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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21. 2023

#_일상의 틈을 지혜롭게 채우는 법

잠깐씩 맛보는 성장의 달콤함

저는 2가지 부분에서 천재적인 역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쓸데없는 생각하기와 미루기입니다. 아마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만 남아있지 않고, 다 책으로 만들었다면, 웬만한 도서관 하나 채울 만큼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미루기는 뭐, 저보다 뛰어난 고수님들도 종종 뵙긴 했지만, 저도 웬만해선 빠지지 않을 만큼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이 많다는 건 남들보다 생각의 속도가 빠르고 한 번에 운용가능한 생각의 볼륨이 크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미루기의 재능은 단순한 귀찮음과는 달리 어떤 일이든 보다 완벽하고 멋지게 해내고 싶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이 또한 잘만 활용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다만 결과적으로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천재성이기에 삶에서는 대체로 장점이기보다는 단점으로 작용할 때가 훨씬 많다는 게 팩트지만 말이죠.


저는 오랫동안 자기계발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삶을 살려면 위의 2가지를 잘 극복하는 게 지상과제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제법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본 결과.

저에게 가장 좋은 솔루션은 "틈틈이 읽고, 반드시 쓰기"였습니다. 독서를 강의하고 책을 빨리 읽을 줄 안다고 해서 무조건 다독을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웬만한 책은 거의 예열 없이 수월하게 읽을 수 있지만, 책과 장르에 따라 예열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는 환경이 중요합니다.


요즘 저에게 부여하는 환경은 늘 필사할 책과 노트, 읽을 책을 들고 다닌다는 점입니다. 물론 책은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도 되지만, 스마트폰을 열고 밀리의 서재에 들어가기까지 수많은 알람과 메시지들이 제 집중을 흐트러놓기 때문에 역시 가장 좋은 건 종이책입니다.


며칠 전에는 독일에서 잠시 귀국하신 대표님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종종 가는 초밥집에 가서 식사도 하고, 근처 카페에 와서 그동안의 밀린 안부와 여러 대화를 나눕니다.

2시간가량 대화한 후 다른 오후 일정이 있어서 이동하신다고 합니다. 카페 문 앞까지 배웅하고 저는 다시 자리로 돌아옵니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책 읽기는 쉽지 않아서 이어폰을 끼고, 조용한 음악을 틀어봅니다.

우선 필사를 시작합니다. 이 가장 느린 독서를 통해 단 1분 만에 고요한 나만의 시간의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필사한 내용을 다시 읽어 봅니다. 소요시간은 고작 10여분 정도. 10분 사이에 시간의 흐름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오늘 읽으려고 가지고 나온 책을 펼쳐서 잠깐씩 읽어 봅니다. 오늘은 어제 배송 온 괴테의 소설 <친화력>입니다.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은 아니라서, 이 책은 예열이 좀 필요한 책입니다. 소설이긴 하지만 스키마를 확보하기 위해 해설을 먼저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여유 있게 읽으면 재미있을 책인 건 분명한 듯합니다. 

진도가 안 나가는 친화력을 덮고, 요즘 한참 재미있게 읽고 있는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를 읽어봅니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가는 문장들이 인상적입니다. 하루키도 그렇지만, 뛰어난 소설가는 이런 산문으로 만날 때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인데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무척 강조하고 있네요. 암요 암요. 아무리 좋은 레시피를 알고 있어도 재료가 없으면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없는 법이니까요.



잠깐 더 앉아있다 간다는 게 30분을 훌쩍 넘깁니다. 더 읽고 싶지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저도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합니다. 이동하면서 다시 스마트폰을 확인합니다. 


오늘 읽은 책에서 스티븐 킹도 제 맘에 쏙 드는 조언을 합니다.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는 어디로 가든지 반드시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는데, 그러다 보면 책을 읽을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번에 오랫동안 읽는 것도 좋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만약 "틈틈이 읽고, 반드시 쓰기"를 실천하지 않았다면, 좋은 공간에 와서도 스마트폰만 깨작거리다가 갔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매일 조금씩 시간을 내서 하고 있는 낭독, 필사, 독서, 글쓰기를 이런 일상의 틈을 활용해 하나씩 채워나가는 건 참 즐겁고 유익한 일입니다.


장마 중에 마침 맑게 갠 하늘이 더 기분 좋게 만드는 오후입니다. 

아마 아직 독서와 친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매일 쓰는 게 부담스러운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일상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체험해 보셨으면 합니다. 불과 20-30분 정도를 투자해서 나의 일상의 밀도를 확 높여주는 그 느낌을 맛보신다면, 매일 경험하고 싶지 않으실까요? ^^


꼭 솔루션이 저와 똑같을 필요도 없습니다. 공부하는 분은 책 대신 논문을 읽어도 되고, 잠깐 외국어 공부를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필사대신 5분 저널 같은 일기를 쓰는 것도 방법일 겁니다.

자신의 삶의 방향에 맞는 작은 실천이지만 의미 있는 것들을 일상의 곳곳에 배치해 보세요. 스스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내가 조금 더 나에게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나 스스로 돌봐주어야 합니다. 나는 내가 가장 잘 아니까 말이죠.


부디 일상의 틈을 자신이 원하는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나가 보시길. 

그런 경험을 통해 조금씩 더 성장하는 기쁨을 맛보시길. 


성장, 너 참 달콤하구나.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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