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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15. 2023

#_쓰던 글이 날아갔을 때 대처법

$!$#@%@#$& ㅠㅠ

결국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정말 가끔 긴 글을 쓰다가 날아가는 일이 있고요.

긴 작업을 하고 저장하지 않아서 다시 작업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요.

오늘 날아간 글도 다시 쓰면 되지만, 왠지 그럴 기분이 아니라서 그 글은 다음에 쓰기로 합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된 가족들과의 일정 때문에 운전 중에 잠시 주차해서 음성 녹음을 병행하며 쓴 글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열어보니 알 수 없는 이유로 제목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내용이 깨끗하게 날아갔습니다.


아... 진짜!! ㅠㅠ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글은 이미 사라졌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할 일은 해야 하니 말입니다.


문득, 이렇게 글이 날아갔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처법에 대해서 한번 글을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선 쓰던 글이 날아갔을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좋은 대처법은 그 실패를 아프지만 인정하는 것입니다.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은 고쳐야 합니다. 오늘 쓴 글은 복구할 수 없지만, 앞으로 쓰는 글은 더 이상 날아가는 일이 없도록 저장하는 습관을 만들어야지요. 이게 첫 번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담담히 다시 쓰는 것입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가 말하는 마지막 대사처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정말 가끔은 날아간 글을 다시 쓰면서 훨씬 더 정갈하게 다듬어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쓰는 행위 자체가 삶을 다시 쓰는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은 삶입니다. 날려버린 글은 있을지라도 그 글의 원천인 내 삶은 여전히 그대로 있고, 그것은 결코 날아가지 않습니다.

물론 다시 쓰다 보면 기억나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고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기억나지 않는다면, 그리 중요한 것인 아니라는 뜻이니까요. 정말 중요한 거라면 조만간 다시 또 다른 형태로 찾아올 겁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늘 반복되니까 말이죠.


오늘은 글을 날려 버린 덕분에 이렇게 또 다른 결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네요.

이런 걸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는 걸까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경우든 우리는 그 순간의 경험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글 좀 날아간 거 대단한 일 아닙니다. 얼마든지, 허허하고 웃으며 그런 날, 이런 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史記(사기)의 管晏(관안) 열전에는 아래와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전화위복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 격이 되는 구절인데요. 원문은 아래와 같습니다.


善因禍而爲福 轉敗而爲功 貴輕重 愼權衡
(선인화이위복 전패이위공 귀경중 신권형)
재앙이 될 일도 잘 이용하여 복으로 만들고 실패를 전환해 성공으로 만들었다. 또 경중을 잘 파악하여 득실을 저울질하는데 신중하게 처리했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날아가 버린 것 같은 시간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날아가버린 것처럼 느껴질 뿐 그 어떤 시간도 내 것이 아닌 게 없으니까요.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사마천의 <사기史記> 관안 열전(管晏 列傳) 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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