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대원 Nov 28. 2023

#_그 자리에 우두커니 한참을 그렇게 서있어야 했다

어느 초겨울 어느 날의 한 장면


그대는 오늘도 내 귓가에 슬픈 노래를 들려주려고 
Radio 음악 속에 남의 목소릴 빌려 부르네 나 혼자만 들어보라고
먼 그리움의 끝에서...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들리는 노랫소리에 걸음을 멈췄습니다. 아니 자연스럽게 멈춰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우두커니 한참을 서있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가을부터 겨울까지 내내 들었던, 아니 그 이후에도 참 많이 들었던 신승훈 4집에 수록된 "오랜 이별 뒤에"라는 곡이 흘러나왔기 때문입니다.

그 노래를 듣던 시절 딱히 연애를 했던 것도 아니고, 오랜 이별의 슬픔 같은 건 알지도 못했을 텐데 왜 그토록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아련한 감상, 슬픈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그날은 마치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가는 제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처럼 주변은 모두 뿌옇게 되고, 나 혼자 길 한복판에 가만히 서서 그 노래가 끝날 때까지 서있는 장면 속에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그 노래를 들으면 그 기억 속 장면으로 소환되곤 합니다.

어제도 길을 가다가 라디오에서 들었는지, 아니면 혼자 흥얼거렸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또렷이 그날의 장면이 떠올랐네요.


기억이란 참 신기합니다.

어떤 기억은 오래 붙잡아 두려 해도 잡을 수 없는데, 또 어떤 기억은 기억하려 애쓰지 않았음에도 마치 각인된 것처럼 늘 또렷하게 볼 수 있으니까 말이죠.


그 순간의 느낌을 100% 공유하긴 어렵겠지만, 혹시나 그 시절 그 노래에 어떤 추억을 가지신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나누고 싶은 날입니다. 어쩌면 그날도 오늘처럼 쌀쌀한 초겨울의 어느 날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 신승훈 4집 수록곡 <오랜 이별 뒤에> 중에서


광고 없이 1분 듣기 : https://vibe.naver.com/track/944


유튜브로 전곡 듣기 : https://youtu.be/AeoXacl2Q44?si=X1igztiN_2LeAtwt

매거진의 이전글 #_하기 싫지만 꼭 해야 하는 일, 이렇게 해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