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다면, 아직 한 번도 제대로 된 독서를 한 적이 없는 것입니다.
저는 마흔이 넘어서야 간신히 독서에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뜨고 보니 그동안 하던 독서는 그냥 '글자 읽기'였을 뿐 전혀 제대로 된 독서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니 신기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해서 무작정 많이 읽었습니다. 많이 읽고 보니 다독은 성장의 재료를 모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재료가 아무리 많아도 내가 원하는 요리의 레시피를 알지 못하면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없다는 걸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유통기한이 긴 지식도 있었지만 유통기한이 짧은 지식도 많았습니다. 애써 열심히 읽었지만, 제 삶은 생각만큼 그리 많이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새로운 진실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던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 생각 속에만 머물던 내가, 이제는 제법 내가 아닌 타인의 관점, 세상의 관점에서 다시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다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유익은 나에게 어떤 책이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독서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도와주는 최고의 친구였던 셈입니다.
이제 나와 맞는 책,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나니 그 책을 한 번이 아니라,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다시 읽으면서 내가 이전에 보지 못했던 의미를 뒤늦게 깨우치기도 하고, 이전에 보이지 않았던 다른 책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깊이 읽고 여러 번 읽었는데도 여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새롭게 읽어야 할 책은 넘쳐나고, 알 수 없는 조급함이 마음속에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그런 방황을 거듭하며 또 다른 형태의 시행착오를 거쳐왔습니다. 그러다 알게 되었습니다.
답은 책에 있는 게 아니라,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책은 그저 길을 알려줄 뿐이었습니다. 어디로 가고 싶은지에 따라 길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므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 정하지 못한 사람은 책을 읽다 길을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답이 나에게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나만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먹고 싶은 점심메뉴를 다른 사람이 대신 골라줄 수 없는 것이고, 내가 결혼할 사람을 다른 사람이 대신 선택하게 할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
내가 정해야 합니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정하고, 내가 하고 싶은 요리를 정하면 그때부터는 불필요한 선택들이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이번 여름휴가를 제주도로 가기로 '결정'하고 나면 제주도에서 뭐 할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내가 보쌈을 하기도 결정하고 나면, 어떤 고기를 살지, 뭘 곁들여 먹을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파스타면이나 돈가스, 닭고기 등은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당신의 소원을 말해보세요. 당신의 소원을 적어 보세요.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가는 것, 요리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서툴 겁니다. 여행을 왔는지 고생하러 왔는지 모를 만큼 뜻밖의 변수들이 생길지도 모릅니다. 처음 해본 보쌈이니 마늘이나 다른 야채들을 충분히 넣지 않아서 잡냄새를 잡지 못할 수도 있고, 너무 덜 삶아서 고기가 설익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안 그런 사람도 있나요? 생애 첫 요리부터 완벽하게 하는 사람이 있냐는 말입니다. 처음 해외여행부터 남들이 모르는 새로운 명소를 발견하고, 현지인처럼 도시 곳곳을 우리 동네처럼 누비며 다닐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없습니다. 뭐 많이 양보해서 아주 특별한 경우가 있다고 해도 80억 명 중에 몇 명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해서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여쭈어 봅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아직 어려우시다면 저부터 말해 보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삶을 발견하고,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삶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매일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책을 읽습니다. 그냥 읽기만 하지 않고, 낭독도 하고, 필사도 하고, 좋은 문장을 메모해 두기도 합니다. 그렇게 모아둔 문장으로 매일 글을 씁니다. 제 수업을 듣는 분들의 글을 읽고,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수익화도 중요하고, 시스템도 중요합니다. 그런 부분도 정말 많이 고민하고, 기획하고, 시도해 보고, 만들어 봅니다. 막상 해보니 처음 생각했던 것만큼 빨리 되지 않습니다. 서툽니다. 사람들이 내 실력이나 내 진심을 금방 알아줄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행인 건 저는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넘어져도 앞으로 넘어진다는 점입니다. 매일 내가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압니다. 그런 삶을 '성공적인 삶'이라고 정의합니다. 성공은 먼 미래에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가 아닙니다. 성공은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나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 순간 그런 선택이 반복된 결과가 더 큰 성공으로 드러날 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그런 삶을 살았다면 이미 당신은 성공한 사람입니다. 물론 아직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지도 모르고, 스스로 확신이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요. 걱정마세요.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면 반드시 드러납니다. 그 시기가 언제일지는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건 그런 하루의 반복 없이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입니다.
한번 더 여쭤 봅니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나요? 당신의 소원은 무엇인가요? 그 삶을 살기 위해,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하고 계신가요?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설레고, 다 이루고 나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은 그런 일 말이죠. 물론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정말 살아보고 싶은 삶을 자유롭게 생각해 보라는 것입니다.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지금까지 내가 원했던 삶의 가치가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누구나 내 내면의 진짜 욕망을 발견하기 전에 타인의 욕망을 먼저 욕망하는게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독서라는 수단에만 매달리면, 결국 '책 읽어봐야 별거 없더라'라는 결론에 도달할 뿐입니다. 책은 잘못이 없습니다. 물론 당신의 잘못도 아닙니다. 굳이 잘못이 있다면 여러분들에게 더 빨리 이 사실을 알려드리지 못한 제 잘못일 겁니다.
칸트는 "행복은 이성의 이상이 아니라 상상력의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행복을 창조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무엇을 창조하기 위한 첫 단계는 바로 그것을 상상하는 것이다.
에릭 와이너는 <행복의 지도>에서 칸트를 인용하며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인생은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자신만의 행복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내가 어떤 삶의 행복을 창조하고 싶은지 스스로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마치 여행의 목적지를 정하듯, 오늘 저녁에 요리할 메뉴를 정하듯이 말이죠.
자신이 창조하고 싶은 삶의 모습이 그려지면, 그때부터 읽는 거의 대부분의 책들은 자연스럽게 당신의 꿈의 멋진 재료들이 되어 줄 것입니다. 그때부터 쓰는 거의 대부분의 글은 나라는 존재를 지탱해 주는 든든한 뼈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열심히 책을 읽고, 열심히 글을 쓰고, 열심히 인생을 살아가는데 문득 내 삶이 어디쯤 와있는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당신은 잠시 길을 잃은 건지도 모릅니다. 괜찮습니다. 여행 중 낯선 길로 들어서야만 만나게 되는 멋진 히든 플레이스가 있게 마련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