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다양한 감정을 느낍니다. 행복하고 가슴 뜨거운 마음을 느끼다가도 나도 모르게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들이 너무나 부럽다가도 한편으로 질투가 나기도 하죠. 어쩌면 이런 감정의 거친 파도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환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불안을 아래와 같이 정의합니다.
불안 (不安)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말 그대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음이 편하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에 쉽게 휩쓸리게 되고 마음이 뒤숭숭하죠. 또 몸도 편하지 않은데, 불안이 지속되면 크고 작은 병의 원인이 됩니다.
저는 아주 어린 시절에 종종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편안한 소파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불안감과 세상이 빙글빙글 돌면서 마치 지구가 기울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었는데요. 그땐 그게 뭔지도 몰랐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공황장애와 비슷한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우리가 일반적으로 가볍게 느끼는 불안과는 거리가 먼 느낌일 수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상태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뭔가를 막상 시작하면 조급해집니다. 이런 상태에 있다면 스스로 지금 서있는 위치(현재 상황, 내가 하고 있는 일 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잠시 심호흡을 하고, 다시 같이 생각해 봅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지는 겁니다.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확신이라는 건 마음먹는다고 그냥 막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확신이 없는 이유는 확신을 가질만한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해봤는데, 대부분 실패했기 때문에 또 하다가 실패하는 것에 대한 더 큰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죠.
이처럼 불안이 현재 내가 머물러 있는 위치(상황, 직업, 관계 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라면, 어떻게 해야 확신을 할 수 있을까요? 방법은 두 가지뿐일 겁니다. 주어진 환경을 바꾸거나 내 마음을 바꾸거나.
그럼 두 가지 방법 중에 어떤 방법이 더 쉬울까요? 내 마음을 바꾸는 게 쉽겠지요.
길을 걸어가는데 작은 돌멩이가 많아서 발이 아프다면 그 돌멩이를 다 치우는 것보다는 신발을 신는 게 빠를 테니까요. 이론적으로는 이게 백번 맞는데, 막상 해보면 내 마음이 쉽게 안 바뀝니다. 그래서 조금 더 디테일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주어진 환경과 내 마음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아래와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나에게 주어진 모든 환경을 바꿀 순 없겠지만, 적어도 내 선에서 바꿀 수 있는 환경은 존재합니다. 예컨대 학교를 다니고 있다면, 학교 전체를 나 혼자서 깨끗하게 하는 건 불가능하죠. 하지만 우선 내 책상을 내가 깨끗하게 하는 건 가능한 것처럼 말이죠.
마음도 내 마음이니까 무조건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점심메뉴를 바꾸듯이 당장 바꿀 수 있는 마음도 있는 반면, 관계를 맺고 끊는 것처럼 당장 바꾸기 힘든 마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이제 제가 무슨 이야기할지 아시겠죠? ㅎㅎ (세이 예~~)
맞아요. 우선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럼 이 간단한 걸 사람들이 몰라서 안 할까요?
아니에요. 압니다.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끝까지 시도한 사람이 적을 뿐. 막상 해보면 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하다가 지레 포기하는 것일 뿐이지요.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략적으로 해야 하고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끝까지 해야 합니다.
1) 내가 바꿀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바꿉니다.
저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싶은데 한동안 그게 잘 안되었어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아침 알람에 "오늘도 좋은 하루 - 아침 명상하기"하고 메시지를 남겨놓고, 습관적으로 명상앱을 켜서 5분 동안 기상명상을 합니다. 때론 잠들기도 하고, 잘 안될 때도 있는데, 매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적응하더라고요. 작지만 집요한 것들은 반드시 이루어지는 힘이 있습니다. 사소한 거라도 내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서 바꾸다 보면 어느 지점에서 마음이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서 마음이 바뀐다는 건 이전에는 노력해서 해야 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해야 하는 일로 바뀌는 경험을 말합니다.
환경을 바꿀 때의 요령은 아주 간단하고 쉬운 것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책상 위에 먹고나서 버리지 않은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치우거나 어질러진 문서를 정리하거나, 물티슈로 책상위 먼지를 닦는 것 같은 금방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세요.
2) 내가 바꿀 수 있는 마음을 바꿉니다.
1번 상황에서 굳이 알람에 적어놓고 아침부터 명상앱을 켜서 한다고? 굳이 그렇게 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네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상의 관성은 정말 강력합니다. 그 강력함을 이길 수 있는 힘은 작지만 집요한 변화에 대한 노력밖에 없어요. 그게 바로 "당장 바꿀 수 있는" 겁니다. 물론 마음먹으면 한 번은 누구나 할 수 있지요. 아이가 걸음을 배울 때 한번 일어서고 마나요? 자전거를 배울 때는요. 수영도 마찬가지죠. 한 번의 경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중요한 이유는 그 감각을 시작으로 우리가 지속적으로 그 행동을 반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내 연약한 마음을 바꿔줄 수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작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포스트잇에 해야 할 일을 붙여 놓으시고, 컴퓨터 바탕화면에 해야 할 일을 적어 놓고, 알람도 맞춰놓고, 사소한 거라도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해보는 겁니다.
내 무의식이 마치 "아 그만그만, 이제 내가 항복할게. 그냥 습관으로 만들어주면 되잖아"라고 말할 때까지 그렇게 해보는 겁니다.
페르난두 페소아는 <불안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뼘씩 한 뼘씩, 원래 내 것이던 내면의 땅을 정복했다. 조금씩 조금씩, 무의미하게 머물렀던 그 늪을 되찾았다.
매 순간 조금씩만 원래 내 것이던 우리 내면의 땅을 그저 한 뼘씩 정복해 나가 봅시다. 그 작은 변화가 당장은 큰 변화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아니 오히려 좋습니다. 매일매일은 몰라도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보면 분명 달라진 무언가를 알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