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넘어 도약으로
한 해를 돌아봅니다.
잘한 일도 많지만, 아쉬운 일 역시 많습니다.
일생이란 한 치 앞도 알 수 없어서 때론 즐거웠고, 때론 슬펐으며, 때론 그냥 살았습니다.
그래도 힘들었던 날보다는 좋았던 날이 더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인생을 길게 놓고 봐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늘 가방에 책을 몇 권씩 넣어 다닙니다.
대부분 다 읽지 못하지만, 무겁게 넣어 다니는 이유는 제가 간혹 뜻하지 않은 일상의 여행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평소 가보지 않았던 곳에 가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십니다. 책 읽기 좋은 공간이라면 가방에 넣어둔 책을 꺼내어 읽습니다. 낯선 공간에서 읽는 익숙한 책과의 만남은 새로운 인사이트를 줍니다. 동일한 존재(사람, 책, 물건 등)라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그 밀도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밖의 만남이 좋습니다. 꼭 새로운 사람, 새로운 책, 새로운 물건만이 뜻밖의 만남이 되는 건 아니니까요. 마치 알프스산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처럼 일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도 새로운 시공간에서는 의미가 달라지니까요.
그렇지만, 사실 가방에 넣고 다니는 책을 못 읽는 날이 훨씬 더 많습니다.
못 읽는 날이 많으니까 안 들고 다니는 게 정답일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책을 넣고 다니다가 문득 그 책을 만날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을 발견하는 순간
그동안 조금 무겁고 번거로웠던 모든 순간들을 다 보상받고도 남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우리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생각들을 합리적으로 의심해 봐야 합니다.
내가 지금 내 모습에 만족하는 것보다 불만족스러운 것이 더 많다면, 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체로 지혜롭지 못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릅니다.
올해 완성하지 못했더라도 당신이 내 삶의 가방 속에 항상 잊지 않고 넣어 다닌다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꺼내 읽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특별한 만남을 하게 될 테니까요.
올 한 해도 고생하셨습니다.
새로운 한 해는 고생을 넘어 성장으로, 성장을 넘어 도약으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