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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20. 2023

#_고통은 우리를 더 큰 자유로 이끈다

슛을 차려면 드리블부터

아들이 요즘 축구에 푹 빠졌습니다. 축구를 하다가 넘어져서 오른쪽 무릎이 까였는데, 다음날 또 하다가 또 다쳐서 아프다고 엄살입니다. 목욕할 때 아프다고 방수밴드를 찾아달라고 합니다. 아파도 계속하는 걸 보면 재미있나 봅니다. 오늘은 UFO슛을 연습했다고 자랑합니다.


'아빠, UFO슛이 뭔지 알아?'

'그거 공이 휘어지도록 차는 거 아니야?'

'응, 맞아. 공이 휘어지게 차는 건 맞는데, 보통은 감아 차는 거고, 감아 차는 방향이랑 반대로 휘어지는 게 UFO 슛이야. 나 오늘 UFO슛을 성공했어.'

'오~ 대단한데?'


그러면서 더 많이 슛을 연습해야겠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자기는 슛은 잘하는데 드리블은 전혀 못한다고 합니다. 


'아빠, 나는 슛만 넣었으면 좋겠어. 드리블은 너무 연습하기 싫어.'

'에이, 슛을 잘해도 드리블을 못하면 소용이 없어. 그러니까 축구를 잘하고 싶으면 드리블도 꼭 연습해야 해.'

그렇게 말하곤 용무가 급해서 화장실로 뛰어가며 대화가 끝났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아들에게 말하긴 했지만, 문득 그 말에 나를 비춰봅니다.

나는 슛만 넣으려고 하는 아이의 마음과 비슷한 게 아닐까? 말한 대로 축구를 잘하려면 슛만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은 드리블도 연습해야 하는 것처럼 나는 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지 말이죠. 생각해 보니 미루고 있는 일 투성입니다. 하루쯤 미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미루고 또 미뤄서 일주일이 지나고 한 달이 되어가는 일도 있습니다. 5월에 메모해 둔 체크리스트 중에 아직도 X 표하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기도 합니다.


미루지 않고 지금 당장 실천하는 건 고통이 따릅니다. 실행에 따른 고통은 삶의 지렛대입니다. 토니 로빈스는 <거인의 생각법>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고통을 지렛대 삼아 스스로 움직여보자. 피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말고 의식적, 능동적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자극제로 활용해 보자.


하기 싫은 드리블을 연습하려면 고통이 따를 겁니다. 하지만 드리블을 잘하게 될수록 당신의 멋진 슛이 멋지게 골대를 가를 순간을 더 많이 만들어 줄 겁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삶을 한 단계 레벨 업시키는 방법입니다.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먹고 싶은 대로만 먹고, 놀고 싶은 대로만 노는 것이 자유 같지만, 진정한 자유는 하고 싶지만 하지 않을 수 있고, 먹고 싶지만 절제할 줄 알고, 놀고 싶지만 해야 할 일들을 먼저 하는 규율 속에 있습니다. 저는 늘 작은 고통도 외면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많은 자유가 구속되는 상태를 수없이 체험했습니다. 


이제는 고통과 친해져 보려 합니다. 작은 귀찮음, 작은 근육통, 작은 배고픔, 작은 두려움처럼 작지만 내 삶의 곳곳에 버티고 서서 나를 조정하는 것들에 맞서 보려 합니다. 그런 저항에는 늘 크고 작은 고통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니체가 말했던 것처럼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입니다. 내가 극복해 나가는 작은 고통들이 나를 더 큰 자유로 이끌어 줄 것을 압니다. 알면서도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그 일을 오늘도 한 번만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도해 봅시다.


아들은 오늘 아침 학교를 가며 말합니다.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20분만 연습해야겠다."


더워서 안 한다는 말이 아니라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하는 아이의 말이 마치 나에게 해주는 조언 같습니다. 오늘은 더우니까, 20분만 더 써봐야겠습니다.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토니 로빈스의 <거인의 생각법>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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