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한 달 내내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준 책
화요일 아침 6시마다 함께 책을 읽고 나누는 특별한 독서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3번 모이는데, 오늘은 5월 선정도서는 류시화 작가의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의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예전에 읽고 참 좋아서 두고두고 읽게 되는 책인데, 이번에 다시 읽어도 그 감동과 깊이가 여전해서 좋았고, 예전보다 더 깊이 삶으로 와닿는 문장들이 늘어나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읽고 느낀 것들을 모임 때도 나누긴 했지만, 글로도 남겨 놓고 싶어서 오늘 일부 나눠보고자 합니다.
좋은 문장이 너무 많다 보니 오늘은 평소와 달리 밑줄 친 문장들을 다수 공유할까 합니다.
삶의 그물망 안에서 그 고통의 구간은 축복의 구간과 이어져 있었다. 축복 blessing은 프랑스어 상처 입다 blesser와 어원이 같다. 축복을 셀 때 상처를 빼고 세지 말아야 한다.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고통은 추락이 아니라 재탄생의 순간이고 새로운 여행의 시작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라고 했던 니체의 말이 떠오릅니다. 살아가면서 힘든 일을 제법 많이 겪어 왔다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겪은 힘듦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또한 지나고 돌아보면 그 고통의 시간을 지나오며 확연히 나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고, 여전히 성장해 나갈 수 있는 동기가 된다는 사실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축복과 상처의 어원이 같다는 말이 조금은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스승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구차하게 의존하는 것, 시도와 모험을 가로막는 것을 제거해야만 낡은 삶을 뒤엎을 수 있다는 사실을.
늙은 암소 한 마리에 의지해 구차하게 살았던 가족이 있었습니다. 그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진 스승은 다음날 길을 다시 떠나면서 제자에서 그 늙은 암소를 절벽아래로 떨어뜨리라고 말합니다. 그 가족의 유일한 생계수단을 죽이라는 스승의 말을 제자는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지혜로운 스승의 말이기에 그의 무거운 마음으로 스승의 말을 따라 암소를 절벽아래로 떨어뜨리고 길을 나섭니다. 몇 년 후 제자는 다시 그 집 근처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예전과는 달리 아름다운 집과 정원으로 바뀌어있었습니다. 들어서 예전에 살던 가족들의 안부를 물으니 그 집은 여전히 그들의 집이었고, 암소가 죽고 나서 생계를 꾸려나가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묘목을 심는 등 다른 길을 찾은 덕분에 오히려 그 일이 축복이 되어 지금은 훨씬 더 의미 있게 살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인용한 구절처럼 스승은 사소한 것에 구차하게 의존하는 삶을 바꿔주기 위해 암소를 일부러 그 가족에게서 떨어뜨려놓은 것이지요.
나는 어떤 구차한 것에 얽매여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혹은 이미 새로운 시도와 모험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낡은 생각들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는 글이었습니다.
신은 구불구불한 글씨로 똑바르게 메시지를 적는다.
살아가면서 막힌 길이라고 느낀 지점에서 가장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건 아닐 겁니다. 막힌 길에서 주저앉아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막다른 길에 와서야 점프도 해보고, 사다리도 놔보고 하면서 이전에 타성에 젖어있던 나를 일깨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그 지점이 원망과 후회의 지점일 수 있지만, 누군가는 확실한 터닝포인트가 되고, 도약의 구름판이 되기도 합니다.
신에게 제발 샌프란시스코까지 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한 청년의 기도에 신이 응답합니다. 샌프란시스코와 그리 멀지 않은 몬터에이까지 가는 차를 탈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런데 운전자의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청년은 샌프란시스코로 바로 가는 차가 아니면 타지 않겠다며 그 기회를 날려 버리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철없던 저의 과거를 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저는 늘 멋진 성공을 꿈꿨지만, 그곳으로 바로 가는 차만 기다릴 뿐, 성공으로 가까이 가는 수많은 방법들을 외면하면서 살았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에펠탑 이론으로 설명한 것과 무척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에펠탑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내가 걷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면서 어떻게든 공항까지 가지 않으면 비행기는 탈 수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우리 삶에서는 정작 잊고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이 삶에서 진실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으로 자신의 삶을 축복할 수 있으므로. 당신과 나, 우리는 어차피 천재가 아니다. 따라서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해서 마법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
하고 또 하고 끝까지 해서 마법을 일으키는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에 한없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맞아요. 정말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도착한다는 사실과 처음에는 너무나 길 것처럼 느껴지는 그 여정이 막상 묵묵히 걸어가다 보면 조금씩 성장하면서 점차 짧아지고, 결국에는 내가 예상할 수 없었던 순간에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끝까지 해내는 사람에게 선물이 주어집니다.
오늘도 해야 할 일들이 여러 개 있고, 이번주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요. 사소한 것부터 하나씩 끝까지 해내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