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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16. 2023

#_교통사고의 재발견

나쁜 경험과 잊지 못할 추억의 차이

오늘 오후 괴산으로 모임을 다녀오는 길에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제가 탄 차량은 정상적으로 길을 가고 있었는데, 4거리에서 우회전하던 차량이 감속하지도 않고 마치 우리 차를 전혀 인지하지 못한 듯 그대로 차량 왼쪽 전면부를 들이받았습니다.

사고가 나기 직전 짧은 찰나, 보조석에 타고 있던 저는 가까이 다가오던 차량의 움직임이 이상해서 상대 차량 운전자를 쳐다봤었는데, 왼쪽 창문을 보면서 옆에 앉아계신 아주머님께 뭔가를 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어어어~' 하던 순간,

"쾅!!!!"


놀랄 틈도 없이 두 차량은 충돌했고, 충격이 컸기 때문인지 양쪽 차량 모두가 차에서 내리지도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었습니다. 잠시 후 문을 열고 차량을 나갑니다. 운전을 하셨던 작가님은 사고현장을 사진을 찍으셨고, 상대방 운전자는 조금 뒤에 나오셔서는 자신이 전부 잘못했고, 우리는 전혀 잘못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통은 자신이 잘못했더라도 상대방의 잘못을 탓하고 싶기 마련인데, 사실이기도 했고, 솔직히 말씀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운전하셨던 작가님의 안부를 묻고 차량을 살펴보는데, 충격이 컸던 만큼 차량의 파손정도도 무척 심했습니다.


상대방 운전자분은 빠르게 사고를 수습해 나갔습니다. 우선 보험사에 전화해서 바로 견인차를 불렀습니다.(지인인 것 같았습니다.) 5분도 안되어서 보험담당자가 왔고, 자신의 과실 100%라고 얘기하며 명함과 연락처, 사고번호등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저는 터미널에 예매한 차량이 있어서 빨리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갈 수 없게 되자 다시 택시기사로 보이는 다른 지인에게 전화를 걸더니 바로 와달라고 했습니다. 지인이 지금은 멀리 나와있어서 갈 수 없다고 하자 다시 다른 지인에게 연락을 했는지, 잠시 후 한 분이 오셔서 저를 터미널까지 태워주셨습니다.


이런 사고는 처음이었는데, 다행히 상대방 운전자가 매너가 좋아서 별 무리 없이 처리되었습니다.

사고자체는 유쾌하다고 할 수 없었지만, 처리과정만큼은 유쾌했습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버스를 타자, 긴장이 풀리면서 바로 잠에 들었습니다. 눈을 뜨니 한 시간쯤 지났더군요. 차는 막혔고, 온몸에 뻐근함이 밀려왔습니다. 뭐 제법 큰 충격이었으니 당연한 것 같기도 합니다. 편하게 누워 푹 자고 나면 좋아지겠지만, 그래도 병원은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와 운전하셨던 작가님이 걱정되어 전화를 드렸습니다. 한의원에 다녀오셨다고 하시네요.

거기서 치료를 받고 나와서인지 몸상태가 괜찮다고 하십니다. 다행입니다. 저는 오늘 멋진 정원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했다고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마지막에 잊지 못할 찐한 추억이 생긴 것 같다고 말씀하시네요. 정원만 멋진게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도 멋진 분이시네요. 저도 같은 마음으로 오늘을 바라보려 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기분 나쁜 경험이 될 수도 있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새로운 의미는 사물과 사람의 관계를 재정의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뒤바꾸기도 한다. 결국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관점을 구성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최장순 대표는 그의 책 <의미의 발견>에서 새로운 의미부여에 대해 위와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사고가 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크게 다친 사람이 없어 정말 다행이고, 서로 불편하지 않게 빠르게 사고처리가 되어 다행인 날입니다. 이런 걸 액땜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는 실제로 차를 처음 몰고 며칠 되지 않아 후진하다가 다른 차와 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요. 그 이후 지금까진 한번도 큰 사고가 없었습니다. 그저 우연일수도 있지만, 아마도 그당시엔 불편했던 사고가 이후 운전의 좋은 예방주사가 된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건사고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평범한 일상이 더욱 감사한 이유입니다. 불편한 일도 해석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도 다시 한번 느낍니다.


외부의 사건이 내 삶의 의미를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 사건을 해석하는 나의 마음이 의미를 지어낼 뿐입니다. 오늘의 아침부터 저녁까지 감정과 오감의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은 날입니다. 새로운 경험과 느낌이 마구 생긴 날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될 멋진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교통사고가 아니라, 오늘 하루 전체의 기억으로 말이죠. 그나저나 작가님 차가 문제 없이 잘 수리되어야 할텐데요. ㅠㅠ 그건 좀 걱정이군요.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최장순의 <의미의 발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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