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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12. 2023

#_글이 나에게 안부를 물을 때

'나' 잘 살고 있나요?

나의 말도 나의 글도 가장 먼저 듣고 읽는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이 사실만 기억해도 내 말과 글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인스타 계정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해도 연예인 이야기, 어제 본 드라마 이야기, 오늘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상사에 대한 이야기, 친구에게 전해 들은 친구의 친구 이야기. 그 사람이 하는 말과 그 사람이 하는 글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타인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자신의 삶에서 자신의 지분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내 일상과 내 생각의 경계선을 해석하는 일입니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지나가고 말 일을 글로 다시 쓰다 보면, 말 그대로 내 기억에도 다시 "쓰여"집니다.

그렇게 글을 계속 쓰다 보면 내 글이 나에게 묻는 안부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내가 쓴 글이 나에게 묻습니다.


'나 잘 살고 있니?'


일상을 그저 일상으로 살아갈 때는 보이지 않던 내 모습이 보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짜증 내고 있는 내 모습, 퉁명스러운 내 모습이 고스란히 글 속에 투영됩니다. 때로는 뜻밖에 사랑스러운 내 모습도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좀 멋진 나를 만나기도 합니다. '나, 좀 멋진데?'


나는 내 글의 무조건적 독자입니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죠. 내가 하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말만 쏟아내는 사람이 자기애가 높기 어렵습니다. 무의식은 주어를 구분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타인에게 하는 말이 곧 나에게 하는 말입니다.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은 필연적으로 자기 자신도 깊이 존중하는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물론 때로는 지나친 자가 검열로 인해 글로 적지 못하는 생각들도 있습니다. 당연합니다. 아직 우리는 나 스스로를 다 알지 못하니까요. 쓰지 않고서는 알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내 삶을 글로 남겨 보세요. 시간이 갈수록 흐릿해지고 결국 잊히는 기억 속에만 남겨두지 마세요.

내 삶이 글로 기록되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고, 내 글이 묻는 안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책 한번 써 봅시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눈에도 보이지 않는 나의 내면을 언어라는 도구로 비추고 더듬어 파악하고, 그걸 정직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행위에는 대단한 심리적 치료 효과가 있다. 쓰는 사람 자신을 위로하는 글은 다른 사람도 치유할 수 있다.


그의 말대로 나의 내면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쓰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위로하거나 치유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응원하고 독려할 수도 있음은 물론입니다.


이왕 글을 쓰는 거 책쓰기를 목표로 하는 건 멋진 계획입니다. 하지만 책쓰기라는 목표에 가려서 글이 삶에 선물해 주는 훨씬 더 큰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우선은 글을 통해 나 자신과 만나는 게 순서입니다. 나 자신을 다정하게 보듬어 주는 글이라면 그 글을 읽는 다른 이의 마음에도 가닿을 겁니다. 글은 기억보다 훨씬 오래 남습니다. 기억은 떠올릴 때마다 바뀔 수 있지만, 기록은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당신을 반겨줄 겁니다. 지금도, 10년 후에도 변함없이 말이죠.


오늘도 글을 통해 나와 당신에게 묻습니다.


"오늘은 어떤 멋진 일이 있었나요?"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오늘 문장은 장강명의 <책 한번 써 봅시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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