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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03. 2023

#_비어있는 가벼움과 먹는 즐거움

먹는 즐거움 그 이상의 길고 충만한 기쁨

지난달 시범삼아 도전해 본 3일 단식을 기점으로 식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3일 단식 이후에도 매일 최소 16시간~22시간가량 공복시간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매일 비어있는 가벼움과 먹는 즐거움 둘 다 충족되는 기분입니다.

사실 저는 충분한 시간(최소 3~6개월 이상)을 들여 검증된 상태가 아니고, 이제 4주째 경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제가 글로 남기는 건 한 개인의 기록정도로만 참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21시간째 공복상태입니다. 어제 가족들과 맛있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아내와 잠시 카페에서 빵을 곁들여 커피를 마셨습니다.(오후 2~3시 무렵) 그때부터는 다음 날 점심시간이 12시까지 물 외에는 다른 건 먹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배가 안 고픕니다. 오히려 어제저녁에 아내와 딸을 위해 예전에 사놓았던 메로구이를 해줬는데, 그때 조금 유혹이 있더군요.

그런데 3일 단식 때도 이틀째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면서 유혹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때의 기억 덕분인지, 이후에도 제가 함께 먹지 않을 때도 요리는 해주는 게 점점 수월해지고 있는 기분입니다.


3일 단식(6월 8~10일) 후 시간제한 단식을 실천한 건 딱 3주가 지났네요.

처음에는 하루에 6시간(점심-저녁) 먹고, 나머지 18시간은 공복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요. 막상 해보니 배고픔의 유혹보다는 몸이 확실히 쉬어주고 회복하는 느낌이 훨씬 더 기분 좋아져서 자꾸 공복 시간이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최근 일주일은 하루 빼고는 하루 1식으로 지내고 있는 중입니다. 한 끼를 맛있고 여유 있게 먹고, 일부 간식(빵, 과일, 과자 등)도 먹는 시간 내에서는 큰 제한 없이 먹고 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사실들을 조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1. 단식을 통한 수면의 개선

살이 쪄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저녁에 물 이외에 아무것도 안 먹는다는 점입니다. 저녁 공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수면의 질 때문입니다. 최소한 잠자기 3시간 전부터는 안 먹어야 보다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 몸의 건강은 좋은 수면과 직결되어 있으니 그게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이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제가 원하는 이상적인 수면상태는 이루지 못해서 다른 환경도 추가로 점검해 보려 합니다.


2. 공복이 기본

짧은 시간에 식생활 패턴이 많이 바뀌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적응을 잘하고 있어서 좀 놀라고 있긴 합니다. 일주일에 5일 이상은 처음에 목표했던 시간(18시간)보다 1시간 이상 공복상태를 더 유지하게 되었고, 지금은 목표를 20시간으로 맞춰놓는데도 대부분 초과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뀔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마음 상태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매번 밥때마다 밥을 안 챙겨 먹으니까 너무 편합니다. 계속 내가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시간이 더 길게 보장되어서 좋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안 먹고 몸이 비어 있는 상태가 가장 기분 좋고, 딱 기본상태라고 느껴집니다.

기준이 바뀐 셈입니다. 예전엔 뭔가 자꾸 먹어서 힘을 내려고 했었는데, 그게 얼~마나 무지한 행동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은 몸의 대사의 균형이 조금 더 갖춰져서 그런 것일 뿐, 균형이 무너지면 얼마든지 이전 식습관으로 쉽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조금 더 제 몸의 변화를 예민하게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3. 내 몸 상태에 대한 자각

단식을 통한 다이어트가 가장 안 좋은 방법이라고 배웠고, 안 먹어서 뺀 살은 오히려 요요현상을 만들기 때문에 이번에 단식을 한건 다이어트는 거의 배제하고, 오직 몸의 컨디션을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것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쨌거나 먹는 양이 많이 줄어서인지 체중은 4주 만에 5kg이 줄어들었습니다. 일단 다시 몸이 조금 가벼워져서 좋습니다만, 혹시라도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이 방법을 따라 하시는 걸 권하진 않습니다.

우선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현재의 몸상태가 다 다릅니다. 영양이 과잉인 사람도 있고, 반대로 영양이 결핍인 상황인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 간의 상태가 매우 건강한 사람도 있지만, 여러 이유로 혹사당해서 간의 컨디션이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건 자기 몸상태를 타인에게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느끼고 자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신체적인 자각을 넘어 심리적인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앞에서 제가 보통 다이어트를 하는 분이라면 먹지 않을 식단도 큰 저항 없이 먹고 있는데, 그건 먹고 싶은 걸을 먹겠다는 심리적 만족을 채워주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제 방법이 옳은 방법인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과정임을 느낍니다. 예컨대 이전에 몇 번 먹었던 너무 맛있는 과자가 있었습니다. 바닐라 웨이퍼롤이었는데, 그동안 안 먹다가 며칠 전에 식사 시간에 마침 보여서 먹었는데, 역시 맛있긴 한데 너무 달아서 조금 역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먹고 싶은 걸 먹었으니 심리적인 만족을 얻긴 했지만, 내 몸에서는 이제 이렇게 단 건 별로 먹고 싶지 않다는 느낌도 동시에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고작 과자 한 봉지 다 먹는데 3일 걸렸네요.ㅎㅎ 예전 같으면 20분 컷이었을 텐데 말이죠. 이건 하나의 예지만 이런 사소한 경험이 제 뇌에 저장된 왜곡된 음식정보들을 바로 잡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전에는 점심 식사 이후에 식곤증이 무척 심했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소화에 필요한 에너지가 그만큼 여유가 생긴 덕분인 것 같습니다. 다만 점심 메뉴에 따라 컨디션이 좋아지거나 힘이 나는 메뉴가 있는 반면 먹고 나면 힘든 메뉴들도 있습니다.


콜린 캠벨 교수의 <당신이 병드는 이유>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시스템 안에서 살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시스템에 흡수되고 그 시스템 안에서 생각하게 된다. - 제임스 W. 더글라스


건강과 식단에 대한 책이지만, 어느 챕터 도입부에 소개된 인용문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현재의 내 몸, 정신, 관계, 재정상태 등 많은 것이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그 시스템 속에 살고 있을 때는 그 시스템 자체가 잘못되었더라도 틀린 걸 알면서도 그 시스템에 따라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진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면 과감히 그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야 합니다.


종종 저의 단식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겠지만, 이건 제 몸에 적용되어있던 과거의 시스템을 허물고 새로운 식습관 시스템을 적용해 가는 적응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컴퓨터도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려면 재부팅을 하고 다시 설치하는 제법 긴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나를 개선하는 일도 확실한 재설치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콜린 캠벨의 <당신이 병드는 이유>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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