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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14. 2023

#_일상의 발견 : 9) 운전의 법칙

목적지까지 비춰주는 헤드라이트는 없습니다.

몇 년 전 동해 쪽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습니다. 일찍 출발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이 어려서 말 안 듣는 말썽꾸러기들이라 챙겨서 나오는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집에서 나오려니 곧 점심시간이라 점심은 간단히 김밥을 사서 차에서 먹으며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아서 인지 계속 배고프다, 화장실 가고 싶다고 등등 장거리 여행에 가장 큰 변수가 되었습니다. 출발이 늦으니 도착도 늦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숙소까지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굽이굽이 산으로 올라가는 험난한 길이 펼쳐집니다. 태백산맥을 넘어야 동해로 넘어가는 것이니 당연한 건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이미 날이 어두워진 데다 산길에는 가로등도 거의 없어서 정말 헤드라이트 불빛 비추는 전망 30~50m 앞만 보며 가야 했습니다. 가끔 맞은편에서 차가 오기라도 하면 서로 놀란 듯 속도를 줄이고 지나가면서 산을 넘어가야 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운전했을까요. 이제 다시 내리막길이 시작되더군요. 내리막은 조금 더 수월했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길이라 보다 멀리 보인달까요?

그렇게 몇 시간의 운전 끝에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그때 어디를 갔었는지, 동해바다가 어땠는지는 별로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오히려 조마조마하며 산을 올라가던 그 순간의 기억은 참 또렷합니다.


우리 인생도 참 비슷한 것 같아요. 

밤길을 운전할 때 목적지까지 한 번에 비춰주는 라이트는 없잖아요. 라이트는 항상 전방 50m만 비추지만, 그렇게 깜깜한 밤길을 달려가니 결국 목적지에 도착했던 것이 저에게는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매일매일 하루라는 시간의 헤드라이트를 비추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목적지가 보일리가 없을 겁니다. 그저 매 순간 내가 전진하는 만큼 목적지에 가까워질 뿐일 겁니다. 제가 마주한 것처럼 높고 험난한 길을 만날 수도 있고, 가로등도 없이 깜깜해서 정말 내가 비추는 헤드라이트 말고는 아무것도 의지할 것이 없는 순간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계속 가다 보면 분명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겁니다.

롤랑 바르트는 <마지막 강의>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도하기 위해 희망할 필요도 없고, 지속하기 위해 성공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때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 너무 거창하고 확실한 동기를 얻고 싶어 합니다. 아침에 출근길에 집을 나서면서 무언가 거창한 동기나 희망을 품고 나서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정작 우리 삶은 채우는 수많은 행동들은 시도하기 위한 희망이나 동기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삶을 좋은 습관으로 채워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겠죠. 더불어 무언가 반복하고 지속하기 위해서 대단한 성공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그 순간에만 충실하면 되는 것이죠.


진짜 문제는 내가 가려는 목적지가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닐 때입니다. 저는 참 많은 글에서 진정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요. 목적지를 잘못 설정해 두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점점 내가 원하는 삶과 멀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지금 내가 출발하는 곳을 정확히 인식하며, 매일 꾸준히 목적지를 향해 전진한다면, 당신의 삶은 시간이 갈수록 당신의 꿈에 가까워질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하게 되겠지요. 당신이 지금 보이지 않는다고 멈추지만 않는다면 말이죠.


* 운전의 법칙 : 밤길을 운전할 때 헤드라이트는 내 전망 50m만 비추더라도 얼마든지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매일 그날만큼의 전진과 성장을 반복하면 반드시 꿈꾸던 삶에 이를 수 있게 된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롤랑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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