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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11. 2023

#_좋은 산문을 쓰는 3가지 방법

글은 일방통행로가 아니다

글을 잘 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매일 쓰는 것입니다.

며칠간 몰아서 엄청난 양의 글을 쓰기도 어렵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도 짧은 시간에 성장하긴 어렵습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따져봐도 성장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반복하는 것입니다.

매일 반복하면 우리 뇌는 그 상황을 기본으로 설정해 놓고 습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반복하면서 계속 새로운 자극을 주면 마치 운동을 통해 근육이 성장하듯이 글쓰기 근육이 생깁니다.


물론 매일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쓴다고 실력이 느는 것은 아닐 겁니다. 성장은 항상 고통을 수반하는 법이기 때문이지요. 조금 버겁다고 느껴지는 글을 완성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더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발터 벤야민은 좋은 산문을 쓰는 세 가지 단계를 아래와 같이 설명합니다.


좋은 산문을 쓰는 작업에는 세 단계가 있다.
구성을 생각하는 음악적 단계,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
마지막으로 짜 맞추는 직물적 단계.


1단계는 구성을 생각하는 음악적 단계입니다. 사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구성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지만, 조금씩 익숙해지다 보면 "처음엔 어떻게 시작하고, 중간엔 어떤 이야기를 풀고, 마지막엔 어떤 결말을 내야겠다"는 식의 막연한 구상을 하게 됩니다. 좋은 발전입니다. 이제는 글이 한 줄 한 줄의 생각을 옮기는 행동이 아닌 전체적인 하나의 묶음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을 쓴 송숙희 작가 역시 하버드에서 가르치는 방법을 OREO 기법이라고 설명합니다.


1) Opinion(의견, 주장)
2) Reason(이유)

3) Evidence(근거) / Example(사례)

4) Offer(제안)


위의 4단계를 거쳐서 글을 쓰면 논리적이고 타당하며 설득력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머릿속에 OREO의 구성을 생각하면 글 쓸 때 좀 더 안정적인 구성을 만들기 좋습니다.


벤야민이 말한 2단계는 조립하는 건축적 단계입니다. 앞에서의 구성은 글쓰기 전에 생각하는 과정이라면 조립하는 건축적인 단계는 실제로 그 구상대로 글을 쓰면서 하나하나 완성해 가는 과정입니다.

이 부분은 신형철 교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의 서문에서 발견한 글짓기의 비유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는 글을 쓰는 종이-지면(紙面)을 집을 짓는 땅-지면(地面)에 비유하면서 종이 위에 글이라는 집을 짓는 공정을 아래와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설명합니다.


1) 인식을 생산해 낼 것

2) 정확한 문장을 찾을 것

3) 공학적으로 배치할 것


비유와 표현이 참 대단합니다. 서문만으로 이렇게 압도된 책은 참 오랜만이었습니다. 특히 문장을 쓰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고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특정한 인식을 가감 없이 실어 나르는 단 하나의 문장이 있다는 플로베르적인 가정을 나는 믿는다. 그런 문장은 한번 쓰이면 다른 문장으로 대체될 수 없다.


이 문장은 무언가를 한참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위의 3가지 방법을 뛰어넘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시간을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간을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 준 것이라는 말에 또 한 번 머리를 맞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벤야민이 말한 3단계는 짜 맞추는 직물적 단계입니다. text는 원래 직물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직물의 질감을 texture라고 표현하나 봅니다. 어쩌면 종이가 있기 전까지 글은 대체로 천(직물)에다가 써야 하는 것이어서 그런 건 아닐까 유추해 보게 됩니다. 글의 맥락 역시 context라고 하는데, 벤야민이 말한 글의 직물적인 단계는 결국 전체적인 '맥락'을 짜 맞추는 과정이라고 이해됩니다.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인 롤랑 바르트는 <텍스트의 즐거움>에 아래와 같은 문장을 남겼습니다.


"텍스트의 즐거움은 고전 · 문화 · 지성 · 아이러니 · 섬세함 · 행복감 · 자제력, 삶의 기술인 안정감이다. 텍스트의 즐거움은 실천에 의해 정의될 수 있다."


그가 나열한 여러 단어들이 결국 좋은 글을 만들어 내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해서 만나는 기쁨, 그 시대의 다양한 문화를 발견하는 기쁨, 지성 그 자체로써의 즐거움,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통찰의 기쁨, 누구도 표현하지 못한 섬세한 표현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 행복한 감정을 전달하는 기쁨, 글을 자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더 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리고 삶의 기술이라고 설명한 글 자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안정감까지.

우리는 글을 통해 참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고, 그것을 조립하고, 짜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구나 생각해 봅니다.


오늘은 발터벤야민의 문장을 토대로 글쓰기에 대한 조금 깊이 있는 담론들을 다루어 봤는데요. 결국 글은 나와 타인 그리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연결할 수 있는 즐거운 도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읽기와 쓰기가 본질적으로 즐겁지 않다면, 아무도 그토록 열심히 읽고 쓰는 일은 없을 테니까 말이죠.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발터 벤야민 <일방통행로>, 송숙희 <150년 하버드 글쓰기 비법>,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롤랑 바르트<텍스트의 즐거움>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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