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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12. 2023

#_1300년 넘은 석탑이 내가 말해주는 것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험과 감정

경주에 와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감은사지입니다. 비록 절터와 석탑 2개뿐인 공간이지만,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읽고 나서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고 여기까지 오는데 20년은 걸린 셈이네요.ㅎ

경주에 따로 올 일은 없었지만, 올해는 휴가지를 경주로 정해서 감은사지로 와볼 수 있었습니다.


다 불타버린 절 터에 덩그러니 남겨진 탑 2개가 이렇게 멋질 일인가요? 국보 제112호로 지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전날 갔던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이 무척 초라하게 느껴질 만큼 웅장한 멋이 느껴졌습니다. 조금 전에 문무대왕릉을 보고 이곳에 와서인지 1000년이 넘게 이어지는 신라의 기개가 느껴지는 듯합니다. 감은사는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문무왕의 호국정신이 깃든 사찰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저 전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의 뜻을 품고 그것을 살아내고, 죽어서도 그 뜻이 이어지도록 하는 것은 지금 숨 쉬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매우 큰 영감을 줍니다. 


정확히 무엇이라 말할 수 없지만, 뭔가 분명히 전달되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분명 탑은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인지 오늘 글은 말이나 글로 풀어내기가 참 어렵네요. 유홍준 교수님도 책에서 그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편집자가 감은사 답사기를 편집 없이 마음대로 쓰라고 했다면 다음과 같이 썼을 거라고 말이죠.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했던가요. 가족들과 같이 가지 않았다면, 이후에 다른 일정이 없었다면, 저는 아마 몇 시간이고 이곳에서 탑이 내게 하는 말에 귀를 기울였을 것 같습니다.


때론 말로 표현할 수 없고, 글로 쓸 수 없는 것도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것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삶에서 더없이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은사지 터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는 석탑
오른쪽으로 보이는 석탑
아래쪽에서 바라보며 찍은 사진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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