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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Oct 29. 2023

#_똑같은 이야기를 해도 다 다르다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서로 다른 시그널 

오늘은 빛고을 광주로 강의를 다녀왔습니다. 생각해 보니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더군요. 그렇게 srt를 타고 처음 간 광주는 빛고을이라는 이름처럼 느낌이 좋은 도시였습니다. 사실 다들 전라도 사투리를 많이 쓰실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오래 머물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제 주변에만 외지인들이 더 많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외로 사투리를 쓰는 분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오늘은 참여하신 분들의 연령대가 20대부터 80대까지 무척 다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똑같은 말씀을 드려도 받아들이는 느낌이나 반응이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그게 꼭 나이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개인의 성향차가 더 크다고 해야 맞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강의 때마다 느끼는 재미있는 사실은 강의를 굉장히 집중해서 잘 들어주셨던 분들 중에서 오히려 인사도 없이 그냥 가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강의 때는 굉장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듣고 계셨던 분이 나중에 마치고 오셔서 '오늘 강의 너무 좋았다'라고 인사하시면 말씀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오늘 강의도 어김없이 그랬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표정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 상대방의 감정이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보게 됩니다.

사람들마다 저마다 다 다른 형태의 시그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사소한 실수를 했을 때, 어떤 사람은 "괜찮다"라고 말하면 정말 괜찮은 거지만, 어떤 사람은 "괜찮다"고는 말하지만, 실제로는 속으로 꿍하거나 불편한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는 분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가 상대의 시그널을 해석하는 차원이었고요.

제가 강의하는 내용을 듣는 청중들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A라는 의도로 말씀드려도 정작 듣는 분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이해한 A+1 혹은 B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은 작가, 좋은 강사의 조건 중에 하나는 내가 전달하려는 의도가 최대한 왜곡 없이 잘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라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와 강사가 뛰어나다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마음이 열려있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간혹 그게 아니길 바라지만, 나의 열띤 마음이 닿지 않고 공허하게 맴도는 것이 느껴질 때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물론 오늘 강의는 대부분의 분들이 마음을 열고 들어주셔서 오히려 처음에는 조금 낯선 강의에 집중을 못하시는 듯했지만, 끝날 무렵에는 오히려 집중도가 더 높아져서 보너스 강의와 질의응답까지 20분 이상 더 소요하며 강의했었는데요. 마치고 저한테 다들 감사하다고 인사해 주셨지만, 정작 제가 더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분이라도 제가 전하고픈 마음이 전달되었다면 그걸로 참 벅차고 뿌듯한 마음이 느껴지니까 말이죠.


지금 이 글도 누구에게나 똑같이 보이는 고정된 텍스트지만, 읽는 분들에 따라 저마다 다 다르게 해석될 것입니다. 관계는 늘 오해에서 비롯되니까요. 오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임을 배웁니다. 줄일 수는 있고, 대체할 수도 있지만 없앨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학교 선생님의 역할이란 본래 어머니나 아버지와 전혀 다른 말을 아이에게 해주는 것입니다. 결코 똑같이 이야기해서는 안 됩니다. 똑같은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역할입니다.


우치다 타츠루 작가는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서 교사의 가르침에 대해 "다른 말을 해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하는 일도 평소에 생각하지 않는 것들, 평소에 듣지 않는 이야기들을 해주는 것이지요. 그래서 낯설 수밖에 없는데, 낯선 이야기를 익숙한 이야기와 단어들로 다시 설명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오해는 필연일 테지요. 하지만 누구나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서로가 이해하는 과정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느끼게 될 겁니다.



* 매일 책 속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우치다 타츠루의 <완벽하지 않을 용기>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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