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Jul 29. 2023

#_8월에 보내는 편지

지금은 만날 수 없는 그대에게


8월엔 쓸 수 없는 7월 어느 날의 감상을 당신에게 곱게 담아 보내봅니다.

여기는 창이 넓어 해가 잘 드는 어느 카페 창가입니다. 여기에 오니 당신이 무척 그립습니다. 햇살을 닮은 당신의 미소가 자꾸 떠오르네요.

7월은 여전히 무덥지만, 그래도 한여름의 정취는 있는 그대로 또 아름답습니다. 밖은 습하고 무더웠지만, 이곳은 시원하고 상쾌하네요. 이 포근한 느낌을 우선 마음박스 한쪽 귀퉁이에 한가득 담아봅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까요?

이곳은 책이 무척 많습니다. 책을 보러 왔지만 물론 다 보진 못하겠지요. 제가 당신을 오래 알아왔지만, 여전히 다 알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우선 2권의 책을 골라왔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과 요시모토 바나나의 <매일이 여행>이에요. 당신도 혹시 읽어보셨나요?

왜 이 두 권에 유독 눈길이 갔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들을 읽다가 당신에게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소개는 해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이 공간의 수천 권의 책들이 주는 풍요로움과 설렘을 마음박스 다른 한쪽에 추가로 담아봅니다.


아직은 7월이지만, 8월에도 다시 이곳에 오긴 어려울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의 시간과 공간 자유롭지만, 모든 시간과 모든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순 없으니까요. 가을엔 꼭 다시 오겠지만, 어쨌든 8월엔 올 수 없으니 8월이라는 빛나는 서른 하나의 보석 같은 날들 향해 미리 인사를 하고 싶었을 뿐이랍니다.

8월에도 당신을 만날 테고, 당신을 그리워하겠지만,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랑의 모양으로 존재하더라도 분명 아름다울 겁니다.

나이가 든 당신도, 어린 시절의 당신도, 환하게 웃고 있는 당신도, 가슴 아파 눈물 흘리는 당신도 언제나 아름다웠으니까요. 당신을 향한 이 커다란 그리움을 남은 공간에 꾹 꾹 눌러 담습니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단 한순간만 존재하겠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겐 읽을 때마다 존재하게 될 거예요. 그게 이 글을 쓰는 이유랍니다. 다시는 존재하지 않을 어느 날의 나를, 이 순간의 감각을, 이때의 정취를 선물하고 싶어서요. 이 메모를 마지막으로 마음박스를 닫아야겠네요. 지금 흘러나오는 재즈선율의 끈으로 박스를 묶고, 은은한 커피 향으로 리본을 달아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미래의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당신의 마음 곁엔 늘 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시간이 많이 흘러 설령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편지는 오래도록 남아 2023년 7월 어느 날의 나를 기억해 줄 거라 믿어요.


마지막으로 피천득 선생님의 책 속 한 구절을 함께 남겨 봅니다.


나는 아름다운 빛을 사랑한다.


오늘도 그대의 삶이 충만하길 바라요.

사랑과 존경을 담아 보냅니다.


2023년 7월 29일

지행역 토끼의 지혜에서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피천득 선생님의 <인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_나만의 리듬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