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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16. 2023

#_아무도 박수치지 않을 때가 진짜 성장하는 시간

성장은 소리 없이 온다.

아이들은 칭찬을 좋아합니다. 칭찬은 무언가를 좋아하게 만들고,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최고의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은 타인의 칭찬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타인의 의미 없는 험담에도 태연했습니다. 대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이나 피드백은 매우 신중하게 받아들입니다. 그게 지금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거라면, 아주 사소한 칭찬에도 즐거워하고, 심지어 날 선 조언에도 기뻐합니다.


초보단계에서 칭찬이 필요한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조금 더 앞서간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느낌을 좋아하는데, 최고의 위치에 올라간 사람들이 칭찬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고 있고, 어떤 것이 부족한지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과장된 칭찬은 그저 듣기 좋은 말에 불과한 것이지요. 반대로 사소한 거라도 지금 자신의 상태에 꼭 필요한 통찰과 연결되는 이야기에는 매우 세심하게 반응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말이죠.


결국 어떤 분야에서 앞서나가기 시작하면 마치 마라톤 경기의 선두그룹처럼 몇 명이서 같이 뛰거나 홀로 묵묵히 달려야 하는 구간에 이르게 됩니다. 이미 많은 길 위를 달려본 선수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지금 자신이 어느 정도 뛰었고, 자신의 몸상태가 어떤지 말이죠. 심지어 그날의 날씨와 바람, 습도까지 세세하게 느낄 겁니다. 그런 차이에 따라 자신의 기록이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죠.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들이 여러 대회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런 경험으로 더 큰 경기에 나가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그들이 훈련하는 대부분은 아마 매우 고독하고 고된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졌을 겁니다. 그땐 아무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이전의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웠어도 누구 하나 손뼉 쳐주지 않습니다. 아마 그때, 그 찬란한 고독 속에서 환희에 찬 주먹을 불끈 쥐는 순간이 그들을 성장시켜 왔을 겁니다.


가끔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혼자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독서가 뭐라고, 책방이 뭐라고, 책을 통해서 사람들이 성장하는 거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도 없는데,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게 참 외롭기도 했습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위기가 오거나, 몸이 아플 때는 서럽기도 했습니다. 미련한 제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아픈데 정작 내가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고 느낄 때 마주한 무력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외로운 길을 가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만약 내가 죽음 앞에 직면했을 때, 가장 후회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성장을 돕는 것, 자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의 씨앗을 스스로 싹을 틔우고 뿌리내려 자기만의 꽃을 피우고 열매 맺을 수 있게 돕는 삶. 40년 넘게 살아오면서 이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헉헉, 하면서 짧은 숨을 가쁘게 쉬고 있는 것은 초보자이고, 조용히 규칙적으로 호흡하는 것은 베테랑이다. 그들의 심장은 천천히, 생각에 잠기면서 시간을 새겨 나간다.


언젠가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큰 위로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작가인 그도 무척이나 고독한 시간들을 견디고 성장하기 위해 매일 달리고, 글을 쓰며 스스로를 담금질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기 때문입니다. 막연하게 누구나 다 노력하고, 누구나 다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상 속에 놓여있는지는 알 수 없었는데, 그의 글을 읽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게 하루키의 글이 특별한 매력이겠지요. 세계적인 소설가가 '달리기'에 대해 쓴 에세이에서 위로를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사실 요즘은 강의를 하면서 함께 달리는 분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같은 길을 간다고 해서 같은 곳을 가고 있는 건 아닐지라도 함께 달리는 순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저 또한 혼자 달리는 시간들 속에서 조금씩 성숙해져 가는 자신을 봅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서로 스치면서 서로의 호흡의 리듬을 들으며, 서로의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마치 작가들이 서로 상대의 어법을 교감하는 것처럼.


책을 읽으면 먼저 외로운 자기만의 길을 달려간 인생 선배들의 경험담을 만납니다. 그들의 조언 하나하나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문장에서 풍기는 빛나는 아우라에 놀랐다면, 시간이 갈수록 그 문장에 담겨있는 인생의 질량감에 놀라게 됩니다. 저는 작가들의 어법은 잘 알지 못하지만,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문법이 있다는 것은 느낍니다. 문법이 아닌 삶의 리듬이라고 해도 좋고요. 고유한 향기라도 표현해도 좋습니다. 어쨌거나 확실한 건 각자의 고유한 삶의 특징이 있다는 것이니까요.


최대한 가볍게 쓰려 노력하고 있으나 오늘 마주하고 있는 이 글의 무게도 만만치 않습니다. 내 인생이 오랫동안 그다지 성실하지 못했고, 마흔이 넘어서야 조금씩 겸손히 부족한 나를 받아들이며 성장하려 애쓰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고, 오늘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제 입장에서 달리는 심정이지만, 실제로는 걸어가는 속도보다 느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어떤 속도로 출발했는지와 상관없이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멈추지 않은 사람들뿐이니까 말이지요.


혹시 자신의 성장이 의심되거나, 내 주변에서 아무도 달리지 않아 불안하다면 이것만 기억하세요.

가장 고독하고, 쓸쓸하게 혼자 달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에 사실은 가장 많이 성장한다는 사실을요. 성장은 결코 요란하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조용히 찾아옵니다. 심지어 나조차도 모를 정도로 말이죠.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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