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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25. 2023

#_글쓰기의 최대고비

오늘도 잘 쓸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 편집장이었던 트래시 홀은 그의 책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글을 써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건 "뭘 쓸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이미 썼던 글과 비슷한 글을 쓰기도 하지만, 글이 나아가려면 새로운 것을 찾아서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 걸까요?


저는 글쓰기 수업을 하면 참여하신 분들과 매일 함께 쓰는 미션으로 3줄쓰기를 추천드립니다. 이유는 그렇습니다. 한 줄은 아무렇게나 막 쓸 수 있습니다. 두줄까지도 아무렇게나 설명할 수 있죠. 그런데 3줄을 쓰려면 최소한의 논리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오늘은 정말 뭘 쓸지 모르겠다.
나는 왜 이렇게 매일 글감이 부족한 걸까?
아무래도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 


정말 뭘 쓸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첫 번째 줄을 적었습니다. 그러니까 왜 매일 글감이 부족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새로운 글감을 찾기 위한 솔루션으로 독서라는 방법을 떠올리면서 3줄이 완성됩니다. 이처럼 3줄은 간단해 보이지만, 최소한의 생각과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한 기본 단위가 되어줍니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이야 3줄도 제멋대로 쓸 수도 있을 겁니다. 그건 걱정 안 합니다. 제멋대로 매일 쓰려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죠. ^^ 결과적으로 매일 3줄만이라도 꾸준히 적는 것을 실천하면 매일 글쓰기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깁니다.


글감을 찾는다는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갑자기 왠 3줄쓰기에 대한 설명이냐고요? 그게 오늘의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매일 꾸준히 글을 쓰기도 하고, 한참을 안 쓰다가 가끔 생각나면 쓰기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글감을 찾아야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맞지만, 더 중요한 건 글감이 없어도 조금씩 쓰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것 자체가 좋은 글감을 발견하게 도와주는 방법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뇌는 뭐든 새로운 자극에 반응합니다. 내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활성화시킵니다. 자신의 꿈과 목표를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이유도 같은 원리입니다. 나라는 한정된 자원을 내가 가장 원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는 작업일 겁니다. 글쓰기의 원리도 동일합니다. 

매일 3줄씩 써봐야 책을 쓰기 위한 분량의 측면에서는 거의 도움이 안 될 겁니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 매일 반복되면 우리 뇌에 주는 자극이 달라지고, 글을 더 잘 쓰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보다 폭넓게 탐색합니다. 우리의 두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습관이 되기까지 짧게는 일주일~길게는 3주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구간을 뚫고 매일 쓰는 것만 익숙해진다면, 어렵지 않게 새로운 아이디어나 글의 소재를 발견하는 자신을 만나게 될 겁니다. 글쓰기의 최대고비는 항상 "시작"하는 곳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우선 꾸준히 쓰면서 조금씩 살을 붙여가고, 쓴 글을 다시 읽으며 수정해 나가면 나중에는 얼마든지 좋은 글로 바뀔 수 있습니다.

지금 쓰는 못난 글을 인정해 주세요.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세요.

지금 쓰는 못난 글은 나의 못난 모습과 무척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잘난 사람은 없거든요. 누구나 초보시절이 있고, 누구나 못난 구간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어야 그다음 성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성장을 가장 방해하는 녀석은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철없는 에고뿐입니다.


제가 살이 많이 쪄서 90kg 나갈 때 다이어트 좀 하겠다고 헬스장에서 무리하게 러닝머신 위를 달린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저는 이미 과체중이고 비만인 상태인데, 마치 20~30대 때를 생각하면서 뛰어버린 거죠. 한번 뛰었을 뿐인데 왼쪽 무릎이 아파왔습니다. 내 몸에 맞지 않게 무리하게 달린 탓에 관절에 무리가 온 것입니다. 결국 하루 운동하고, 아파서 일주일 넘게 쉬어야 했습니다.

저는 어떻게 했어야 했을까요? 맞아요. 90kg의 몸상태에 맞는 운동부터 천천히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못난 내 몸을 먼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했어야 했던 셈입니다. 왜 나는 그런 실수를 했을까 돌아보니, 살찐 나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 같기도 하고, 수만 가지 이유를 들며 합리화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면 어차피 내가 평생 그 상태로 머물러 있을게 아니라면 부끄러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나중에 다시 건강하고 날씬한 몸으로 회복되면 90kg의 살찐 모습은 그저 한때의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글쓰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글쓰기든, 독서든, 공부든, 우리가 무언가를 배울 때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첫 번째 덕목은 지금 내가 모르는 것, 못하는 것, 부족한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게 생각보다 참 힘듭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걸 인정하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인데, 막상 받아들이고 나면 그 부분이 금방 개선이 되면서 아무렇지도 않아 진다는 사실입니다. 정말 많은 일들이 그렇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여러분들도 자신의 삶의 중요한 의미들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그런 작은 걸음들이 모여 좋은 글이 되고, 좋은 책이 되고, 좋은 삶이 될 테니까 말이죠.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트리시 홀의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쓰는 법>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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