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은퇴를 바라보는 50~60대분들이 사회에 진출하던 8~90년대는 고도의 성장기였기 때문에 좋은 회사를 들어가서 월급 받고 저축하고 집사면 자연스럽게 충분한 은퇴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시기였습니다. 누가 봐도 그게 '정답'이었던 시기였죠. 하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는 그런 이야기는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건 먼 나라 이야기일 테고 좋은 직장에 들어간들 그 직장이 나의 평생을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 말씀드리는 것 역시 시대상의 일부일 뿐입니다. 그저 사람마다 느끼는 세상의 온도차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언젠가 친구와 제법 근사한 술집에서 술을 한잔 하며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서울은 돈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살기 좋은 곳이라고요. 충분한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좋은 곳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런 좋은 곳은 일상이 아니지요. 그저 힘들게 보낸 자신에게 보상해 주는 시간인 경우가 더 많을 겁니다.
맞아요.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고 클리세처럼 말하지만, 그 빠르다의 의미조차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게 사실이니까요. 결국 우리는 스스로 성장하지 않고는 세상을 살아가며 누릴 수 있는 너무 많은 것들을 놓치고 만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것입니다. 배워야 합니다. 이전의 공부는 답을 "찾는" 훈련이었어요. 사실 그건 진짜 공부는 아니었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어느 정도 좋은 삶을 보장받는 길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일부는 여전히 유효한 방법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젠 너무 그 영역이 작아졌습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공부는 답을 "창조하는" 과정입니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질문이고, 그 답을 스스로 창조해 내는 과정이 공부입니다.
이제 이전과 달리 지식의 유통기한이 무척 짧아졌습니다.
사람들이 철학과 고전 등 인문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그런 지식들은 시대를 관통하며, 유통기한이 매우 길다는 것이 검증된 지식이기 때문일 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이전에 중고등학교 때 배운 것은 물론이고, 대학에서 딴 학위들도 그 종류에 따라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거나 지났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 더 많은 지식을 배우고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실천해서 자신의 삶에 반영하는 방법을 깨우쳐야 합니다.
오늘 제목에서 말한 것과 같은 "독학(獨學)"입니다.
독학이라는 말은 너무 고독한 느낌을 준다. 혼자 묵묵히 책상을 마주하고 잇는 음침한 인상까지 갖게 한다. 하지만 독학의 독獨이란 고독하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스승을 두지 않는다는 말이다.
초역 니체의 말로 유명한 작가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그의 저서에서 독학을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독학이라는 게 외로운 공부가 아니라, 특정한 스승이 없어도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서 배우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공부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특정한 스승은 두지 않되 대신 더 많은 것을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최고 수준의 책들을 통해 얼마든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에 무척 공감합니다. 공부는 스스로 하는 것이 진짜입니다. 그래야 나만의 답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독서하는 방법부터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책을 잘 읽게 되고, 책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더 많은 책과 사람들에게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봐야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고작 몇 년입니다. 이제 공부는 평생 축적하고 성장해 나가면서 완성해 나가는 커다란 자신만의 탑을 쌓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근차근 바닥을 다지고 기초공사부터 해놓지 않으면 탑을 높이 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 번쯤은 독하고 치열하게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쉽진 않겠지만 그런 시간이 내 인생에 얼마나 값진 의미를 가질지는 예측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현재의 결과만 보이는 수준에서는 잘살고 못 사는 것만 보일지 모르겠지만, 좀 더 긴 안목으로 세상을 보면 결국 사람은 성장하는 사람과 정체되어 있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그게 캐롤 드웩 교수가 말한 "마인드셋"이며,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가 주는 진짜 교훈입니다.
우리 함께 성장합시다.
씨앗이 그저 씨앗인 채로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나다운 게 아닙니다. 아름답지도 않죠. 씨앗이 껍질을 깨고 나와 깜깜한 땅 속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땅을 뚫고 나와 더 높이 자신만의 줄기를 뻗어가고 잎사귀를 펼치고 꽃과 열매를 맺는 성장의 과정이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