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면 자꾸 욕심이 앞서게 됩니다.
조금 더 가볍게 쓰고 싶습니다.
적고 보니 참 쉬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글을 쓰다 보면 자꾸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앞섭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 한 덩어리를 하얀 그릇 위에 올려놓고 이리저리 잘라도 보고, 쿡쿡 눌러도 보면서 살펴봅니다.
내가 성장하고 싶다는 향상심보다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의 성분이 더 많이 보입니다.
오징어튀김에 오징어는 작고, 튀김옷만 커다란 모양입니다. 맛있을 리가 없습니다.
글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길지 않더라도 나의 고유한 색깔이나 삶의 모양이 생생하게 드러난 글은 읽어보면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 반면에, 어떤 글은 언뜻 보면 제법 길고 멋지게 쓴 것 같지만, 정작 그 속에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안 느끼지는 글도 있습니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참여하시는 작가님들이 가장 힘들어하시는 부분이 어쩌면 이 지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못났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겉보기엔 부족함 없어 보이는 글이지만, 설령 그 속은 공허한 글을 쓸 것인가?
앞서 비유로 든 오징어 튀김으로 다시 생각해 볼까요?
크기가 좀 작아도 오징어의 식감이 살아있는 작은 튀김이 맛있을까요?
작은 오징어를 감추려고 튀김옷만 잔뜩 발라 커다랗게 튀긴 게 맛있을까요?
언뜻 볼 때는 당연히 두 번째가 더 그럴싸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입만 먹어보면 바로 알겠죠.
첫 번째가 답이라는 사실을요.
어렵고, 그럴싸하고, 멋있어 보이려고 하지 마세요.
그건 글의 본질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입니다. 작가가 요리사라면 글은 우리가 만드는 먹음직스러운 요리일 겁니다. 독자는 겉만 그럴싸한 음식을 한 입 먹고는 다시는 먹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집에 다시는 가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보기엔 수수하지만, 정성과 진심이 담긴 요리라면, 먹을 때 극찬하진 않지만, 분명히 다시 먹고 싶은 요리일지도 모르거든요.
그곳이 우리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우리의 도착점은 재료도 싱싱하고, 레시피도 훌륭하고, 그걸 정성껏 맛있게 만들어낸 글이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저 오징어 튀김을 떠올리며 여러분이 쓰는 글을 다시 바라보길 바랄 뿐입니다.
오늘 제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훌륭하고 화려한 문장도 없고, 인용문도 없지만, 내 글이 어떤 오징어 튀김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이 짧은 글은 제법 가치 있지 않을까요?
아, 근데 글 쓰면서 자꾸 침이 고이는 건 좀 문제네요.ㅎㅎㅎ
오징어 튀김 맛있게 하는 집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어쩌면 멋진 글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