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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3. 2023

#_72시간 단식 (방법, 후기, 보식)

배고픔을 참는게 아니라, 음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일부 책을 학습하면서 얻게 된 지식을 나누는 것이 목적입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이나 학계의 주장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는 점 참고 바랍니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몸을 스스로 판독하고 자신에게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스스로 찾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몇 달 사이에 몸 컨디션이 조금 안 좋아졌습니다. 아무래도 다른 때보다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다 보니 활동시간이 많이 줄었던 것이 가장 큰 원인 같고, 새로 이사 온 사무실에 적응하면서 약간의 새집증후군 영향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웠을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 4월 이후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환기를 지속적으로 시키지 않으면 공기가 많이 탁해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2-3월에는 사무실에 와서 명상하고 늘 몸이 가뿐했는데, 지난 2달 사이에 자꾸 컨디션이 떨어지는 날이 많았습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번에 72시간 단식을 하게 된 물리적인 이유입니다. 

여러 책을 통해 늘 많이 먹는 것이 우리 몸을 망가뜨리는 원인이고, 적게 먹고 건강한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 몸을 회복하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일상에서 실천하기가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처음 3일 단식을 도전해 보았습니다.


- 마지막 식사 : 6월 7일 밤 9시경

- 단식 날짜 : 6월 8일, 9일, 10일

- 첫 보식 : 6월 10일 밤 10시 30분경 -견과류(30g :아몬드, 캐슈넛, 호두), 방울토마토 5알

- 총 단식 시간 : 73시간 30분


단식을 하는 3일 동안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었습니다.  그리고 후나세 순스케의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라는 책에서 충격적인 실험결과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코넬대학 교수이자 영양학자인 클리브 맥케이(Clive McCay)는 열량 섭취를 40퍼센트 줄인 쥐가 다른 쥐보다 두 배나 오래 산다는 사실을 담은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먹고 싶은 만큼 먹은 쥐가 소식한 쥐보다 수명이 절반이나 짧다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소식이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는데, 그 이야기의 과학적 근거가 아닐까 싶네요. 다른 다양한 연구결과들도 나와있었는데, 저는 위의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가진 몸은 한정된 자원인데, 내 몸이 필요한 음식보다 더 많이 먹을수록 내 몸의 소중한 자원을 스스로 깎아먹는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을 때 소화와 흡수에 드는 에너지는 마라톤을 풀코스로 완주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 몸은 먹은 것을 소화하는 것에 엄청난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이 에너지를 절약하고 보다 생산적인 것에 쓸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식사를 하고 나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중요한 강의나 작업을 할 때는 식사를 거르는 일이 많았는데요. 어쩌면 그게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책내용을 다 소개하자면 너무 길기 때문에 제가 발견한 단식의 효과들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래 내용은 <독소를 비우는 몸>에 소개된 내용을 대체로 참고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1) 인슐린 수치 내려감→ 인슐린 민감도 향상

2) 성장호르몬 증가

3) 체중 감량 : 단, 단기적으로 빠지는 체중은 대부분이 수분임

4) 오토파지(autophagy) : 자가포식이란 말로 체내에 불필요한 노폐물을 제거하는 활동 증가

5) 지방연소가 증가한다 

6)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내려감

7) 수명이 연장된다

8) 염증이 감소한다

9) 수명이 연장됨(노화가 늦춰짐)

10) 정신이 또렷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진다.


모든 의약품 중 최고는 휴식과 단식이다.
- 벤저민 플랭클린

아픈 사람에게는 최고의 약과 최고의 의사보다 약간의 굶주림이 더 나을 수 있다
-마크 트웨인


정말 많은 효과가 있다고 나오는데, 이제 한번 체험했다고 저 모든 효과를 뚜렷하게 경험해 보긴 어렵기 때문에 저는 제가 1차적으로 경험한 것만 작성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물단식이며, 하루에 1.5잔 정도의 아메리카노만 추가로 섭취한 단식입니다.


<단식 1일 차>

평소에도 간헐적 단식(16:8) 패턴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날 일이 많아서 업무적인 스트레스로 인한 컨디션 저하가 있었는데, 잠시 산책하고 오니 많이 좋아졌습니다. 밤까지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 작업을 했기 때문에 저녁 이후에는 당연히 배가 고팠는데 물 마시면서 잘 참았습니다. ^^


<단식 2일 차>

단식을 하더라도 자고 일어나면 확실히 배고픔은 많이 없어지는 것 같고요. 2일 차 오후가 되니 몸에 힘이 많이 없고, 손끝이 저리는 현상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경험하는 현상이라고 하더군요. 이 날은 하필 아이들이 라면을 먹는 날(월 1회)이라서 제가 짜파게티를 사서 맛있게 해 주고 처음으로 안 먹은 날이 되었습니다. (참 맛있어 보이더군요..ㅜㅜ)


<단식 3일 차>

단식 3일 차가 되니 오늘은 단식을 끝나고 다시 먹을 수 있다는 마음에 오히려 2일 차 보다 더 마음이 편했습니다. 오전에는 평소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잔 마셨고요. 해야 할 일도 잘 처리하고 오후에는 단식을 마치고 먹을거리를 사러 장을 보러 갔습니다. 사무실 근처에는 마땅한 마트가 없어서 편의점에 갔는데, 편의점에는 정말 건강한 식재료가 거~~의 없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라고 돌아왔습니다. (제가 찾은 건 물, 바나나, 김치 정도였네요) 하는 수 없이 다른 갈만한 곳을 찾아보니 동대문 쪽에 노브랜드 매장이 있어서 거기로 갔습니다.

사골육수와(첨가물 없는), 된장찌개 재료묶음, 버섯, 방울토토마토, 견과류(하루견과), 바나나 등을 구입했습니다. 갈 때는 부담 없이 걸어갔는데, 올 때는 짐이 많아서 부득이 버스를 한번 타고 왔습니다. 확실히 배가 고파서인지 조금 힘들었습니다.

장을 보고 와서 힘들어서 잠시 소파에 누웠다가 다시 일을 시작했는데, 신기한 건 정작 단식 70시간이 넘어가는 시점부터는 배고픔도 없어지고, 집중력이 엄청나게 높아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때 집중적으로 관련 도서들을 독파할 수 있었습니다. 


<첫 보식>

제가 선택한 첫 번째 보식은 견과류와 방울토마토였습니다. 하루견과에서 건포도를 제외한 견과류(아몬드, 캐슈넛, 호두)만 골라서 먹었습니다. 대략 30g 정도인 것 같습니다. 방울토마토는 5알을 먹었습니다.

우선 책을 보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72시간을 넘어 1시간 반을 더 보낸 후에야 보식을 먹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집중력이 높아져서 책 읽는 게 너무 재미있었던 것도 있었고,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넘길까 하다가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가볍게 견과류만 먹었습니다.(먹은 시간 10시 30분경, 잠든 시간 새벽 2시경)


<배변활동>

먹은 게 없으니 3일 동안 배변활동을 못하다가 견과류 먹고 2시간쯤 지나니 배가 살살 아파오더니 화장실을 가게 되었습니다. 제 느낌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몸에 있는 독소들이 빠져나와서 그런지 색이 무척 탁하게 보였고, 반쯤은 설사하듯이 일을 봐야 했습니다. 일을 보고 나니 한결 몸이 가볍고 상쾌해진 기분이었습니다.


<단식 4일 차>

다음날은 11시 30분경에 점심을 먹었는데요.

제가 선택한 메뉴는 버섯, 양파, 호박, 감자 등을 넣은 '사골된장국'이었습니다. 밥은 많이 먹고 싶지가 않아서 2숟가락 정도만 먹고, 국만 야채 듬뿍 떠서 한 그릇 먹었더니 다른 반찬 없이도 배부르더군요. 이렇게 2회 보식 이후에 저녁에는 평소대로 먹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양이 줄어서 평소의 절반정도만 먹었는데 이미 배가 불러서 그만 먹었습니다.


<체감한 변화들>

- 단식 초기에는 짜증이 쉽게 나거나 힘이 없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몸에 당이 떨어졌을 때 겪게 되는 경험으로 조금 더 시기가 지나면 몸은 체내에 남아있는 포도당과 간에 저장된 글리코젠을 소모하고 나면 지방을 연소하면서 케톤체를 만들어 내게 된다고 합니다. (이 시기부터 아마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향상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 평소에 커피를 마셔와서 그런지 커피 한잔이 칼로리는 거의 없지만, 식욕억제에는 도움이 되었다고 느낌(극심한 배고픔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음)

- 배고픔의 관점이 아니라, 내 몸이 음식에서 자유로워지는 관점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함

- 3일째 70시간 이후 상당히 기분 좋은 집중력을 경험함

- 피부가 좋아짐 : 근래 들어 얼굴이 많이 푸석거리는 느낌이었는데, 한결 매끈해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 염증이 사라짐 : 단식 2일 차부터 비염과 피부염증 등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 배고픔에 대한 자유로움 : 단식 3일 이후 다시 먹기 시작한 지 3일 되었는데 여전히 음식에 대한 욕망이 크지 않습니다.(책을 읽어보니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서 이건 사람 따라 차이가 많이 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성취감 :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 보는 미션을 시작하고 잘 마무리한 작은 성취감이 있습니다.


<다시 한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

- 시작 시간 : 마지막 식사가 저녁이 아닌 점심이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면 마지막날은 수월한데, 2-3일째가 더 힘들지는 미지수입니다.

- 커피 : 가능하다면 커피도 안마시고 순수한 물만 마시면서 3일 단식을 하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보식 : 보식 식단을 3일치 이상 미리 준비해두고, 크게 신경쓰지 않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저의 첫 3일(+1일) 단식의 기록입니다. 그리 대단할 건 없는 것 같고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3일째가 신기했는데요. 왜 72시간을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단식하면서 알게 된 것들>

현대 식생활의 문제점 중 하나는 우리가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자신의 감각을 더 이상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략) 하지만 주의만 기울인다면 우리의 감각은 입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알려줄 것이다.


비 윌슨이 지은 <식사에 대한 생각>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저 역시 현대인의 입맛에 길들여져서 내 몸에서 정말 원하는 소리를 듣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느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단식을 한 후에 가장 기분 좋은 변화는 음식의 종류와 먹는 양에 대한 감각이 보다 민감해진 것입니다. 의식하지 않으면 고도로 가공된 음식들이나 수많은 인공첨가물들로 인해 우리 몸에 보이지 않는 독소가 쌓여가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심플한 방법이 단식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처음부터 다 계산하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우선 제가 단식한 목적은 다이어트가 아니었고, 디톡스와 정신적인 부분에서의 "자유와 통제"의 힘을 얻기 위한 단식이었기 때문에 체중변화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는 3kg 정도 줄어들었지만 이건 대부분 다 수분일 거라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단식을 마치고 이후로 3일째인데, 며칠간 먹은 식사량은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양인데도 불구하고 전~혀 배고프지가 않다는 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하겠습니다. 덕분에 간헐적 단식(18:6)을 무리 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단식을 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정말 몸이 가벼웠는데, 다시 식사를 하고부터는 약간의 저항이 생겼습니다. 아마 보식을 충분히 더 지속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신적으로 얻고자 했던 나 자신에 대한 통제력과 그를 바탕으로 한 식사로부터의 자유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식을 시작하던 시점에는 후라이드 치킨이 무척 먹고 싶었는데ㅎㅎ 막상 단식을 하고 나니 치킨은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먹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졌습니다. 그냥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한식을 적당히 먹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견과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첫 번째 보식으로 먹어서 인지 정말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캐슈넛이 그렇게 달콤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네요. 


오늘 글은 지난 며칠간의 "관찰과 기록"에 집중된 글이네요. 이 글을 읽고 굳이 단식을 시도해 보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건강을 찾아가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는 제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내용들을 써보려고 했는데, 그런 내용을 쓰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에서 얻은 간접경험이 아니라 내 몸으로 직접 느끼는 경험을 더 해 보고 싶습니다. 가능하다면 건강한 단식방법을 활용한 일상루틴을 최소 1-2달 이상은 지속한 이후에 다음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단식관련 이전글>

- 36시간 지났고, 36시간 남았습니다 : https://brunch.co.kr/@listans/381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후나세 순스케의 <절반만 먹어야 두 배 오래 산다 >, 비 윌슨 <식사에 대한 생각>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추가로 제이슨 펑, 지미 무어 <독소를 비우는 몸>, 제이슨 펑 외 2명 <잠시 먹기를 멈추면>, 김상만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마라>, 조환경 <환자 혁명>, 데이브 아스프리 <최강의 식사>, 지미무어, 에릭 웨스트먼 <지방 태우는 몸>등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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