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강사의 남모를 비밀
현재 글쓰기 수업 2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밤에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다만 읽고 쓰는 기쁨>과 매주 수요일 경기도 인재개발원에서 진행하는 <책쓰기 특기반> 수업입니다
둘 다 3월 중순부터 시작했는데, 아주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이건 비밀인데 말이죠.
사실 글쓰기 수업을 할 때마다 저는 제가 이 수업을 진행할 자격이 되는가를 반문하곤 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직 출간한 책이 2권밖에 없고, 필력도 대단할 게 없는 데다, 전공도 글쓰기와는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내세울 게 있다면, 독서를 잘한다는 거 정도겠네요.
이처럼 저는 완성형 강사가 아닌 성장형 강사이기 때문에, 저는 독서강의를 하면 함께 책을 읽고, 글쓰기 강의를 하면 함께 글을 쓰려고 합니다. 그동안 10번의 수업이나 모임을 진행하면서 대부분 매일 함께 썼습니다. (물론 못쓴 날도 제법 많습니다. ㅎㅎ)
사실 매일 함께 글을 쓰고 공유하는 일은 강사입장에서 제법 곤란한 일입니다. 정말 뛰어난 작가가 아닌 이상에야 매일 쓰는 글이 다 좋을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 입장에서는 '잘해도 본전'이기 때문입니다. 잘하면 "강사니까 당연히 잘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못하면 "글도 못쓰는" 강사가 돼버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ㅠㅠ
물론 제가 글쓰기 수업을 할 수 있는 강점은 단순히 글을 잘 쓰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강점이 더 많이 작용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피해 갈 수 없는 난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래도 저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매일 함께 쓰고자 합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게 저를 더 성장시키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제가 수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최선은 "좋은 강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행동하는 "모범"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년간 강의를 하면서 깨닫게 된 것은 더 좋은 지식을 알려준다고 해서 좋은 강사가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공감해 주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임을 느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지식을 통해 행동이 변화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가까이서 실제로 행동하는 것을 보고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지요.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저보다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래도 괜찮고요. 오히려 반갑습니다. 제 역할은 그분들과 경쟁하는 일이 아니라, 책이 완성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고, 그러기 위해서 매일 함께 쓸 수 있도록 러닝메이트가 되어드리는 일이니까요.
쓰다 보니 제가 무척 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꼭 그렇진 않습니다. 글에서는 항상 실제 저보다 조금 더 근사한 제가 말을 하곤 합니다. 필자로써의 제가 과장되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제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일 뿐 그것을 삶으로 살아내는 데는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존재하기 때문일 겁니다. 강의를 할 때도 그렇습니다. 준비할 때는 "진짜 대박이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실제 강의에서는 생각만큼의 반응이 없을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매 강의마다 총정리를 하면서 피드백을 하는데, 아쉬운 부분은 늘 있습니다.
머리로도 가슴으로도 느끼면서도 간혹 중심을 잃어버릴 때가 있어요. 혼자 힘이 빠졌다가 또 어떨 때는 기분이 업되기도 하고 그러죠. 당연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균형은 기대하지 않습니다. 평행봉을 걸을 때 양팔을 벌려 몸이 좌우로 조금씩 움직이며 계속 균형점이 바뀌지만 전체적으로는 흔들흔들거리면서 한 발 한 발 걸어가듯이 말이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처음부터 좋은 글을 쓰긴 어려울 겁니다.
20년 동안 수천 명이 넘는 작가를 양성해 온 로버타 진 브라이언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첫 단계에서 너무 섬세하고 흠잡을 데 없는 글을 쓰려고 하면 가능성이 움츠러들고, 창조성이 질식하게 된다.
그의 말처럼 처음 쓰는 글은 하나의 이정표입니다. 그 글이 당장 내 책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큼 완성된 글이 아닐지라도 내 안에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창조성을 발견할 수 있는 하나의 퍼즐조각이 될 테니까 말이죠.
만약 책을 쓰고 싶다면, 초고는 잘 쓰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쓰는 게 순서입니다. 우선은 써야 고칠게 생기니까 말이죠. 1층부터 만들어야 2층도 만들 수 있는 법입니다.
롤랑 바르트의 말처럼 글쓰기의 실천은 기본적으로 망설임들로 꾸며집니다. 오늘도 우리 망설이더라도 한 걸음 더 나아가 봅시다. 한 줄 더 적어 봅시다. 내가 쓰는 한 줄은 나를 성장시키는 아주 얇은 계단입니다. 한 줄 한 줄은 전혀 느껴지지 않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이면 어느새 부쩍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