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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04. 2019

#_터진 만두

보이는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날씨가 더워지니 출근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사서 가는 게 일상이 되었다. 커피 사러가는 길에 시장 골목을 지나가게 되는 게 거기에 만두집이 있다. 만두는 밥 대신 먹어도 될 만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이다. 자연스레 왕만두에 눈길이 갔다. 어제 먹고 싶었는데 못 먹어서 더 그런가 보다. 점심에 먹을 만두를 살 요량으로 커피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만두가게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왕만두 1인분만 주세요”

“네~ 고기만두, 김치만두 뭘로 드려?”

“음, 김치만두 하나만 넣고, 고기만두로 주세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찜통에서 고기만두 3개와 김치만두 하나를 담는 순간, 김치만두가 오래되었는지 옆구리가 심하게 터져있었다.


“어~ 김치만두가 많이 터졌는데요?”

“아니여~ 괜찮아. 그냥 잡숴~”


순간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었던 것 같다. 일단은 알겠다고 말하고 5천 원을 건넸다. 순간 나의 눈치를 살피시는 아주머니.


“아침부터 터진 만두를 줘서 나도 기분이 별로네. 잠깐 기다려 봐 봐. 내가 찐빵 하나 줄 테니께.”


아주머니는 내 표정에 조금 미안하셨던 모양이다. 사실 이 얘길 하기 전까지는 내 표정이 어땠는지 나도 몰랐다. 찐빵을 준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내 표정이 안 좋았었구나.’


사실 나는 찐빵을 좋아하지 않아서 찐빵 하나 더 주는 게 그리 고맙게 느껴지진 않았다. 정확히 알 순 없으나 나는 느낄수 있다. 조금은 착해 보이는 외모에 상냥하게 말하는 편인 나같은 사람이라면 그정도는 웃으며 넘길거라는 상대의 판단을. 오랫동안 그런 태도로 인해 다양한 상황들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낯선 경험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정도는 그냥 이해해 줄 꺼라 생각하는 판단이었을 거다. 예상과 다르게 내 표정이 굳어있는 걸 보고 얼른 조치를 하신 거다.


사실 만두도 맛있게 먹었고, 터진 만두도 괜찮았다. 찐빵 하나 더 주신 아주머니에게 아무런 서운함도 없다. 그럼에도 오는 내내 나의 불쾌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생각해 냈다.


나는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하여 나에 대한 배려나 존중을 하지 않는 사람을 싫어한다. 내가 타인에게 편하고 친절하게 대한다고 내 성격도 만만하거나 친절하지 않다. 보이는 모습은 전부가 아님에도 그 모습만 보고 단정 짓고 판단하는 사람에 대해 나는 불쾌감을 느낀다. 하여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거나 단정짓지 않고, 상대의 배려를 감사히 여기고노력한다.


상대가 누구든 겸손하고 친절한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그 사람의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 그 내면에 존재하는 가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터져서 속이 다 보이는 만두보다는 단단하고 부드럽게 자기만의 육즙을 지키고 있는 만두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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