들어갔지만, 무의식 중에 30분 넘게 다른 흥미로운 영상 속을 헤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많습니다. (알고리즘이 이제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시대입니다.)

오늘 저녁은 간단하게 먹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밥도 먹고 맥주도 먹고 치킨도 먹고 "아 너무 배불러"라고 말하는 저를 보게 됩니다. 이처럼 우리의 의식과 달리 나의 무의식은 이미 설정된 디폴트값에 따라 행동하게 만듭니다.

만약 아침에 오늘 할 일을 입력해 놓으면, 자동적으로 완벽하게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반드시 성공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어떻게 자신을 통제할 수 있을까요?


숨, 잠, 밥 3가지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인생도 원하는 대로 통제할 수 있다.

위 문장은 최근에 생각한 저의 가설입니다. 아직 검증하진 않았지만, 지금부터 차차 검증해 보려 합니다. 만약 사람이 자신의 숨(호흡), 잠(수면), 밥(식사) 이렇게 3가지만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인생 전체를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3가지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입니다.


헤세의 소설에서 싯다르타가 할 수 있다고 말한 3가지가 생각납니다.

"나는 생각할 줄 압니다. 나는 기다릴 줄 압니다. 나는 단식할 줄 압니다."


이야기하다 보니 조금 거창해졌습니다만,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매일 겪는 아주 반복적이고 사소한 일들입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것도 사소한 것들이고,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도 결국 사소한 것들입니다.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들을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지혜라고 할 것입니다.


최근에 읽었던 김승호 회장의 <사장학 개론>에서 놀라운 글을 만났습니다.


나는 이런 중요한 결정을 앞두면 금식을 한다. 최소한 3일 정도다. 시간으로 72시간 정도다. 이런 금식은 스스로 몸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비움을 통해 내적 고민의 깊이를 가늠하고 기본 욕망이 배제된 상태에서 가능한 가장 고결한 선택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 3일 금식을 한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밥을 배부르게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뭔가 배부르게 먹어야 밥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을 느끼는 저와는 사뭇 다른 접근입니다. 반성하게 됩니다. 제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겠습니다. 모르지 않았지만, 이제껏 그렇게 해왔으니 매일 똑같이 반복했을 겁니다. 무의식의 디폴트값에 따라 늘 하던 대로 말이죠.


삶을 바꾸는 것은 이런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바꾸는 것에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어제 하루 단식을 해보았습니다. 처음부터 3일 단식은 약간 무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우선은 36시간 단식부터 해보기로 했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37시간이 지났습니다. 다행히 큰 저항은 없어서 조금 더 유지해보려고 합니다. 1차 목표는 달성했으니 억지로 72시간을 하려 하지 않고, 36시간을 넘어선 시점부터 초과달성의 기쁨을 누리는 방식으로 부담 없이 제 자신을 지켜봐야겠습니다. 몸이 비워지니 마음도 조금 더 가벼워지는 느낌입니다.


어제는 잠자리에 누워서 묘한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더 큰 자유로 한걸음 다가서는 기분입니다. 하루 금식은 여러 번 경험했지만 어제와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습니다. 역시 어떤 마음가짐이냐가 더 중요한가 봅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매 순간의 숨을, 한 끼의 식사를, 하루의 잠을 다스려보려 합니다. 쉽지 않겠지만, 잘 해내면 그만큼 더 기쁠 것 같네요. 어차피 한 번의 공방으로 승패가 갈리는 경기가 아니라, 평생을 이어나가야 할 습관이자 삶의 태도를 만드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그동안 아무거나 너무 "잘" 먹었던 저를 돌아봅니다. 잘 먹는다고 칭찬받았던 어린 시절의 미소가 떠오릅니다. 이제 내려놔야겠습니다. 몸과 마음을 천천히 비우고, 그 자리에 조용히 찾아올 지혜를 기다려 봅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김승호의 <사장학개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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