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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28. 2023

#_핑크색 칫솔이 내게 말했다 | 취향과 편견에 대하여

"당신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군요"

며칠 전, 양치를 하려고 보니 칫솔이 많이 상해 있었습니다. 쓰던 칫솔은 버리고 새로운 칫솔을 꺼내려고 보니 8개짜리 번들로 구입한 칫솔 중에 2개가 남아있었는데, 둘 다 핑크색 칫솔만 남아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이거 말고 다른 칫솔은 없냐고 물어봤는데, 돌아온 대답이 묘합니다.


"무슨 색이든 그냥 쓰면 안 돼?"


그렇죠. 그렇네요. 핑크색을 쓰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답니까. ㅎㅎ

그렇게 핑크색 칫솔을 꺼내 개운하게 양치를 하고 거울 앞 칫솔걸이에 걸어둡니다.

칫솔이 나를 보며 말하는 듯합니다.


"당신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군요!"


맞습니다. 편견에 사로잡혀있었습니다. 남자아이에겐 파란색 가방을 여자아이에겐 핑크색 가방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릴 적부터 사회적으로 강요된 성별에 따른 색의 구분법에 갇혀있었습니다.

제가 핑크색을 상대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색으로 된 칫솔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다는 게 조금 부끄러워집니다. 다시 말해 남자가 핑크색 칫솔을 쓰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핑크색 칫솔을 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갇혀 있는 게 부끄러운 것이지요.


돌아보면 우리는 수없이 많은 편견 속에 살아갑니다. 다만 그것이 편견임을 모르고 살아갈 뿐이지요.

더 심각한 것은 나의 편견이 심지어 나의 경험이 아닌 타인의 경험이나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 더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저는 올리브색이나 네이비색, 버건디색 등을 좋아합니다. 경험적으로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색깔의 물건을 써오면서 발견한 저만의 취향이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오늘 칫솔에 대한 저의 반응은 제 생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입된 사회적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겁니다. 편견이지요.


당연함의 차이가 삶의 차이를 만듭니다.


운동은 당연히 하는 것이고, 건강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정말로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당연히 그렇게 실천하고, 그래서 더 건강할 겁니다.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당연한 사람들은 하루종일 한 번도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나를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면 뭔가 어색함을 느끼겠지요. 당연한 걸 안 했으니까 말이죠.


손흥민 선수나 BTS의 정국이 해외에서 사람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거나 공손한 태도를 보일 때 그들의 인성에 해외의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일부러 잘 보이려고 했던 행동이 아니라, 아마도 그렇게 행동하는 게 당연했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결국 당연하다고 믿는 것만 행동하게 되어 있고, 그래서 우리는 지식이 아닌 상식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지식은 "아는 것"이 바뀌는 것이지만, 상식은 "행동"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길을 걸어가면서 아이스크림 비닐을 길거리에 함부로 버리지 않습니다. 그게 상식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상식이 없는 사람들도 분명 있죠. 껌을 씹고 껌포장지를 대충 구겨서 길거리에 던지고 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몰상식하다고 느끼겠지요.


그걸 반대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의식이나 사고의 수준이 무척 높은 사람들에게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의 굴레에 갇힌 채 매일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사는 모습이 무척 "몰상식"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편견에 갇혀 있는 모습이니까요. 스스로 얼마든지 성장하고 도전해서 자신이 원하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음에도 여전히 말로만 희망사항일 뿐 행동은 전혀 변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 조금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저와 여러분 역시 비슷하지 않을까요?


취향은 존중해야 하지만,

편견은 깨뜨려야 합니다.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변대원의 <에펠탑 법칙>(미출간 도서)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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