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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22. 2023

#_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Olav.H.Hauge (울라브 하루게)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나의 갈증에 바다를 주지 마세요,

빛을 청할 때 하늘을 주지 마세요,

다만 빛 한 조각, 이슬 한 모금, 티끌 하나를,

목욕 마친 새에 매달린 물방울같이,

바람에 묻어가는 소금 한 알같이,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마세요> (황정아 옮김/도종환 감수/실천 문학사) : 2008




모든 진리를 가지고 나에게 오지 말라

내가 목말라한다고 바다를 가져오지는 말라

내가 빛을 찾는다고 하늘을 가져오지는 말라

다만 하나의 암시, 이슬 몇 방울, 파편 하나를 보여달라

호수에서 나온 새가 물방울 몇 개 묻혀 나르듯

바람이 소금 알갱이 하나 실어 나르듯


<시로 납치하다> (류시화/더숲) : 2018




진리를 가져오지 마세요

대양이 아니라 물을 원해요

천국이 아니라 빛을 원해요

이슬처럼 작은 것을 가져오세요

새가 호수에서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톨을 가져오듯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임선기/봄날의 책) : 2017



(노르웨이어 원문)

Kom ikkje med heile sanningi, 

kom ikkje med havet for min torste, 

kom ikkje med himmelen når eg bed um ljos, 

men kom med ein glimt, ei dogg, eit fjom, 

slik fuglane ber med seg vassdropar frå lauget 

og vinden eit korn av salt.


내게 모든 진리를 알려주려 하지 말아요

나의 목마름에 바다를 주려하지 말아요

내가 빛을 찾을 때 하늘을 주려하지 말아요

대신 하나의 반짝임, 이슬 한 방울, 작은 조각 하나를 주세요.

물에서 날아오른 새가 물방울을 가져오듯

바람이 소금 한 알을 실어오듯


개인적인 번역 : 2023


짧은 시지만 큰 울림을 주는 문장이어서

개인적으로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그 뜻을 헤아려 제 느낌대로 다시 번역해 보았습니다.

별도의 해설은 달지 않겠습니다. 각자의 해석에 따라 아름답게 음미할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언어로 다 전할 수 없는 언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전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렇게 느끼는 '그 무엇'은 사람들마다 다른 빛깔로 보이고  다른 소리로 들리겠지요. 


좋은 문장을 만났을 때 종종 시간이 걸려도 원문을 찾아보고, 여러 번역들을 검토하면서 더 깊이 그 문장을 파고들어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 시 또한 그렇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읽고 지나간 시였는데, 또 다른 책에서 다시 만나니 또 그 느낌이 새롭습니다. 책이 달라져서인지 제가 달라져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작가의 심상을 공유하며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는 늘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이렇게 크게 전해 주네요. 지성을 얻으려 하기 전에 시 한편부터, 인류를 사랑하기 전에 한 사람부터 사랑할 수 있기를.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울라브 하우게 시집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어린 나무의 눈을 털어주다>, 류시화의 <시로 납치하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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