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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Dec 13. 2023

#_'책 문화'란 무엇인가?

N개의 공간, N개의 의미

오늘 강남문화재단에서 진행된 "N개의 서울" 사업평가를 위한 자문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청담동의 <소전서림>으로 향했습니다.

강남문화재단 프로젝트 매니저와 담당자 2분, 최인아책방 대표님, 소전서림 관장님 그리고 저까지 총 6명이서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책을 사랑하고, 책문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색할 시간도 없이 대화에 빠져들어 이런저런 깊이 있는 토의를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과연 책 문화란 무언인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사람들이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우리는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책이라는 매체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들을 나누었는데요. 오늘 대화를 나누며 생각했던 몇 가지 키워드들을 잊지 않기 위해 정리해 볼까 합니다.


1. 책의 의미와 상징성

우리가 결국 추구해야 하는 것은 책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을 향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사람들과 의미 있게 교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지, 책이라는 물성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책이라는 매체의 본질을 잊고 책이라는 물성에 갇혀서 사람들이 점점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이전 세대에 비해 훨씬 더 많은 텍스트를 읽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을 스스로 찾고, 선택하면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발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것이 맹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콘텐츠의 방향은 더욱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도파민을 빠르게 분비시켜 줄 수 있는 것들로 나아가겠지만, 그럼에도 분명 더 중요한 것을 잊지 않고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존재들이 필요하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는 상징적인 '스타'를 만들어야 한다고도 말씀드렸는데요. 결국 그런 상징성을 가진 무언가가 있어야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그런 집중을 통해서만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 공간의 의미

책방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공간이기를 넘어서 가치 그 자체를 전해주는 공간이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오늘 방문한 소전서림의 경우에도 1회 이용료가 5만원이고, 연회비가 10만원인 도서관인데요.(2번 이상 올꺼면 연회비내고 마음껏 이용해라는 뜻일 겁니다.) 참 이상한 공간이죠?

저는 바로 연회원에 등록을 했고, 회의 전후로 잠깐씩 책을 구경하다가 왔는데요. 특정한 목적으로 멋진 공간을 구성해 놓은 것 자체에서 이미 비용이상의 가치를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컨셉으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역시 구상하고 있는 것들을 올해에 이어 내년에 더 많이 시도해 볼 예정입니다.)


3. 지속가능성

오늘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만든 책방지도에 있던 수많은 책방들이 더 이상 운영되지 않는 실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최인아 책방의 선전과 확장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상징성도 있고요. 소전서림 역시 청담동에 있는 비싼 유료도서관이라는 상징성이 있을 것 같고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오랫동안 지속되어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제가 처음 사이책방을 기획할 때도 가장 염두에 둔 것이 "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었는데요. 사람들에게 의미를 제공하는 지속가능한 공간적 실험을 하는 곳이 사이책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4. 상생을 위한 연대, 더 많은 체험의 확대

강남구에는 정말 멋진 공간들이 많다는 것을 올해 강남문화재단 프로젝트에 동참하면서 알게 되었는데요. 정말 중요한 것은 상생과 연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이라는 매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상생이기 때문일 텐데요. 책방들과 도서관들 역시 서로가 서로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힘을 모은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공간에서 더 많은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독서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 체험의 영역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신앙이나 연애와 매우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저는 제가 독서전도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요. 책을 통해 거듭남을 체험하길 바라기 때문이죠. ㅎㅎ


5. 결론

말로만 해서는 의미 없다. 내가 더 영향력을 가진 존재가 되어야겠다.

그래서 더 많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하루였습니다.


책에 대한 담론과 고민은 끝이 없지만, 저부터 작은 한걸음, 작은 시도를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만은 변함없는 것 같네요. 연회원으로 등록한 소전서림에 자주 책읽으러 놀러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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