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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27. 2023

#_카지노를 이긴 남자

통계, 확률, 수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삶을 대하는 태도

대학시절 오션스 일레븐이라는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카지노라는 곳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법 흥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우리나라에서는 내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카지노는 강원랜드밖에 없었고, 돈도 없고 딱히 거기까지 찾아갈 만큼의 흥미를 느끼진 않았기 때문에 갈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다 나이가 더 들고, 회사를 다니고, 팀에서 다 같이 강원랜드 근처로 MT를 가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들 하루정도는 카지노에도 가보는 것도 좋겠다고 의견이 모였고, 일정 중  하루는 강원랜드로 향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던 라스베이거스의 엄청난 카지노만큼은 아니었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크고 화려했습니다. 다 잃어도 좋을 만큼의 적당한 돈을 여러 단위의 칩으로 바꾸고, 유유히 카지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슬롯머신 돌아가는 소리, 돈을 따고 환호하는 사람들의 소리, 돈을 잃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의 소리 등이 하나씩 오감을 자극하면서 어느새 저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카지노에서 노렸던 것이겠지요? 내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손해가 나더라도 이렇게 끝날 리 없다는 심리가 강하게 발동하여 더 많은 돈을 잃게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하. 지. 만

막상 주인공이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뭐 와봤어야..ㅎㅎ) 몇몇 동료들은 카지노 하면 블랙잭이라며, 한쪽에 보이는 딜러가 서서 카드를 나누어주는 곳으로 갔습니다. 잠시 걸으며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며 찬찬히 살펴보니 모든 게 정말 '운'으로 결정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할 순 없고, 짝수 홀수를 맞추는 아주 쉬운 룰렛 게임부터 참여해 봤습니다. 그러다 번호를 맞추는 곳에도 돈을 걸어 보고요. 


아마 도파민이 자극된다는 건 그런 느낌일 겁니다. 점점 도박이 주는 희열에 순식간에 빠져드는 저를 발견합니다. 따면 완전 기분이 좋고, 잃으면 속으로 아쉬움을 삼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환전한 칩을 거의 다 써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즐기고 있는데 나만 놀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환전을 해옵니다. 다시 환전한 것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이건 나와 맞지 않는 것 같아 다른 곳으로 가보았습니다. 거기에는 룰렛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훨씬 더 큰 사이즈로 세워져 있는 '빅 휠'이 있었습니다. 이건 룰렛보다 더 쉽더군요. 딱 내 수준이다 싶어서 했는데, 연속으로 3번이나 걸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일까요. 운은 돌고 도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그래서 빅 휠에서만 대략 30만 원을 벌었습니다.(이전에 손해를 만회하고 추가 수익만)


뭔가 조금씩 자신감이 차오를 때, 문득 이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지노는 무조건 업장이 돈을 버는 유리한 확률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카지노는 원래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들의 사교나 오락장소를 뜻하는 말이었는데, 1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지금과 비슷한 형태의 카지노가 시작되었는데요. 그 목적은 국왕의 자금조달이었습니다. 하지만 도박으로 인해 귀족 계급이 몰락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19세기말부터는 많은 나라들이 이를 금지하기에 이르렀지요. 그러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전쟁 복구를 위한 공공 자금 조달 목적으로 해변이나 휴양지, 관광지를 위주로 카지노를 공인하는 나라가 늘어나게 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본질적으로 보면 카지노는 사람들이 도박을 통해 돈을 걸고 운에 따라 버는 시스템을 통해 많은 수익을 내는 사업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수익이 났을 때 그만하면 영원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었죠. 하지만 이미 몇 시간 동안 베팅 몇 번으로 돈을 버는 쾌감을 맛본 상태에서 그만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속에서 이렇게 속삭입니다.


'딱 한 번만 더할까? 이번에 수익이 나면 깨끗이 끝내는 거야!'


이래서 한판 더했더니 잃었고, 손해를 만회하겠다는 생각에 한 판 또 했더니 잃었습니다. 그렇게 몇 만 원을 더 잃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래, 여전히 수익상태니까 정말 지금 그만 두자.'


결과적으로 저는 그날 24만 원 정도의 수익을 냈고, 이후 단 한 번도 강원랜드를 가지 않았습니다. 

제가 왜 카지노를 이긴 남자인지 아시겠지요?



포춘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지혜로운 책 중에 하나로 꼽히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 <행운에 속지 마라>에는 아래와 같은 문장이 있습니다.

확률은 주사위나 더 복잡한 변수로 승산을 계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지식이 불확실함을 인정하고 무지를 다루는 방법을 개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잘 모릅니다. 그 무엇보다 나 자신을 통제하는데 미숙하지요. 그걸 알아가고 배워가는게 진정한 인생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뇌는 다양한 호르몬이 작동합니다. 그리고 매 순간 그런 강력한 호르몬의 작용이 행동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가 원하는 행동이 나에게 더 합리적이고 이로운 행동이 아닌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그러므로 내가 원하는 동기를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행운이 따르면 돈을 많이 벌고 돈을 충분히 따면 그만둘 수 있을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이제까지의 행운을 자신의 실력쯤으로 착각하게 되고, 이후의 손해는 운으로 여기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손해가 나면 다시 쉽게 회복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지요. 결과적으로 카지노에서는 오래 할수록 카지노에게 유리한 게임이 될 뿐이거든요. 우리 심리가 그렇게 얄팍합니다. 머리로 아무리 알아도 그 상황에서 그걸 합리적으로 판단해서 선택하기란 어렵죠.


이건 투자도 마찬가지고, 사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이기든 지든 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독서와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참여하시는 분들도 열심히 배우고 수준을 높여서 저처럼 강의를 하시라고 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독서강의를 해서 수익이 나도 좋지만, 설령 당장 수익이 많이 나지 않더라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하면서 내가 성장하게 되고, 그런 성장은 나의 사고 수준과 가치를 높여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가 선택한 방법이고요. 저마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그 일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을 세팅해 보면 어떨까요? 


20대 친구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뮤지컬이 정말 좋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 친구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다른 아르바이트하지 말고, 무조건 뮤지컬 관련된 알바를 구해서 하라고 말이죠. 그렇게 그 주변에서 일하면서 너만의 기회를 찾아보길 권했습니다. 아쉽게도 그 친구는 현실적으로 당장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일을 선택했는데요. 이후에는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를 일이겠지요.


제가 제 삶을 돌아볼 때 후회되는 대부분의 일들은 차분히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내 감정에 휘둘려 한 행동들이었습니다.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은 설령 틀리더라도 그에 맞는 상황을 어느 정도 대비하거나 예측해서 크게 잘못되는 경우는 없었는데요. '아이씨 몰라. 될 데로 돼라. 인생 한방이다. 운에 맡긴다.'는 마인드로 무언가를 선택했을 때는 설령 그 결정이 맞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저에게 마이너스가 되었습니다. 내 삶을 나의 의지와 선택이 아닌, 우연이든 외부의 환경에 맡겨도 괜찮을 수 있다는 잘못된 마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운에 맡기기엔 너무 가치 있고 소중합니다. 그걸 깨닫고 선택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마음만 먹으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하루를 운이 아닌 가장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을 향해 또 한걸음 전진하는 하루가 되시길.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 마라>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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