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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19. 2023

#_글쓰기가 도대체 뭐라고

오늘도 치열하게 글을 쓰는 사람들을 위하여

글을 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그저 무언가 내 속에 있는 알 수 없는 감정과 느낌의 정체를 발견하기 위해 글로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가 하면, 좀 전에 읽었던 책 속의 멋진 문장을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글로 남겨놓기도 합니다. 대체로 그 문장을 그대로 필사하지만, 더러는 그 옆에 내 생각을 함께 적어놓기도 합니다. 책을 내기 위해 0월 0일까지 초고를 완성하고, 0일에 투고하겠다는 결심으로 글을 쓰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글을 씁니다. 그리고 힘들어하시죠. 잘 쓰기가 어려워서 힘들어하시기도 하고요. 막막해서 시작조차 망설이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냥 한 가지만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라톤이 시작되면 누가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누가 끝까지 뛰는가가 중요합니다.

지금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시작해서 저기 앞서 가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혹은 이미 몇 십 년 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서 지금은 감히 넘볼 수 없는 경지에 이른 분들도 있지요.

예컨대 제가 좋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1979년에 문학상을 받고 데뷔를 했는데요. 그때는 제가 한 살 때였습니다. 마흔이 넘어서야 제대로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그분은 이미 40년 전에 공식 작가로 책을 내신 거니 저와의 간격이 상당할 겁니다. 그런데 제가 그분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왜 이렇게 쓸 수 없을까 좌절한다면, 그건 지나친 비교를 넘어 자기 망상에 가깝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그런 일들을 곧잘 경험하곤 합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나 초보 작가들에게 더 그런 마음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는 다른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글에 대한 어떤 경험이 있는지 알지 못하잖아요.


결국 누구와도 비교할 필요 없다는 말입니다.

글을 성장시키기 위해 좋은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내 글을 다른 글과 비교하면서 자기검열하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재미도 없어지고, 괜히 주눅만 들뿐이지요.


정말 전업작가를 꿈꾸시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전업작가가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아는 경험이나 스토리, 지식 등을 글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처음부터 너무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건 가혹합니다. 내가 글쓰기라는 여행을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지금 내 글을 읽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그런 틀에 가둔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게 어쩌면 글쓰기의 가장 큰 선물입니다.


창조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일단 들어선 사람들은 자신의 성장속도를 거의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이 회복과정을 그만두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줄리아 카메론은 <아티스트 웨이>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도 비슷합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성장속도를 체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꾸준하고 지속적인 글쓰기가 필요한 것이고요. 하지만 실제로는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가진 놀라운 창조성과 예술성을 발견해 내는 거 아닐까요? 하루키가 말한 문학의 광맥이 이런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글을 통해 자신을 깊숙이 파고 들어가다 보면 세상과 연결된 무언가를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자, 이제 우리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다시 달려 보면 어떨까요?

아까 마라톤에 비유했지만, 사실 글쓰기도 인생도 여행과 더 비슷한 것 같아요. 저마다 가는 목적지가 다르니까 말이죠. 내가 가려고 하는 목적지까지만 내 컨디션을 잘 체크하면서 내 스케줄에 맞게 가면 될 일입니다. 같이 여행 가는 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이 먼저 가든 나중에 오든 신경 쓸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그저 내 여행에서 새롭게 보고 느낀 것들을 만끽하며 기록으로 남기면 될 일입니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줄리아 카메론의 <아티스트 웨이>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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