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찰과 기록을 넘어 질문과 해석으로
글을 쓰면 일상을 조금 더 면밀하게 관찰하게 됩니다. 또한 나 자신의 생각이나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은 1인칭으로만 느끼는 일상을 2인칭, 3인칭으로 바꿔서 생각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잘 관찰하고 그것을 잘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나에게는 무척 의미 있지만 독자의 입장에서는 자칫 무의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글이 조금 더 콘텐츠로써 가치를 가지려면 그 관찰과 기록에 나만의 관점과 질문이 필요합니다. 생각노트의 <생각의 쓰임>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관찰과 기록이 사적인 생각이라면, 질문과 해석은 콘텐츠의 시작이었다.
그렇습니다. 단순한 관찰과 기록은 그게 내 감정이든, 오늘 내가 경험한 일이든 사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그것만 기록하면 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일기로써의 기록도 가치 있지만, 책을 쓰기 위한 글은 한걸음 더 나가야 합니다. 내가 일상에서 발견한 것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들에 질문을 던져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독자대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 보는 것이죠.
독자들은 자신의 수고를 덜어주는 콘텐츠를 좋아합니다. 예컨대 몇 시간 읽어야 하는 책을 5분 만에 요약해 주는 글이나 영상이 있다면 그걸 먼저 보잖아요. 왜냐하면 자신의 시간을 절약해 주기 때문이죠. 비슷하게 내가 일상에서 겪은 기분 나쁜 일을 조금 더 깊이 있는 관점에서 사색하고, 긴 시간 고민한 결과(나의 해석)를 글로 적어본다면 그것은 독자에게 보다 유익한 글이 되는 것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드려 보겠습니다.
제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높은 글 중에 '터진 만두'라는 글이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먼저 읽고 오셔도 됩니다 : https://brunch.co.kr/@listans/50)
그 글은 제가 점심에 밥대신 만두를 사서 들어가는 길에 만두집 사장님이 터진 만두를 그냥 넣어주면서 먹는 데는 지장 없다는 식으로 말해서 제가 무척 불편했던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뭐 살다 보면 그런 일들이야 비일비재하죠. 그런데 그걸 글로 쓰면서 그 상황을 자세히 적고 '그래서 나는 기분이 나빴다'라고 끝맺으면 그건 좋은 글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독자를 대신한 수고가 하나도 없으니까요.
제가 글로 적은 방식은 이랬습니다.
1. 관찰 그때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자세히 기록합니다.
2. 질문 : 평소라면 그냥 좋게 넘어갔을 일인데 왜 유독 그 순간에는 기분이 더 많이 나빴는지 질문해 봅니다.
3. 결론 : 착해 보이는(?) 외모와 상냥한 말투에 나를 만만한 사람으로 간주한 아주머니의 태도에 대한 불쾌감
4. 해석 : 누구나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므로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단정 짓지 않아야겠다. 상대가 나에게 해주는 배려는 더욱 감사하게 여기고자 노력해야겠다는 해석으로 마무리
이런 단계를 거쳐서 그저 평범한 일상의 사건이 하나의 의미 있는 글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이 글이 조회수는 높지만, 제가 에세이를 거의 처음 쓰기 시작할 때의 글이라 자랑할만한 수준의 글은 아니니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글을 쓰는 방식을 설명하기에는 적절할 것 같아서 예로 들어 보았습니다.
좋은 글은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에서 생각지도 못한 질문과 해석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관점을 선물해곤 합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의 기쁨이 있습니다.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해서 일수도 있고, 앞으로 내가 시행착오할 뻔한 일을 줄여줄 수도 있으니까 말이죠.
그래서 좋은 글을 쓰려면 그런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세상을 보는 방식이 점점 세련되지고, 나만의 필터로 세상을 비춰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어제 글에서 적었지만, 오늘까지 단식을 이어가다 보니(지금 64시간 경과) 오늘은 좀 많이 허기가 지네요..ㅎㅎ(이 정도에서 대충 마무리해야겠다는 시그널입니다.ㅋㅋ)
처음 느껴보는 제 몸상태가 신기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음식에서 자유로운 이 시간이 고맙기도 합니다.
단식에 대해서도 제 몸과 마음상태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적절한 질문과 해석을 해보며 글을 한번 적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