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Dec 15. 2023

#_인도 위에 벤츠

삶을 가로막고 있는 좋아 보이는 것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인도 위에 벤츠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심야 시간이라 그런지 아니면 차를 세워둔 건물에 일을 보러 온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인도 위를 가로막듯이 세워진 벤츠는 무척 보기가 불편했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불편한 거라고.

아무리 좋은 거라도 길을 가로막고 있는 거라면 과감히 치워야 한다고.


가끔 우리는 좋은 물건이나 좋은 상황에 휘둘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 스마트폰을 사면 그걸 애지중지하면서 보호필름에 케이스에 조금은 과도한(?) 보호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종종 그런 경우를 보면서 그럴 거면 디자인이나 색상 같은 걸 고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만, 사람을 위한 물건인데, 물건을 위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 싫을 뿐입니다.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차를 타면 좋지만, 좋은 차가 좋은 사람을 보증해 주진 않죠.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면 잠깐 자존감을 올라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진정한 욕망이 배제된 타인의 욕망을 갈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아무리 비싼 옷과 시계, 명품을 휘감고 있어도 멋있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치 인도 위의 벤츠처럼 말이죠.


명품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 명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철학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리 좋은 명품이라도 그 철학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면 그건 나에게 필요 없는 물건일 뿐입니다.

비단 명품이나 비싼 물건뿐만이 아닙니다. 좋은 직업, 좋은 집, 좋은 노트북, 심지어 좋은 사람까지도. 

어디까지나 '좋다'는 것의 기준은 '사회적 보편성'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에 있습니다.


나는 내 삶에서 "제 자리"를 잘 찾아가고 있는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음으로써 스스로 빛나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또 그저 비싸고 남들이 선망하는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상관없는 것들에 소중한 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생각해 봅니다.


좋은 차일수록 도로 위나 내 집 차고에 있을 때가 멋있을 테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_알아도 실천이 안 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