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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Dec 24. 2023

#_관계를 바꾸는 아주 사소한 기준 하나

며칠 전, 아는 대표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분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유독 사람들의 반응이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피해의식을 느끼는 듯한 그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관계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어서 그때 잠깐 나눈 이야기와 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싶어 졌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일반적인 상황으로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나는 상대방을 위해서 무언가를 열심히 참여하고 많이 배려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치 나의 배려나 호의를 무시하듯이 내 생각과는 다른 반응을 합니다. 속상합니다. 하지만 참고 내 나름의 배려를 하며 관계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상대방은 개선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결국 참다 참다 사소한 사건에서 폭발하고 맙니다. 더 이상 관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괜히 억울하고 마음이 불편합니다. 나를 배려하지 않는 상대방이 너무 야속합니다. 분명 나랑 잘 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자, 이런 이야기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것 같지 않나요?

누군가 이런 하소연을 하면 같이 상대방을 욕해줘야 할 것 같잖아요.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꼭 상대방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어디까지나 내 입장 내 기준에서 배려하고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상대방은 그런 호의나 배려를 요구한 적도 없고 어디까지나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했던 행동들 아니었을까요? 그럼에도 나는 '내가 이만큼 했으니까 당연히 남들도 나한테 이 정도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충족되지 않겠지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특별히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냥 '저 사람은 원래 그런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면 나는 혼자서 기대하고, 혼자 참다가 혼자 폭발하는 셈이 됩니다. 이쯤 되면 나 혼자 그런 마음의 불편함을 느꼈다는 사실조차도 분하고 억울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내가 잘못 생각한 걸 바꾸거나 내 행동을 개선하기보다는 상대방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버리게 됩니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상대방이 당연히 내가 기대하는 방향의 반응을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관계를 무척 편협하게 이해하고 나와 상대를 모두 좁은 틀 속으로 가둬버리는 생각입니다. 나와 타인은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고 바라보는 것이 훨씬 세련된 생각입니다.

건강한 인간관계는 어디에 기준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간관계의 기본은 내가 더 주고, 덜 받는 상태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손해 보기 싫어하잖아요. 내가 커피 한잔 더 사주면 밥을 한 끼 얻어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자기는 아무것도 타인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꾸 뭔가를 얻어내려고만 하는 사람들에게 의미 없이 손해 보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은 굳이 가까이할 이유가 없겠지요. 설령 그 사람이 사회적 지위가 높고, 당장 내가 뭔가 이득이 될 것 같은 인맥처럼 보이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두길 권합니다.

제가 말하는 약간 손해 본다는 느낌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뭔가 조금 더 베풀고 있다는 상태를 디폴트값으로 인식하라는 뜻입니다.

인간은 대체로 자신이 받은 것보다 준 것을 더 잘 기억합니다. 물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만, 스스로 그렇게 바라보는 게 훨씬 더 정확할 겁니다. 그러므로 내가 더 베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나에게 무언가를 받았다고 느끼지 못할 겁니다. 내가 많이 베풀어도 실제로는 조금 도움을 받았다고 느낄 테고요.

반대로 나 역시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그것에 일일이 감사하며 살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나는 평범한 관계라고 느끼고 있지만, 실제로 상대방은 나에게 뭔가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참 어렵지요?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풀어서 적어보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을 만날 때 한 명 한 명 뭐가 더 이익이고 손해인지 따지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방법이 조금 손해 보고 식으로 행동하라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 결혼식에 5만 원의 축의금을 냈다면, 나는 그 친구 결혼식에 10만 원을 내는 겁니다. 한 명당 5만 원쯤 손해 본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손해가 날 것 같지만, 친한 친구나 지인이 100명쯤 있다고 해도 실제로 손해 보는 건 5백만 원 정도일 겁니다. 5백만 원이 작은 돈은 아니지만, 인생을 조금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당신의 그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5백만 원이 아니라 그것의 몇 배이상의 행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1차원적인 관점에서 그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무언가 호의를 베풀었을 때 내가 그만큼 돌려받지 못하면 손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그건 잘못된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마음이든, 선물이든, 돈이든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주는 사람이 결과적으로 더 이익입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들일수록 이 원리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뭘 하나 받아도 허투루 여기는 법이 없습니다. 꼭 그 이상의 보답을 하려고 합니다.

저도 그러려고 노력하고는 있지만, 살다 보면 그게 마음대로 잘 되지가 않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지나갈 때도 많고, 보답하려고 생각은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물론 상대방은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애당초 선의는 상대방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요.

자, 여기까지 읽으시면서 어떤 분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하실 테고, 어떤 분은 굳이 그렇게까지 신경 써야 할 일인가라고 하실 테고, 어떤 분은 전혀 공감하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마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관계의 의미에 따라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어떤 호의를 베푸는 마음자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답을 바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한 친구(좋아하는 사람)에게 밥을 산다면, 사고 잊어버리세요.(머릿속에 계산기는 치워버리세요.) 반대로 그가 나에게 호의를 베푼다면 티 나지 않게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보답을 해보세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길어졌습니다만, 제가 이런 글을 쓰고, 제 나름대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있다고 해도 분명 어떤 제 행동에 누군가는 위선적으로 느끼거나, 실망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서로 생각의 기준이 다르고, 호의나 배려의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사실 이런 거 저런 거 다 떠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조건 없이 그냥 계속 뭔가 해주고 싶지 않나요? 저는 그런 사람들이 제법 있는데요. 생각해 보면 내가 많은 사랑을 받는 것도 행복하겠지만, 내가 조건 없이 관심과 사랑을 줄 수 있는 관계가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래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