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하얀 종이 위에 검은색 활자만 가득 차있는 책이 재미있을 리 만무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좀 다르긴 합니다.
책 좀 읽는 사람들은 그 재미를 압니다. 그 유익함과 짜릿함을 경험으로 압니다.
짧게나마 "전지적 독서시점"을 경험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깊은 몰입상태를 경험하고, 이전에 내가 읽었던 책에서 알게 된 지식들과 새롭게 읽은 책에서 흘러들어오는 지식들이 만나 이전에 없던 새로운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머릿속에서 불꽃놀이가 벌어진 것처럼 파바바박 영감이 샘솟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 지금 하면 좋을 것들, 이전에 잘 안되었던 문제의 원인들이 스쳐갑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납니다. 신이 납니다. 뭔가 노트에 기록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뭐라도 남겨놔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묘사한 거라 다른 분들과는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독서를 통해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우리에게 "전지적 독서 시점"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마다 느낀 재미의 차이, 체험한 시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책 좀 좋아하는 분들은 분명히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령 경험을 못하셨거나 기억하지 못하시더라도 괜찮습니다.
독서가 좋은 건 아는데 실천이 어려운 당신에게
딱 30분만 투자하면 30년을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꿀팁 딱 3가지만 소개할까 합니다.
1. 첫 페이지부터 읽지 마세요.(소설 제외)
제가 독서를 공부하고 강의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독서 패턴도 관찰해 보았는데요. 책을 잘 읽는 사람일수록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책을 읽는 자기만의 목적이나 기준이 확실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궁금한 부분부터 읽는다는 겁니다.
추측건대 우리는 어렸을 때 동화책이나 소설 등을 읽으며 독서경험을 가장 많이 쌓게 마련이고, 그런 책들은 당연히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습관이 몸에 밴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비문학 도서들을 많이 읽다 보면 오히려 처음부터 읽기보다는 목차에서 나에게 필요한 내용이나 궁금한 내용들을 먼저 찾아보고 그 부분부터 읽는 경우가 더 많아지는데요.
보통 서점에 책을 사러 가면 그렇게 많이 읽잖아요. 평소에도 그런 식으로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을 읽으면 훨씬 더 빨리 몰입이 되고, 흥미로운 부분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작가의 생각이나 문체에 적응이 되면서 다른 부분들도 더 술술 읽히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언뜻 보기에는 이게 무슨 꿀팁인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낯설기도 하고요. 그냥 한번 해보세요.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 틀린 게 아닙니다. 독서에 있어서는 오히려 잘못된 방법에 너무 익숙해져서 문제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저의 경우 책을 읽는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7:3 비율인 것 같아요. 중간부터 읽는 책과 처음부터 읽는 책의 비율 말이죠. 그나마 30%중에서도 상당 부분은 재독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검증된 책을 다시 읽을 때는 처음부터 음미하면서 완독 하는 기쁨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죠.
2. 책은 끝까지 다 안 읽어도 괜찮습니다.
오해는 말아주세요. '책을 끝까지 읽지 말라'는 말이 결코 아닙니다. 지금 나와 맞지 않는 책을 억지로 붙잡고 있지 말라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좋다고 하는 책들은 참고만 하시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책, 끌리는 책부터 읽어보세요. 독서의 자기 기준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책 읽기는 몇 배는 더 풍성한 선물이 됩니다.
읽다 말다 하면서 방치되어 있는 책이 있나요? 이제 그만 읽으시고 다른 책 먼저 보세요.
요즘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구입했는데 막상 별로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나요? 네, 다른 책 먼저 보세요.
나라는 사람의 삶의 방식과 기준에 따라 독서의 방향도 정해지는 것입니다. 조급해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내가 읽고 싶은 책, 내 수준에 맞는 책들을 천천히 읽어가면서 길을 찾아가면 됩니다.
3.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으세요.
저는 좋은 책을 만나면 연애하는 기분이 듭니다. 연애하는 기분이란, 방금 만나고 왔는데 또 만나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우리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더 자주 만나게 되고, 더 자주 연락하게 되는 것처럼, 저는 좋은 책을 만났을 때도 그렇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는 저는 독서에 있어서 만큼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입니다. 책을 읽다 보니 정말 세상에 내가 몰랐던 좋은 책이 정말 많고, 그런 책을 한 권씩 발견해서 읽을 때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 책을 한 번만 읽을 수는 없죠. 틈틈이 다시 읽고, 그걸로도 성에 안 차면 책 전체를 낭독해서 읽기도 하고, 일부 구절은 필사를 하기도 합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읽어야 하나 싶겠지만, 그런 마음이 들 때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보세요. 만약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을 만날 기회가 생겼는데, 그를 한번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그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있고, 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걸 몇 시간 만에 다 배울 수 있는지 말이죠. 당연히 아니겠지요. 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내가 "좋다"라고 느낀 책은 수많은 책들 중에서도 나에게 어떤 특별한 무언가를 선물해 주는 책입니다. 그런 흔치 않은 기회를 '책은 한 번만 읽으면 충분하다'라는 근거 없는 편견 때문에 놓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조시 바르톡 <위즈덤 다이어리>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수많은 심오한 진리를 설명하는 것은 쉽다. 그 진리를 내 것으로 삼아 살아가기란 어렵다.
우리가 머리로 아는 건 쉽지만, 그렇게 알게 된 것을 나의 기존의 습관을 깨트리고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노력과 집중이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위의 3가지를 말씀드린 이유는 단순히 책을 잘 읽는 방법일 뿐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발견하고 찾아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의 살아가고 싶은 삶의 모습이 똑같지 않을 겁니다. 성공한 사업가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은 여행가를 꿈꾸는 사람도 있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에 따라 읽게 되는 책, 좋아하는 책, 사랑에 빠지는 책이 다 다르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내 삶의 기준에 따라 읽고 싶은 책과 읽고 싶은 부분(1번), 완독의 기준(2번), 재독의 기준(3번)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길만 제시할 뿐 어디서 부터 읽을지, 어떤 책을 그만 읽을지, 어떤 책을 다시 읽어볼지는 다 여러분이 추구하는 삶의 무늬에 따라 달라집니다.
독서는 숙제가 아니라, 축제입니다. 내 삶을 나답게, 더 가치 있게,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것만큼 멋진 축제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부디 독서의 전지적 힘을 여러분의 삶에 한 스푼 더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