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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n 26. 2019

#_당연의 물리학

행복의 크기는 당연함의 기준에 반비례한다.

감사의 사전적 의미는 "고마움을 나타내는 인사 혹은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다. 개인적으로 감사에 대해 생각하는 바는 "당연하게 생각하는 상황보다 더 좋은 일이 생겼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거나, 당연히 각자 밥값을 내야 하는데 누군가 밥을 사준다거나 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감사하다고 여긴다. 반대로 당연히 일어나는 일에는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 예컨대 매일 출퇴근하는 길에 버스노선이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는 당연(當然)은 감사(感謝)의 반대말이다.


결국 감사란 당연함의 기준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 태어날 때부터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하고 싶은 거 다하며 아무런 부족함이 없는 사람은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기 어렵다. 당연함의 기준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평소에  가진 게 적은 사람들은 작은 호의에도 감사를 느끼곤 한다. 당연함의 기준이 낮기 때문이다. 간혹 대우받아 마땅한 사람들이 당연한 일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만면, 엄청난 대우를 받는 사람이면서도 감사함을 못 느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두 사람이 가진 당연함의 기준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삶의 고난을 통해 얻게 되는 가장 큰 유익은 평소에 당연한 것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통해 그 고난 끝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을 뿐임에도 자신이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고난을 겪기 전에는 자신이 가진 5의 가치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평범한 5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고난을 통해 -100을 체험하고 나면 그 평범한 5가 105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반대로 평소 누리던 것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평범한 상황에도 견디지 못한다. 평소 누리던 당연함의 수준이 100이다가 50이 되면 자신이 누리는 50만큼을 감사히 느끼기보다는 100에서 낮아진 50만큼의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평범함 사람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누리면서도 자신이 누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자들이다.


나에게 당연한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타인을 바라볼 때 당연한 것은 무엇인가?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이 당연의 기준으로 인해 서로 상처를 주고 아픔을 주게 된다. 예를 들어 결혼하고 이 사람은 내 아내니까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기대하면 그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괴롭다. 연애할 때는 늘 서로가 상대의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주려고 노력하지만, 결혼하고서 그런 노력이 서로 멈추는 순간 서로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만 남고 서로 그 이상의 무엇도 애쓰지 않음으로써 감사함이 없는 상태가 되고 만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자기 가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자신의 일이고 자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내가 아무런 집안일을 안 해도 전혀 화나지 않고, 가끔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 고마움을 느낀다는 거다. 이 친구가 겉으로 보기엔 조금 고달픈 결혼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이 친구만큼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런 남편의 마음과 행동에 아내도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서로 더 잘해주려고 노력한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결혼생활이 있을까?


관계에서 당연한 건 없다고 생각하면 상처 받을 일도 힘들어할 일도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어떤 관계가 형성되고 자기가 좋아서 무언가를 상대에게 베풀면서 내가 이 정도 하면 당연히 상대방도 “어느 정도” 해주겠지라는 기대를 가지면 무척 피곤해진다.

사람들이 나한테 당연히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 생길 때 교만이 시작된다. 내가 아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순간 내가 당연히 여기는 것 외에는 틀린 것으로 간주하게 된다. 본인의 상식이 옳다는 신념이 강한 사람일수록 몰상식한 사람이 되는 이유다. 타인에게 기준을 두고 당연히 이 정도는 가져야 한다는 소유에 대해 당연한 지점을 생각하면 늘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불평할 뿐 감사할 줄 모르게 된다.


인생을 아주 심플하게 생각해보면, 내가 당연해하는 일들이 줄어들수록 삶은 윤택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당연함의 기준이 낮아질수록 감사할 일은 많아지게 되고, 감사한 일이 많아진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 말이다. 


아인슈타인은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생을 사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무 기적 없는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일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감사한 일조차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리 많은 것을 누려고 그 삶이 불행해질 뿐이다.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사함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모든 순간이 작은 기적처럼 느껴지게 될 것이고, 그의 인생에 점점 더 많은 기적이 찾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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