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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9. 2023

#_나의 존재가 빛나는 순간

당신은 얼마나 밝게 빛나고 있나요?

나를 위해 쓰려고 하면 나 자신은 너무 보잘것없는 존재라고, 그러나 남을 위해 쓰려고 할 때 나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귀한 것이 된다고.


김진영 철학자의 <아침의 피아노>를 읽다가 이 문장을 읽고 잠시 책을 덮어야 했습니다. 한 철학자의 삶이 담긴 문장 하나가 제 인생의 화두에 다시 불을 붙입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한정된 삶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일까 하고 말이죠. 그런 생각은 결국 누군가를 돕는 삶이 되어야겠다는 결론에 이르고 끝이 납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목표 중에 그것보다 숭고한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도움의 종류나 크기는 생각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고 믿습니다.


최근에 친한 친구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누군가 동반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아픈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스로 자신의 삶을 마감할 만큼 스스로 감당하지 못했던 마음의 짐이나 무게가 있었을 겁니다. 타인의 죽음을 함부로 옳다 나쁘다 판단할 마음은 없습니다. 하지만 동반자살은 '살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죽음을 위해 타인을 이용한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너무나 슬픈 일입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내 삶의 감각을 되찾아봅니다. 극단적인 일에서 우리는 그 일의 숨은 진실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많이 알려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OECD 자살률은 1위입니다. 2003년부터 20년 동안 딱 1번빼고 계속 1위였습니다. 심지어 평균이 11.3인데, 우리는 24.6입니다.(22년 기준) 하루평균 36명이 넘는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입니다. 살아가는 게 죽음보다 두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무엇이 그들의 삶을 그토록 두렵게 만들었던 것일까요?


저는 특정한 사회문제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제가 나선다고 어떤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을 겁니다. 그건 누구여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는 없으니까요. 심지어 더 큰 문제들도 많이 있습니다.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합리적인 생각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해결되지 않는 일이니까 말이죠.


다만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난 한 명 한 명의 삶의 가치는 누군가가 임의로 정하거나 평가할 수 없을 만큼 크고 위대하다고 믿습니다. 그들의 삶이 위대할 수 있는 이유는 한 명의 삶이지만, 나 하나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가치를 줄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혼자 하면 바뀌지 않지만, 함께 하면 바뀔 겁니다. 당장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진 않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혼자 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내가 한다고 달라지진 않지만, 내 믿음이 변하지 않는 한 내가 하는 일이 결코 나 하나만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이나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독서를 가르칩니다. 독서강사가 유망한 직업은 아닐 겁니다. 책방도 운영하고 있지만, 수익과는 거리가 먼 일들입니다. 성인기준 월평균 독서량은 월 1권이 안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시장이 무척 작다는 뜻입니다. 

EBS 10대 기획 영상 참조


그럼에도 이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일이 주는 가치가 그 무엇보다도 크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때론 책 한 권으로 누군가의 삶이 변화하기 시작하는 걸 봅니다. 때론 자신이 쓴 몇 줄의 글귀가 삶의 방향을 틀기도 합니다. 제가 수업 때마다 늘 읽는 문장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당신의 성장이 시작됩니다. 뜻밖의 만남이 때로는 운명을 바꿉니다."라는 문장입니다. 삶의 변화는 참 신기하게도 우연히 시작됩니다. 물론 그 우연을 만든 것은 이전의 나의 선택들이기 때문에 필연이기도 합니다. 결국 제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더 나은 삶의 우연을 선물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코 제가 잘 가르치거나 제가 무언가를 잘해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그저 좋은 우연, 즉 "운"을 선물해 줄 뿐입니다. 그 작은 행운에서 시작된 어떤 작은 변화와 행동이 그의 삶에 더 큰 성장과 단단한 신념을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말이죠.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일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겠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의 성장이 세상을 어떻게 더 아름답게 바꿔갈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는 당신께 많은 책을 읽으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 책을 한 번만 더 펼쳐서 몇 줄만이라도 더 읽어보길 권합니다. 저는 당신에게 책 한 권을 써보라고 권하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글이나 내가 원하는 삶을 단 몇 줄이라도 써보라고 권할 뿐입니다. 거기서 그런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만으로도 자신 안에서 잠자고 있는 거인을 깨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거인이 깨어난 뒤의 삶은 결코 이전과 같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의 삶이, 당신의 존재가 누군가를 더 밝게 비추며 스스로 빛나는 별이 되길.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김진영의 <아침의 피아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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