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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May 04. 2023

#_연필깎기와 부자되기의 이상한 상관관계

전혀 다른 두 가지 일의 놀라운 공통점

저는 연필 깎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연필을 많이 쓰는 일은 없기 때문에 제가 주로 쓰는 색연필을 훨씬 많이 깎곤 합니다. 연필깎이를 쓰는 게 아니라 왜 손으로 깎냐고요? 제 기준에서는 연필깎이는 불필요하게 심이 너무 뾰족하게 깎이는 느낌이고, 그러다 보니 금방 닳아서 너무 자주 깎아야 하는지라 선호하지 않습니다. 칼을 들고 다닐 순 없다 보니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만 급할 때 쓰려고 가방에 하나씩 들고 다니긴 합니다.

연필깎이로 깎으면 너무 뾰족해서 저는 두번째 사진처럼 제 취향에 맞게 깎아서 씁니다.


자, 이번에는 작년에 선물 받아 쓰고 있는 <블랙윙 602> 연필을 깎아 봅니다.

오른손에 칼을 쥐고, 왼손엔 연필을 쥔 상태로 칼과 연필을 살짝 교차하는 상태로 놓고, 왼손엄지를 살짝살짝 밀면서 적당히 가늘게 연필심 부분이 다치지 않도록 깎아야 합니다. 연필을 깎는 방법을 알려드리려는 건 아닙니다. 제가 말로 아무리 잘 설명한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굳이 배워야 할 이유도 없고요.

연필계의 람보르기니(?) 블랙윙 602 펜슬 : 포춘지 선정 가장 위대한 현대 디자인 100선 중 하나


그런데 여기 연필 깎기에 정말 진심인 사람이 있습니다. 최고의 HB 연필 깎기 장인으로 불리는 "데이비드 리스"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연필 깎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부제는 "장인의 혼이 담긴 연필 깎기의 이론과 실제"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감탄했습니다. 아니 무슨 연필 깎는 거에 이렇게 진심일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영감을 받습니다. 마치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가 떠오릅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젠 연탄재를 볼 일도 거의 없지만, 이 시를 읽고 난 뒤 장난으로라도 연탄재를 발로 차지 않게 되었는데요.

연필 깎기의 정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저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연필 깎기, 함부로 무시하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혼을 담아 일해 본 사람이었느냐?


그렇습니다. 무언가 최선을 다할 때만 닿게 되는 경지가 있지요. 한 번이라도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해본 분이라면 그때의 느낌이 무엇인지 떠오르실 겁니다. 어떤 보상이나 과정을 떠나서 나 자신의 영혼을 대면하는 듯한 아득한 경험이랄까요. 때론 그저 하얗게 불태웠다고 느끼며 아무런 생각이 없기도 하고 말이죠. 중요한 건 그 일이 무엇이건 간에 "끝. 까. 지" 밀어붙여보면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혼을 담아 하는 행위 자체가 가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평범한 독서강의지만, 독서강의만큼은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독서 자체에 진심이며, 독서를 통해 사람들이 얻게 되는 엄청난 가치를 알리고자 노력합니다. 왜냐하면 독서 그 자체도 가치 있지만, 그것을 전달하는 저의 태도, 책을 대하는 저의 마음가짐에도 상당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가치"야 말로 남다른 가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존 호이먼은 <연필 깎기의 정석> 추천사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불교 신자나 그 밖에 어떤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그렇듯 리스씨는 가장 보잘것없는 일이 때로는 가장 심오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큰 성공은 대단한 일을 해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아무도 대단하게 여기지 않은 일을 대단할 정도로 끝까지 밀어붙여서 이루어진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요즘 어느 때보다 부자 되기, 부업하기, N잡하기, 투자하기 등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는 의미 있는 트렌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돈, 돈"하는 걸 불편하게 여기는 분도 계시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죠. 물론 또 돈만 열심히 쫒는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 또한 아닌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돈은 가치를 평가의 기준이자 행복을 만드는 도구인 것이지, 돈 자체가 삶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돈과 바꿀 가치에는 집중하지 않고, 돈 자체에만 집중한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에 처음 꽂혔을 때에는 모두가 그를 비웃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전기차라는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을 처음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금은 두 회사 모두 세계에서 가장 큰 회사고, 두 사람은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되었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대단한 사람이었다거나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세계정상까지 끌어올렸을 뿐이지요.


아시다시피 연필을 잘 깎는다고 부자가 되진 않습니다. 물론 반대도 마찬가지죠. 연필 깎기와 부자 되기는 전혀 연결점이 없는 단어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 그 두 가지 일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때론 멀리 있는 풍경이 더 뚜렷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나 자신이 할 수 있는 보잘것없는 무언가가 있을 겁니다. 그 무언가는 아직 씨앗처럼 작아서 아무도 그 씨앗에서 어떤 열매가 열릴지 사람들은 보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압니다. 당신이 그 씨앗 같은 일을 대단할 정도로 끝까지 해낼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게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이라면, 당신은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사실말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투자한 노력의 몇 배, 몇십 배 혹은 몇백 배의 보상으로 돌아올지 모른다는 것도요.


오늘은 연필이 아니라, 내 안에 다듬어지지 않은 보석 같은 가치를 조심스레 깎아봐야겠습니다.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데이비드 리스의 <연필깎기의 정석>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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