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머무는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그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제가 방문한 이 정원 역시 이곳을 가꾸는 사람이 누구인지 말해주듯이 참 정갈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차에서 내리니 처음에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물론 정원을 가꾸는 사람의 취향이나 위치에 따라 다 다르겠지만, 처음 보는 순간 반해버렸습니다.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지만, 곳곳에 이 공간을 채우는 이의 멋과 정성이 가득했습니다. 이 공간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또한 보기에는 아름답지만, 막상 꽃을 가꾸고 씨앗을 심고, 보기 좋게 가꾸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주말마다 찾아와 이곳에 머물며 땀 흘린 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무언가에 빠지면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게 무엇이든 우리는 사랑하는 대상을 통해 나를 보게 됩니다. 그렇게 발견된 대상과 나의 연결점이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삶에 더 큰 파도를 일으킵니다.
누구나 자신만의 정원을 가져야 한다는 그녀의 말을 그 공간에 가서야 비로소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렀고, 햇살은 가려진 구름 사이로 비출 때마다 눈부셨고, 그 순간마다 정원의 모든 곳이 반짝였습니다. 10월은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상을 참 많이 느끼게 되는 달입니다.
지금도 식물들은 꽃을 피워 말을 건넨다. 빛깔로, 향기로, 몸짓으로, 파동으로, 그것은 떨림으로 파고들고 울림으로 증폭된다.
정원 한 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책을 읽노라니 내가 책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햇살을 보고 있는지, 아니면 시끄럽게 떠드는 꽃들과 풀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정신을 차려 봅니다. 여유 있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연을 음미합니다. 그날의 햇살이 마치 사진처럼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이 되었습니다. 따뜻하고 여유로운 풍경의 기억이 필요할 때마다 언제고 불러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