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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ul 30. 2023

#_최소한의 다정함

당신은 다정하게 대해줘야 하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질병은 삶을 따라다니는 그늘, 삶이 건네준 성가신 선물이다.


현대사회에서 질병은 때로 자기 관리의 실패의 은유로 비치곤 합니다. 수전 손택은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질병은 삶을 따라다니는 그늘이자, 삶이 건네준 성가신 선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게 평소에 몸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라는 식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고, 자기 스스로 그렇게 자책하기도 합니다. 역사를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질병은 신이 내린 천벌로 묘사되기도 했는데, 현대에 와서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사실 질병은 우리 몸의 균형이 깨진 상태입니다. 코로나나 독감처럼 특정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그것에 저항하기 위한 신체반응일 수도 있고, 수면부족이나 과도한 음주, 폭식 등과 같이 필요한 것이 결핍되거나 너무 과해서 생기는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균형이 깨어진 상태는 괴로움의 상태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Dukkha와 비슷합니다. 이렇게 균형이 깨지고 나면 다시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엄밀히 따지면 운동을 열심히 해서 특정한 근육이 발달하는 방법도 기존의 균형점을 깨뜨리고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것입니다.(근섬유에 상처가 나고 그것이 회복되면서 더 크고 단단해지는 원리) 과정은 비슷하지만 결과적으로 완전히 달라지는 이유는 스스로 의도하거나 통제하는 범위 내에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일 겁니다.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시련을 겪습니다. 관계적 시련, 경제적 시련, 정신적 시련 등입니다. 이런 정신적 시련 역시 이전의 균형이 강제로 깨지는 경험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떤 이는 더 작은 자기 내면의 방 안으로 숨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힘들지만 시련을 극복해 나가면서 이전보다 더 단단한 삶의 뿌리를 내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몸이 건강해지고 더 보기 좋게 단련될 수 있는 것처럼 독서나 명상, 글쓰기와 같은 훈련을 통해 우리는 내면의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강도 높은 의식의 집중 또는 이완을 통해 통제가능한 영역을 넓혀갑니다. 약간의 성가심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다정한 보살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상의 습관들은 자신을 위한 '최소한의 다정함'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 자녀가 태어나면 행여나 다칠까 아플까 배고플까 염려하여 노심초사해 본 경험, 자녀가 있는 분이라면 다들 아실 겁니다. 설령 아직 자녀가 없는 분이라도 어린아이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들의 연약함을 알기에 보다 다정하게 대하게 됩니다. 보기만 해도 미소 짓게 만드는 아이들의 놀라운 능력에 어른들이 속수무책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도 저마다 아이처럼 여린 내면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걸 모르고 방치하면 영하의 날씨에 따듯한 옷도 제대로 입히지 않고 2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꼴이 됩니다.


자신의 취약성을 발견하고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줘야 합니다. 다정함의 시작점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조금씩 하지만 꾸준히 훈련해 줘야 합니다. 자녀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나를 다정하게 돌봐주세요. 조금 더 건강한 음식을 주고, 조금 더 건강하게 운동하게 하고, 조금 더 좋은 글을 읽고, 내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명상하고 글을 쓰면서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나에게 다정한 음식, 다정한 운동, 다정한 독서, 다정한 명상, 다정한 글쓰기를 선물해 줄 수 있습니다. 

질병처럼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기 전에 먼저 나를 돌봐주는 겁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삶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입니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습니다. 평생 내면에 보이지 않는 질병을 안고 살아온 사람들은 건강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상태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여행을 가보지 않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유명한 맛집에 가보지도 않고, 그 집 음식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연애나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당신 자신을 위해 최소한의 다정함을 선물해 보세요.

그 선물이 주는 기쁨과 안식, 충만함과 벅참을 느껴 보세요. 당신 스스로 얼마나 가치 있는 사람일 수 있는지 느껴보세요. 아이를 돌보듯 그렇게 조심스럽게 사랑스럽게 말이죠.

잊지 마세요.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괜찮은 사람이고, 다정하게 대해줄 가치가 충분한 사람이라는 사실을요.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수전 손택의 <은유로서의 질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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