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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09. 2023

#_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멘집_논현동 라멘모토

한 끗 다른 디테일과 나다움에 대하여

한 달에 한두 번씩 가게 되는 단골 라멘집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일본식 라멘집과는 또 다르고요. 많이 먹어보진 못했지만, 실제 일본에서 먹어본 유명한 라멘집의 라멘과도 결이 좀 다릅니다. 처음 생겼을 때 사무실이 근처에 있어서 단골이 된 뒤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들리게 되는 식당입니다.


오늘은 오후에 강의가 있어서 사무실에 들를 틈 없이 논현동 근처에서 식사하고 강의 마무리한 후 이동할 계획을 가지고 라멘모토로 향했습니다.


라멘모토의 대표메뉴인 츠케멘(면과 국물 세트, 10,000원)과 챠슈(오른쪽 그릇 아래쪽에 올려진 고기, 2,000원)


제가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 번째는 당연히 맛입니다.

맛있긴 한데, 단순히 '맛있다'라고만 말하긴 조금 애매하고요. 맛이 좀 강하고 개성이 강합니다.(짜고 진한 맛)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일반적인 라멘처럼 한 그릇에 나오지 않고,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옵니다. 이게 장단점이 확실합니다. 우선 장점은 면발이 굉장히 쫄깃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면의 삶기를 연구하셨는지, 오픈주방이라 정확한 타이머가 울리고 차가운 물에 헹구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는데요. 대신 처음에는 뜨거운 국물에 따끈하게 면발을 담가 먹을 수 있는데, 대체로 반정도 먹었을 때부터는 국물이 많이 식어버려서 다소 미지근한 느낌으로 먹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게 유일한 단점인데, 자꾸 먹다 보니 그런 온도의 변화도 하나의 먹는 재미로 느껴지더군요.


1. 기본기 : 국물맛, 면의 삶기 등 가장 중요한 음식맛의 기본기가 훌륭합니다.

2. 조합 : 애당초 면을 담가먹는 방식도 신선하지만, 함께 곁들여서 먹는 양배추절임과 김, 챠슈, 삶은 계란 등의 조화가 일품입니다.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정도를 달리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3. 개성 : 맛과 먹는 방식 등이 기존의 라멘집과 차별점이 뚜렷해서 하나의 개성으로 각인됩니다.

4. 인심 : 밥과 김은 공짜로 줍니다.(더 달라고 하면 계속 주심)

5. 디테일 : 맛이 강해서 처음에는 맛있는데, 점점 조금 느끼해지거나 물리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요. 그걸 라임하나를 곁들여 줌으로써 해결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어떻게 먹는지 설명해 놓은 이미지가 세심하게 붙어있지요.



라멘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논현역 근처에서 식사하실 때 한 번쯤 가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평일 점심은 11시 30분 오픈 시에 바로 가지 않으면 늘 대기가 있을 정도로 손님이 많은 편이라는 점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렇게 라멘모토에 대해 적게 된 것은  자주 먹으면서도 생각지 못했던 '장사 잘하는 집'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위의 5가지 항목을 제 자신에게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1. 기본기 : 일을 함에 있어서 실력이라는 기본기가 없으면 안 되겠지요. 독서강의를 한다면 독서와 강의에 대한 기본기가 탄탄해야 할 테고, 글쓰기를 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이론과 실전, 출판 시장에 대한 지식이라는 기본기까지 갖추고 있어야 할 겁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기본기가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부터가 순서일 수도 있겠네요.


2. 조합 : 스콧 애덤스는 <더 시스템>에서 한 가지를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두 가지 이상의 속성을 상위 25% 수준까지 만들고 그것을 조합함으로써 남다른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라멘모토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라멘맛으로만 봤을 때는 분명 더 맛있는 집들이 있지요. (세상에 맛집에 얼마나 많은지 우열을 가리기 힘들죠) 하지만, 면과 국물을 따로 제공하고, 곁들일 수 있는 다양한 조합들을 만들어 냄으로써 각각의 메뉴가 최고라고 할 순 없지만, 합쳐 놓으면 어디에도 없는 맛을 즐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에서도 나는 어떤 조합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저의 경우는 독서강의라는 분야에서 제가 가진 PPT 디자인 능력과 제가 좋아하는 다양한 자기 계발 및 인문학 책들에서 얻어낸 통찰들을 조합해서 기존의 강의와는 다소 차별되는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상위 25% 수준의 다양한 능력들을 잘 조합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더 큰 가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됩니다.


3. 개성 :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른 것처럼 누구나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는 건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개성은 확실한 차별화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개성에 있어서만큼은 타인에게 나를 맞추는 것보다는 나 자신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함으로써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나이가 젊거나 많다면 그것 또한 하나의 개성이 될 수도 있고요. 옷을 입는 스타일이나 강의를 진행하는 스타일 역시 자기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인심 : 사람들이 만족스러운 식사를 넉넉하게 할 수 있도록 밥과 김을 무료로 주는 것처럼 저는 강의안이나 강의 영상 등을 무료로 제공해 주고 있는데요. 특히 강의안을 드리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신기하게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물론 제 강의안을 가지고 다른 분이 자신이 만든 것인 양 강의할 수도 있겠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분 역시 독서에 대해 강의할 테고, 제 강의안이 도움이 되어서 더 좋은 강의를 할 수 있다면 그건 그거대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일뿐이고, 저는 그에 대한 보상은 시간을 두고 얻을 수 있는 것이지, 매번 강의를 할 때마다 강사료나 수강료 등과 교환하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인심이라고 적었지만, 사람들을 향한 '진심'이기도 할 겁니다.


5. 디테일 : 결국 좋은 가게, 좋은 브랜드를 '완성'하는 것은 디테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디테일 역시 배려와 진심에서 나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의 경우에는 이번주에 3일 연속으로 같은 주제에 대한 강의를 연달아하게 되었고, 오늘 2번째 강의하는 날이었는데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장소와 청중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내용이나 순서등을 전혀 다르게 해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오늘은 교회 신학연구원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로 강의를 하게 되었는데, 성경공부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대상이시기 때문에 평소에는 넣지 않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나 '성경구절'들을 인용하는 식으로 구성했습니다. 제가 다루는 주제와 청중들의 삶이 연결되어야 좋은 강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 얼마나 좋게 느끼셨을지 도움이 되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작은 디테일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철학자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이 야속하다 생각하지 말고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 돼라. 
세상이 찾는 사람이 돼라. 세상은 반드시 그대에게 양식을 주리라.


좋은 라멘집도, 좋은 강사도, 좋은 사업도 결국엔 세상에 어떤 가치를 의미 있게 전달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라멘 먹으러 왔다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 날이었네요.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댄 자드라의 <원 ONE>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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