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이 생기면 수월해집니다.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예전에는 바이오리듬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생체리듬이라고도 불리는데, 지금은 크게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혀져서인지 바이오리듬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진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생일에 태어난 사람이 모두 똑같은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진 않겠지만, 적어도 생체리듬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분명 리듬이 있습니다. 음악에서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는 소리의 흐름"을 리듬(rythem)이라고 말하듯이 우리 몸이나 삶에도 일정한 규칙을 가지고 흐르는 리듬이 있습니다. 일상의 습관이나 하루의 루틴이 하나의 리듬이 되어 삶의 어떤 흐름을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작가들도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자기만의 글쓰기 리듬이라는 게 만들어집니다. 소설가 대니 샤피로는 작가들의 리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어떤 작가들은 단어를 센다. 또 어떤 작가들은 정해둔 쪽수를 채우고, 손으로 쓰고, 책상 앞에서 일정한 시간을 보낸다. 목표를 계속 유지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스스로를 닦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작업 틀을 설정하는 것, 즉 리듬을 만드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무언가 능숙해진 일이라면 저마다 자기만의 리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저는 이렇게 설명하고 싶네요. 손으로 가볍게 책상을 "쿵더덕" 두드려 봅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어떤 분들은 분명 자기도 모르게, 두 번 더 손을 움직여 "쿵더덕 쿵덕"이라고 두드릴지도 모릅니다. 한번 해보세요.
축구를 응원할 때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면 나도 모르게 "짝짝짝~짝짝" 리듬에 맞춰 박수를 치게 될 것입니다. 리듬을 가진다는 것은 앞부분만 살짝 건드려 주면 나도 모르게 끝까지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행동 패턴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리듬이 생기면 수월해집니다. 공부도, 글쓰기도, 운동도, 노동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내 삶의 리듬을 돌아봅니다. 단순히 습관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하나의 습관이 하나의 음표라면, 리듬은 그런 습관들이 이어져서 만들어진 멜로디 같습니다.
사실 이번주 내내 바빴습니다. 제법 많은 미팅이 있고, 여러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강연을 들으러도 가고, 강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최소 하루 2개 이상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방학이라 집에 있는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그 와중에 책 읽고, 낭독하고, 필사하고, 명상하고, 글 한편씩 쓸 수 있는 생활이 제법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나름의 리듬이 생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니면 1일 1식으로 바뀌면서 먹는데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남아서 조금 더 많은 일들을 별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시작할 때는 리듬에 대해 조금 '리드미컬'하게 쓰고 싶었는데, 여기까지 쓰고보니 생각만큼 잘 안된 것 같네요..ㅎㅎ 뭐, 그런 날도 있는 거겠죠?
아직 제 일상의 리듬이 완벽하진 않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