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사업을 한다는 것

과감하게, 남들보다 먼저, 뭔가 다르게 한다.

by 변대원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 모든 부품이 제 기능을 하는 하나의 완성된 체계를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식의 '원대한 구상'을 하지 않는다. 나는 부분에서 전체로 나아간다. 세부적인 것을 완벽하게 만들기 전에는 절대 규모가 큰 아이디어로 넘어가지 않는다. 나로서는 이 방법이 훨씬 융통성 있는 접근이다.(중략) 그래서 나는 단순하게 보일지언정 세부사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사업이 잘 수행되기를 바란다면 그 일의 모든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에 낱낱이 완벽을 기해야 한다. -p.11


레이 크룩은 타고난 사업가처럼 보인다. 그의 삶을 보면 그런 탁월함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실패와 경험, 그리고 현장에서의 집요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레이 크룩은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람이다. 사업의 요체가 어디에 있는지 이해한 사람이다. 맛있는 햄버거와 프렌치 프라이는 맥도널드 형제가 만들었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전 세계의 맥도널드는 다 레이 크룩 회장이 만든 것이다. 가장 미국적인 성공방식을 입증한 그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유니클로 회장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추천사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세상에는 상품이 남아돈다. 상당수의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팔리는 물건이 있으니, 바로 확신을 갖고 파는 상품이다.
"이걸 사세요. 정말 좋은 물건이에요."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상품은 잘 팔린다. -p.20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판매자가 확신을 가진 상품은 고객에게 주는 첫인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실제로 좋으면 그 고객은 또 한 명의 확신 어린 전파자가 된다.


가끔 히트상품, 인기 브랜드를 만들려면 타사와 차별화되는 상품명, 포장, 홍보 전략을 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근본적으로 틀린 생각이다. 아무리 돈을 들여 홍보하고, 참신한 이름을 붙이고, 그럴듯한 포장으로 감싸도 그것을 산 소비자가 상품의 장점을 체감하지 못하면 히트할 수 없다. 하물며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다. -p.21


이게 사업의 핵심이다. 우선 소비자가 "이거 정말 좋다"라고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상품의 메리트가 있어야만 한다. 그런 특별한 경험이 좋은 상품을 만들고, 좋은 서비스, 좋은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사업을 하는 당사자가 가장 먼저 설득되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기획자, 마케터, 판매자 등 사업에 참여하는 당사자들 모두가 설득되어 있는 상품은 잘 팔릴 수밖에 없다. 머리로 이해하고 전달하는 것과 몸으로 체험한 것을 전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에 그렇다.


식구들은 나를 '몽상가 대니'라고 곧잘 불렀다. 심지어 고등학교에 다닐 때도 내가 어떤 계획을 떠올리고서 흥분한 채 집에 돌아오면 몽상가 대니가 왔다고 놀려댔다. 나는 내 꿈을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지 않았다. 내 꿈들은 단 한나도 버려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현실화되었다. -p.73


나는 이상주의자가 좋다. 레이 크룩 역시 어릴 때부터 몽상가라고 놀림받을 정도의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꿈만 꾸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겼고, 도전했고, 실패했다. 실패 없는 성장은 없음을 그 역시 자신의 삶을 통해 보여준다.


1976년 다트머스 대학 강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무모한 일에 달려들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건 미친 짓이죠. 하지만 위험은 감수해야 합니다. 가진 것을 모두 걸어야 할 때도 있죠. 무엇인가에 확신이 들면 몸과 마음을 모두 바쳐야 합니다. 위험을, 합리적인 위험을 감당하는 것은 도전의 일부입니다. 즐거운 일이죠." -p.119


위험이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문제는 어떤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알고 있느냐다. 무모하게 덤벼드는 것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의 결정적인 차이가 거기에 있다. 스스로 자신이 가진 역량으로 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 그런 역량으로 위험에 맞서는 것이다. 그런 도전이야말로 아주 스릴 넘치는 경험이자 즐거움일 수 있는 것이다.


완벽이란 이르기 힘든 기준이다. 하지만 내가 맥도널드에서 원한 것이 바로 그런 완벽함이었다. 그밖에 다른 모든 것은 부차적인 일일 뿐이었다. -p.154


"Done is better than perfect."(완수가 완벽보다 낫다.)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문장이다. 이 글 도입에서 인용했던 내용과도 일맥상통한다. 완벽한 이후에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우선 작은 것부터 완수해가면서 하나씩 완벽함을 추구해 갈 수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어떤 일에 완벽해야 하는지, 또 어떤 일은 완수만으로도 충분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기준이 없을 때 불필요한 일에 완벽을 기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정장 완벽해야 하는 일은 완수하기에 급급하게 된다. 레이 크룩은 그런 사업의 핵심을 정말 잘 꿰뚫어 보는 사람이었다.


나는 개개 가맹점주의 성공을 모든 방면에서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맹점 운영자의 성공이 나의 성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p.161


레이 크룩은 상생을 아는 사람이었다. 비슷한 이야기는 다른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최고액 납세자로 유명한 사이토 히토리의 <그릇>이라는 책에는 "오우미 상인"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은 '산포요시'라는 말을 늘 가슴에 새기고 사업 이념으로 삼았는데, '파는 사람에게 이롭고, 사는 사람에게 이롭고, 세상에 이롭다.'는 뜻이다. 상품을 팔든, 햄버거를 팔든, 서비스를 팔든 그 행위가 서로에게 이로울 때 가장 시너지가 나는 법이다.

당장의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는 사람은 결코 사업에서 성공할 수 없다. 지금 나의 이익을 넘어 상대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함께 고민할 줄 알아야 한다.


맥도널드 사람이라면 햄버거도 나비 날개 못지않게 아름답다고 말할 것이다. 대량의 식사를 빠르게 내는 '예술'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햄버거 빵을 보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p.185


흔히 맥도널드의 빵은 입술만으로도 뜯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 정도로 그는 사업에 참여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햄버거빵이라는 단순한 재료조차 예술적으로 접근할 정도로 집요했다. 차후에 맥도널드의 CEO가 되는 프레드 터너가 이런 방식으로 접근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내가 하는 일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그 일의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햄버거 빵이 보석보다 아름다운 이유를 찾아냈기에 그들은 햄버거로 보석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52세가 되어서야 맥도널드를 시작했고 하룻밤 사이에 돈방석에 앉았다는 얘기를 듣고 놀라곤 한다. 하지만 나는 연예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스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수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노력하다가 때를 만나 큰 성공을 거둔다. 내가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았다는 것은 맞는 말일지 모르지만 그 뒤에는 30년에 걸친 긴긴밤이 있었다. -p.189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드라마틱한 성공스토리에 대한 오해를 한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고, 하루아침에 유명해지는 이야기에 부러워하기도 한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정말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공이라면 결코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다. 장기간 지속 가능한 성공을 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시간 동안 보이지 않는 축적을 통해 그런 성공을 유지할 만큼의 역량을 만들어 놓았음을 뜻한다. 성공보다 성장이 중요한 이유다. 성공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성장은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어진 것은 언제든 다시 가져갈 수 있으나 스스로 만들어 놓은 것은 아무도 무너뜨리지 못한다.


그는 늘 맥도널드 가맹점주들에게 "사업은 당신의 것이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 시각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경쟁을 대하는 태도 역시 남달랐다.


경쟁사가 우리 계획을 훔치거나 우리의 스타일을 모방할 수는 있겠지만 내 마음까지 읽을 수는 없다. 때문에 그런 식으로는 우리의 발끝도 쫓아올 수 없다고 믿는다. -p.213


진정한 기획은 겉으로 흉내만 내서는 따라 할 수 없다. 오랫동안 자신만의 스타일과 노하우로 축적된 사업을 펼쳐 나갔던 그는 일시적인 모방에 태연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녹스빌에 문을 열었던 200번째 매장 맞은편에 경쟁사 햄버거 가게가 지속적으로 가격 할인을 통해 맥도널드를 몰아내려고 했지만, 결국 승리했다. 무분별한 가격 할인으로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는 경쟁자와 싸우면서 담당 운영자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


"더 좋은 15센트짜리 햄버거를 만들거나, 더 나은 상인이 되거나, 더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더 깨끗한 매장을 만들어서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면 파산을 선언하고 이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게 좋을 겁니다."-p.215


자신이 하는 사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사업은 생각의 틀만큼 성장하게 되어 있다. 그는 큰 포부를 가졌고 집요하게 그것을 추구하고 성취해냈다. 그런 실천적 성향을 배울 수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햄버거 사업이 가진 여러 가지 폐해들도 분명 있지만, 이 책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맥도널드라는 회사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 아니다. 사업을 대하는 그의 태도를 배워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참 좋았던 책이다.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멋진 말로 마무리할까 한다.


밀고 나가라. 세상의 어떤 것도 끈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재능으로는 안 된다. 재능이 있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 천재성도 소용없다. 이름값 못하는 천재가 수두룩하다. 교육으로도 안 된다. 세상은 고학력의 낙오자로 가득하다. 전능의 힘을 가진 것은 끈기와 투지뿐이다.-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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